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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천지개벽] (11) 서울 염창동 | 9호선 출퇴근·목동 인프라 공유하는 한강변

  • 정다운 기자
  • 입력 : 2019.04.15 09:34:02
지난 3월 말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서구 염창동 ‘e편한세상염창’ 단지 전경.

지난 3월 말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서구 염창동 ‘e편한세상염창’ 단지 전경.

서울에서도 ‘변두리’ 취급받던 강서구 염창동에 최근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대가 재조명받고 있다. 지하철 황금노선인 9호선 이용이 가능한 데다 인근 목동 인프라를 누릴 수 있고 한강변 입지가 부각되면서 염창동을 달리 보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서울의 가장 서쪽 강서구의 옛 소금창고 터. 염창동(鹽倉洞)이라는 지명은 과거 서해에서 채취한 소금을 보관하던 소금창고(염창)에서 유래했다. 서해안 바닷길을 통해 마포나루까지 소금을 옮기다 보면 소금이 비를 맞아 유실되고는 했는데 염창에 임시로 하역했다 한다. 이제 소금길은 완전히 사라졌고 염창 터였던 우성2차 아파트 담벼락 한구석에 표지석만 남아 있다.

염창동은 1960년대 초반까지 경기도 김포군 양동면 염창리였다. 1963년 1월 1일 행정구역 개편 때 영등포구에 편입돼 양동출장소가 설치됐는데 이때부터 염창동으로 불렸다. 1967년부터 영등포구 직할이 됐다.

서울에 편입되기는 했어도 염창동 일대는 1977년 강서구가 영등포구에서 분리되기 전까지 신작로(공항대로)가 있는 한적한 동네였다. 대신 강서구 내 여느 지역과는 달리 교통 여건이 좋아서 1968년 제일제당공업의 미풍 김포공장이 옆 동네 가양동에 들어섰고 이후부터 빠르게 공업지역으로 변모해갔다. 1980년대 중반부터 한강 종합개발사업으로 염창동 관내 한강변에 제방이 만들어졌고 올림픽대로가 개설되면서 택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가양지구 도시개발로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고 이 영향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염창동에도 대형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섰다. 현재는 염창동 관내의 70%가 아파트 단지다.

▶마곡지구·여의도·강남 출퇴근 편리

그럼에도 과거에는 딱히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은 지역은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새 아파트 공급이 뚝 끊겼다. 아파트가 이미 꽤 많은 데다 소형 평형으로 이뤄진 15층 안팎 중층 단지가 대부분이라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지도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지하철 9호선 노선이 확정되면서 호재를 맞았지만 이미 아파트가 잔뜩 들어서 있었던 탓에 새 아파트 공급이 없는 채로 시간이 흘렀다. 최근 14년여 만에 염창동에 입주한 ‘e편한세상염창’이 주목을 받은 이유다.

지난 3월 말 공사를 마친 e편한세상염창은 염창1구역을 재건축해 지은 아파트로 지상 최고 20층, 6개 동, 총 499가구 규모다. 단지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일대에서는 14년여 만에 들어선 새 아파트다. 전용 51~84㎡의 중소형 평형으로만 이뤄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59.88㎡ 분양권은 지난해 8월 8억4450만원(20층)에 팔린 이후 거래가 뚝 끊겼다. 집주인이 팔기 위해 내놓은 매물 호가는 8억6000만~9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 2016년 12월 분양 당시 가격이 5억원 중반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3억원 이상 올랐지만 이후 시세를 가늠할 만한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같은 아파트 전용 84.63㎡ 분양권 역시 지난해 10월 10억4053만원(5층)에 팔린 이후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최근 호가는 9억6500만~10억원 중반대로 지난해 말 이후 소폭 낮아졌다. 다만 이 역시 최초 분양가(약 6억8000만원)에 비해 3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e편한세상염창 조합원 입주권이 분양권에 비해 좀 더 싸다. 염창동 부동산 A관계자는 “조합 입주권은 소유권 이전 절차 등의 시기와 맞물려 일반분양권보다 3000만~4000만원 정도 더 싸게 매물이 나와있다. 8억3000만원에 입주권을 내놓은 조합원이 가격을 소폭 조정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고 귀띔했다.

이제야 새 아파트가 입주하며 주목받지만 염창동은 주거지로서 장점을 두루 갖춘 지역이다.

첫째, 우선 교통환경이 우수하다. 여의도, 강남 등 총 55개 노선으로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버스 중앙차선 정류장이 가깝다. 염창동을 끼고 공항대로와 올림픽대로가 위치해 서울은 물론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수월하다. 한때 단점으로 꼽혔던 대중교통 역시 2009년 일찍이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하며 해결됐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급행 정거장인 염창역을 이용하면 여의도역까지 8분, 신논현역까지 23분이면 도착한다. 꼭 급행이 아니더라도 염창동 어느 단지에서든 5~10분 내 9호선 증미역, 등촌역, 염창역을 이용할 수 있어 지하철역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둘째, 교통이 편리하다 보니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9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배후수요라고 보면 된다.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 9호선은 마곡지구, 여의도, 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를 모두 지나 ‘황금노선’으로 통한다. 특히 강서구 마곡지구에는 LG, 코오롱, 롯데를 비롯한 56개 기업이 입주를 완료했고 앞으로 96개 기업이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라 염창동 주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마곡지구에 산업단지가 모두 조성되고 나면 염창동으로 넘어오는 배후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배후수요가 탄탄하고 상권이 오래된 데 반해 신규 공급은 많지 않아 집값이 부동산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며 “강남이나 목동 집값에 부담을 느끼는 실수요자가 ‘가성비’ 좋은 주거지를 찾아 오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염창동 아파트값이 여느 지역보다 저렴한 것은 맞다. 직방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강서구 전체 평균 아파트값은 3.3㎡당 2143만원, 염창동 평균 아파트값은 3.3㎡당 2036만원이다.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값이 3.3㎡당 2701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염창동 아파트값이 서울 평균 대비 20% 이상 저렴하다. 인근 양천구 목동 아파트값은 3.3㎡당 3194만원,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값은 3.3㎡당 3532만원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에 비해 목동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입지를 갖췄다. 목동 학원가가 멀지 않은 점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장점으로 꼽힌다. 일찍이 주거지로 자리 잡은 덕분에 이마트 가양점,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물론 다양한 편의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다. 이외에 한강과 용왕산근린공원이 가까운 만큼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은 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염창동 부동산이 당장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낸다. 최근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침체된 주택 거래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급매물도 증가하는 추세라서다.

실제로 2017년 말 1662만원(전년 대비 11.4% 상승), 지난해 말 2029만원(전년 대비 22.1% 상승)이었던 염창동 평균 아파트값은 올 초 소폭 오른 이후 시세가 주춤한 상태다. 매매가격이 급등한 데 비해 전세가격은 2017년 말 3.3㎡당 1258만원에서 2018년 말 1281만원으로 올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아파트값 추가 상승 여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김광석 이사는 “서울 평균 대비 아파트 시세가 저렴하고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는 지역이라 아파트값 하락 요인은 적다”면서도 “다만 중층 이상 아파트가 밀집돼 있고 단지별 규모가 작아 재건축 등 집값을 추가로 끌어올릴 만한 개발 재료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3호 (2019.04.10~2019.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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