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Citylife 제675호 (19.04.23) BOOK

입력 : 
2019-04-17 14:58:10

글자크기 설정

▶의학계 애플로 불리던 테라노스의 이유 있는 몰락 『배드 블러드』

사진설명
존 캐리루 지음 /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2015년 10월15일 『월스트리트저널』 1면을 통해 ‘테라노스 스캔들’이 폭로됐다.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의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냈다”고 호언한 천재 여성 CEO 엘리자베스 홈즈가 사기꾼이란 폭로는 실리콘밸리 사상 최대의 사기극으로 기억되고 있다. 억만장자의 꿈과 함께 인도주의에 대한 관심도 컸던 홈즈는 스탠퍼드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스타 교수인 채닝 로버트슨 교수의 조수로 제어 약물 전달 장치에 관한 세미나를 들었다. 2학년이 되자 홈즈는 질병을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팔 패치 관련 특허를 신청하고 대학을 자퇴했다.

친구의 아버지인 실리콘밸리의 거물 팀 드레이퍼에게 투자를 받았고, 가족 인맥을 총동원해 창업을 하자마자 600만 달러의 돈을 끌어 모았다. 홈즈는 미세 바늘로 피부를 통해 고통 없이 혈액을 채취할 수 있는 접착형 패치의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패치 안에는 혈액을 분석하고 약물을 얼마나 처방할 것인지를 측정하는 마이크로칩이 포함되며, 분석결과는 무선으로 주치의에게 전달된다는 꿈의 기술이었다.

꿈이 현실이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홈즈는 기업가 특유의 낙천주의의 화신과 같은 인물이었다. 밤에는 4시간을 자고 카페인을 주입하며 집요하게 일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직원들에게 절대적 충성을 요구했으며 누군가가 충성을 하지 않으면 즉각 공격했다. 창업 후 2년 반 동안 해고당한 직원만 30명이 넘었다. 보안에 강박증을 보인 홈즈는 생화학 부서, 기술부서가 서로 협력하지 않고 모두 자신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사내 채팅은 모조리 차단됐고, 기술부서는 각자가 하는 일을 모른 채 경쟁을 했다. 심지어 ‘의학계의 아이팟’이란 별명을 달고 태어난 시제품 ‘에디슨’은 사실상 중학생의 과학숙제 수준의 조잡한 외형이었다. 연구 막바지에는 직원과 그들의 가족 혈액까지 제공받았고, 실험의 윤리적 규제도 너무 쉽게 넘었다. 테라노스는 망하는 조직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홈즈는 판을 키우는데 능했다. 약국 월그린, 슈퍼마켓 세이프웨이 매장에서 일반인들이 혈액검사를 할 수 있도록 수억 달러의 사업 파트너십을 맺었다. 월그린과의 계약 데드라인이 맞닥뜨린 홈즈는 결국 2013년 9월 제품을 출시한다. 창고에 처박혀있던 구형 에디슨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실제로는 지멘스의 분석기를 대신 사용했다. 이때 이미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90억 달러까지 도달해 있었다. 마지막 모금에서 투자받은 1억2500만 달러는 심지어 루퍼트 머독의 돈이었다. 그리고 머독이 소유한 신문이 테라노스를 저격하기 시작했다.

존 캐리루는 의학 블로그를 운영하는 애덤 클래퍼의 전화를 받고 추적을 시작했다. 8개월의 취재동안 비밀유지 각서를 쓰고 쫓겨난 숱한 해고자들을 만났다. 테라노스는 미국 최고의 로펌을 앞세워 협박하고, 감시와 아찔한 미행까지 불사했지만 캐리루는 위험한 사기극을 폭로했고 이 스캔들은 미국을 집어삼켰다. 몰락의 드라마는 언제나 흥미롭다. 낙폭이 클수록 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자의 소송은 진행 중이다.

▶인간 없는 자동차의 시대가 온다 『오토노미』

사진설명
로렌스 번스·크리스토퍼 슐건 지음 /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펴냄
“앞으로 사람이 차를 운전하는 것은 불법이 될 것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말이다. 인간이 이동하는 방식은 차가 등장한지 130년 만에 격변을 맞고 있다. GM에서 30년 넘게 연구개발 책임자로 일했고, 현재는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부 웨이모의 고문으로 있는 저자 로렌스 번스는 이 책에서 ‘제2의 이동 혁명’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이동 혁명이 인간의 실수 때문에 발생하는 연간 130만 명에 달하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를 90% 이상 줄어들게 만들 것이라 전망한다. 또한 호출하면 2분 안에 올 수 있는 무인 차량 공유 서비스를 통해 어디든 누구나 갈 수 있는 진정한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연간 4조 달러에 달하는 교통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720억의 자유 시간 역시 가질 수 있게 된다. 차량이동이 말 그대로 ‘서비스’가 되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날 이 시장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구글과 GM, 우버와 테슬라 등을 꼽으며 이들이 현재 도달한 기술을 소개한다. 시행착오를 거쳐 완전자율주행에 한 발짝 가까워지고 있는 기업들이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5호 (19.04.23)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