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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쓰나미 앞둔 강동구 미래…연내 1만가구 입주 폭탄, 역전세난 불가피?

  • 정다운 기자
  • 입력 : 2019.04.29 07:30:01
서울 강동구에는 올 연말까지 1만여가구 새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사진 : 윤관식 기자)

서울 강동구에는 올 연말까지 1만여가구 새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사진 : 윤관식 기자)

“진짜 물량 폭탄은 송파헬리오시티가 아니에요. 강동구에는 이보다 더 많은 물량이 입주합니다.” (고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서울 강동구 신규 입주 물량이 심상치 않다. 올해만 1만여가구의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강동구를 비롯한 송파 등 동남권에 앞으로 3~4년간 3만6000가구 신규 물량 공급이 예정돼 있어 주택 시장에 ‘송파헬리오시티’를 넘어서는 역전세 대란이 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말부터 강동구에는 1만가구 넘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다. 6월 래미안명일역솔베뉴(1900가구), 9월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12월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와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등 총 1만436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서울 동남권 역전세난 주범으로 꼽힌 헬리오시티(9510가구)보다 926가구 많은 규모다. 올해 서울 전체 입주 물량(4만2936가구) 약 4분의 1이 강동구에 쏟아지는 것이다. 인근 하남 지역에는 연내 아파트 3600여가구가 입주한다.

강동구의 입주 쓰나미는 올해로 그치지 않는다. 내년에는 2월 고덕아르테온(4057가구), 4월 e편한세상강동에코포레(366가구), 9월 고덕센트럴푸르지오(656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2021년 2월에는 고덕자이(1824가구), 2022년에는 역대 최대 재건축 규모로 이목을 끌었던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1만2032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통상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공급이 수요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다. 이 대목에서 강동구발(發) 역전세난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신규 입주 아파트는 잔금 압박을 받는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를 내놓거나 급매물을 내놓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입주를 포기할 수도 있다. 상일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대거 풀리기 때문에 입주 시기가 남았는데도 일찍부터 세입자를 구하려는 집주인도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앞으로 2022년까지 새 아파트 입주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강동구에 전세를 구하는 수요자들의 마음은 느긋한 편이다. 헬리오시티처럼 대단지 아파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기에 집주인이 전셋값을 낮추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이미 입주를 완료한 단지 전셋값은 떨어지는 추세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017년 입주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 전세는 지난해 10월 7억원에도 거래되고는 했는데 이제는 대출을 낀 아파트는 5억~5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온다”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강동구 전셋값은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강동구 전셋값 누적 변동률은 -4.05%로 강남(-4.41%)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폭이 크다. 헬리오시티 입주 충격을 받은 송파구(-1.99%)와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낙폭이 상당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 하반기부터 강동구에 대규모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는 데다 입주 잔금 압박을 받는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쏟아내면서 강동구 전셋값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오는 6월부터는 9월 입주 예정인 고덕그라시움 잔금 납부가 시작되면서 전셋값이 한 차례 더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고덕그라시움은 분양 당시 일반분양자의 중도금 대출 규모가 약 8000억원에 달했다. 다른 단지에 비해 중도금 대출이 많았던 만큼 상환 압박을 느낀 투자자들이 입주와 맞물려 급매 전세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고덕지구보다 교통 등의 여건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둔촌주공 재건축(1만2032가구)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둔촌주공의 분양이 향후 강동구의 아파트 시장을 흔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관심사는 강동구발 역전세난이 집값 하락으로도 이어질지 여부다. 지난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함께 큰 폭으로 올랐던 강동구 집값은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8일 기준으로는 한 주 동안 전주 대비 0.37% 떨어지면서 3주 연속 서울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상일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규 물량이 소진되기도 전에 새로운 물량이 나오니 앞으로 3~4년간 강동구에서 세입자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수요가 한정된 상태에서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면 매매가와 전셋값이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출 규제를 비롯해 종부세 보유 부담 증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려와 달리 강동구 주택 시장이 결국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석도 있다. 함영진 랩장은 “헬리오시티 입주 물량 공급으로 역전세난이 장기화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최근 전세 매물이 소진되는 등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며 “강동구 역시 초반에 세입자 구하기가 어렵겠지만 급매물이 차례로 소진되면 다시 집값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5호 (2019.04.24~2019.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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