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축제의 주인공인 인테리어 제품을 통해 국내 브랜드의 인기도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경향도 딱히 읽히지 않는다. 사실 한국형 리빙 브랜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과거의 전통을 간직한 채 미니멀한 방식으로 디자인을 변주하는 브랜드. 보통 우리나라 고유의 자원과 장인들의 솜씨를 바탕으로 한 목기, 도자기 등을 모던하게 제안한다. 이들의 경우 한국의 미가 살아 있고 그 아름다움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우아하고 단아해 좀더 젊고 재기발랄한 디자인이 나올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하나는 해외의 잘나가는 브랜드를 벤치마킹해 현지화한 케이스. 하지만 해외 직구와 글로벌 브랜드의 직진출 등으로 ‘원조’를 구입하기 쉬워진 세상이라 ‘글로벌 디자인 벤치마킹’은 이미 경쟁력이 약화된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한국형 리빙 디자인 브랜드는 고유한 개성으로 국내외 경쟁력을 갖춘 모습이겠다. 말만 들어도 고난이도 미션이라 소규모 브랜드가 뚝심 있게 날을 세우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에게 리빙페어라는 거대 장터는 이제껏 쌓아 놓은 실력을 드러낼 한 방이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구경꾼들에게 목소리를 한껏 높여 브랜드를 홍보할 기회다. 사실 축구장 7배가 넘는 공간을 휘젓고 다니다 보면 미로를 헤매는 것 같아, 이런 류의 작은 혹은 신진 브랜드들은 따로 모아 하나의 골목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대형 브랜드 관은 크기에 압도되어 기억에 남고, 해외 유명 브랜드 부스는 간판만으로도 발길이 가는데, 국내 신진 브랜드는 인지도가 낮으니 힘을 모아 소비자 눈도장을 한 방에 받도록 장치하면 어떨까. 크든 작든, 수입이든 국내산이든, 각각 모두 아름답고 소중한 가구들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한층 더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방식은 이런 페어를 통해 늘 좋은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으니. 모아 놓고 보면 뭐가 좋은지, 뭐가 부족한지도 금세 알게 될 거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레스 오디너리, 타월로지스트, 일상직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5호 (19.04.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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