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위로와 감사의 여행-기꺼이 강원도

입력 : 
2019-04-17 15:05:27

글자크기 설정

2005년 낙산 화재 직후 양양을 여행한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과 웃음, 그리고 주민들과 주고받는 위로와 감사가 함께 했던 여행이었다. 대형 화재가 나도 일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직접 피해자들은 복구에 여념 없고, 지역 시민들은 자원봉사를 하거나 생업을 지속하며 살아간다. 여행지는 여전히 그곳에 있고, 이름난 맛집들도 담담하게 영업 중이다. 따뜻한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진심 어린 긍휼함이 함께 한다면, 이런 여행은 자신을 조금 더 자라게 해 주는 기꺼운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설명
설악산 비선대(위키미디어 ©Yoo Chung by)
▶속초시 설악산 권금성 권금성은 설악산을 여행하는 사람들 가운데 등산을 기피하거나 체력이 미진하거나 귀차니스트들이 제일 좋아하는 지점이다. 케이블카가 있기 때문이다. 권금성은 봄에는 진달래, 여름엔 짙은 신록이 눈을 부시게 하는 곳이다. 해발 700m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하면 외설악의 장엄한 절경과 속초 시내 풍경, 그리고 동해가 눈에 잡힌다. 오솔길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권금성 정상인 봉화대가 나온다. 꼭대기에 오르면 내설악까지 360도 모두를 조망할 수 있다. 권금성은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쉽게 오를 수 있지만, 봉화대 일대의 바위산은 바닥이 미끄러우므로 복장에 신경 쓰는 게 안전에 좋다. 권금성 여행을 끝내고 나면 승강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안락암’에 가 볼 것을 권한다. 눈 앞에 펼쳐지는 노적봉과 토왕성폭포, 뜨락에 우뚝 솟은 수령 800년 무학송 등을 보노라면 세상의 번뇌가 모두 씻어지는 느낌이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지상에 내려오면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찾아갈 수 있는 신흥사,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흔들바위, 울산바위 등도 만날 수 있다.

▷Info 권금성 케이블카 시간 9:00~17:30 요금 어른 1만 원, 37개월~초등학생 6000원 *사전 예약 불가능



사진설명
▶강릉시 오죽헌, 시립박물관 강릉에서 가장 예쁜 곳 반열에 오른 오죽헌은 사임당 신 씨의 외갓집이다. 사임당 신 씨는 몸 풀 때가 되자 외가에 와 지내며 이곳 몽룡실에서 율곡 이이를 낳았다고 한다. ‘몽룡실’이라는 이름은 율곡 이이가 태어나고 나서 붙여졌는데, 검은색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을 꾸고 애기를 낳았다 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지금 몽룡실에는 사임당 신 씨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뒤뜰로 나가보면 대나무숲이 있는데, 희한하게도 대나무 색깔이 검은색이다. ‘검을 오, 대 죽’을 써서 이 집의 이름을 ‘오죽헌’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오죽헌은 조선 시대 귀족의 주택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규모는 작지만 꼼꼼히 들여다 보면 독특한 가옥 구조를 살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오죽헌 뒤로는 율곡기념관, 강릉시립박물관 등 더 많이 시설들이 있으니 천천히 조선의 귀족과 문화, 그리고 강릉 지역의 민속을 음미해 보는 것도 좋겠다.

▷Info 오죽헌 시간 9:00~17:00(문 닫는 시간 오후 6시) 요금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사진설명
촛대바위, 해암정
▶동해시 추암해수욕장 명품 해맞이 해안선으로 꼽히는 추암해수욕장. 이곳의 대표 경관은 역시 촛대바위다. 거북바위, 부부바위, 형제바위, 두꺼비바위,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이 온갖 형상을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촛대바위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다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 조선시대 도제찰사로 있던 한명회가 이곳의 경관에 감탄한 나머지 미인의 걸음걸이를 비유하여 ‘능파대’라 명명하기도 했다. 촛대바위 초입 바닷가에는 한옥 유물 한 채가 고고하게 서 있다. 바로 해암정이다. 해암정은 고려 공민왕 10년(1361년)에 집현전 제학이었던 심동로가 관직에서 물러나 후학 양성을 위해 건립한 일종의 자발적 사립학교이다. 이토록 풍광 좋은 곳에서 공부하고 뛰어놀았을 그때 그 인류의 족적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숱한 사람들과 이어지고 있다.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5호 (19.04.23)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