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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한국형 리빙 디자인 브랜드에 박수를

입력 : 
2019-04-17 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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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리에 막을 내린 ‘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한 회 관람객 30만 명 이상이라는 엄청난 데이터가 증명하듯 그 인기가 상당하다. 삶의 공간을 미적으로 꾸미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중요한 산업의 루키가 될 내셔널 브랜드의 반짝이는 행보를 기대해 본다.

사진설명
『행복이 가득한 집』, 『월간미술』 등을 발행하는 디자인하우스에서 리빙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대중에게 선보이는 거대한 이벤트를 연 지 어언 25년. 처음만 해도 인테리어라는 개념이 화성 탐사만큼이나 생소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삶의 둥지를 자신의 취향과 편의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홈케이션, 케렌시아, 워라밸 등 개인의 행복지수를 최우선으로 하는 개념은 나날이 진화해 왔고, 리빙페어에 관심 또한 증폭됐다. 이는 관객 수로 증명되는데, 지난 2016년 27만 명을 돌파한 이래 매년 그 수가 증가해 작년엔 3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거대한 축제엔 국내외 유명 브랜드부터 활기 띤 스타트업까지 다양하게 참여했는데, LG전자, 스멕, 프리츠 한센, USM등 유명 대형 브랜드의 위풍당당한 부스들 사이로 개성 있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공간이 알차게 자리했다. 아쉽게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큼 규모가 크진 않다. 국내 브랜드라면 오히려 리빙페어의 깍두기 같은 먹거리 쪽에 관객들이 몰린다. ‘지새우고’, ‘꿀건달’처럼 국산 천연 먹거리를 정성으로 조리해 식탁에 올리는 젊은 브랜드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맘이 흐뭇해지니까.

이 축제의 주인공인 인테리어 제품을 통해 국내 브랜드의 인기도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경향도 딱히 읽히지 않는다. 사실 한국형 리빙 브랜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과거의 전통을 간직한 채 미니멀한 방식으로 디자인을 변주하는 브랜드. 보통 우리나라 고유의 자원과 장인들의 솜씨를 바탕으로 한 목기, 도자기 등을 모던하게 제안한다. 이들의 경우 한국의 미가 살아 있고 그 아름다움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우아하고 단아해 좀더 젊고 재기발랄한 디자인이 나올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하나는 해외의 잘나가는 브랜드를 벤치마킹해 현지화한 케이스. 하지만 해외 직구와 글로벌 브랜드의 직진출 등으로 ‘원조’를 구입하기 쉬워진 세상이라 ‘글로벌 디자인 벤치마킹’은 이미 경쟁력이 약화된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한국형 리빙 디자인 브랜드는 고유한 개성으로 국내외 경쟁력을 갖춘 모습이겠다. 말만 들어도 고난이도 미션이라 소규모 브랜드가 뚝심 있게 날을 세우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에게 리빙페어라는 거대 장터는 이제껏 쌓아 놓은 실력을 드러낼 한 방이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구경꾼들에게 목소리를 한껏 높여 브랜드를 홍보할 기회다. 사실 축구장 7배가 넘는 공간을 휘젓고 다니다 보면 미로를 헤매는 것 같아, 이런 류의 작은 혹은 신진 브랜드들은 따로 모아 하나의 골목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대형 브랜드 관은 크기에 압도되어 기억에 남고, 해외 유명 브랜드 부스는 간판만으로도 발길이 가는데, 국내 신진 브랜드는 인지도가 낮으니 힘을 모아 소비자 눈도장을 한 방에 받도록 장치하면 어떨까. 크든 작든, 수입이든 국내산이든, 각각 모두 아름답고 소중한 가구들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한층 더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방식은 이런 페어를 통해 늘 좋은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으니. 모아 놓고 보면 뭐가 좋은지, 뭐가 부족한지도 금세 알게 될 거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레스 오디너리, 타월로지스트, 일상직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5호 (19.04.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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