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흑석뉴타운 얼마나 대단하길래-신흥 강남으로 급부상…웃돈만(흑석9구역) 5~8억원

  • 정다운 기자
  • 입력 : 2019.04.15 09:34:11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올인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흑석동 한강변에 입주한 ‘아크로리버하임’ 단지 전경.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올인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흑석동 한강변에 입주한 ‘아크로리버하임’ 단지 전경.

최근 서울에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동네가 있다면 단연 동작구 흑석뉴타운이다. 지난 3월 29일 사퇴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10억원 넘는 은행 대출을 내서 샀다는 25억원짜리 재개발 건물이 이곳 흑석뉴타운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이어 고강도 규제를 내놓은 상황에 전 청와대 대변인이 ‘베팅’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일대에서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끊겼던 실거래가 재개되는 등 흑석뉴타운 기세가 무섭다.

김 전 대변인이 샀다는 건물은 흑석9구역 내 상가주택이다. 1층에서 월세 165만원이 나오고 술집이 있던 2층은 세입자가 없는 공실 상태다. 김 전 대변인은 이 건물을 25억7000만원에 샀다. 은행에서 10억2000여만원을, 형제·자매에게서 약 1억원을 빌렸다고 전해진다. 교사였던 부인의 퇴직금 2억원과 관사에 들어가기 전 살았던 전셋집 보증금 약 4억원, 건물 세입자 보증금 2억원도 들어갔다.

은행 대출이자만 매월 약 300만원(담보대출금리 3.42% 적용), 연 3600만원가량. 언뜻 봐도 무리한 매입을 김 전 대변인이 강행한 이유는 흑석9구역 재개발 사업성 때문이다.

흑석9구역에는 지하 7층~지상 28층짜리 총 1536가구의 아파트 단지 ‘흑석시그니처캐슬’(2023년 4월 예정)이 들어선다. 여기서 재개발조합원인 김 전 대변인은 20~30평대 아파트 2채와 상가 1채, 또는 더 넓은 40평대 아파트 1채와 상가 1채를 받을 수 있다. 단, 상가 당첨 경쟁률은 2 대 1. 여기서 김 전 대변인은 탈락하더라도 16억원가량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흑석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흑석9구역 41평형 아파트 조합원 예상 분양가는 약 8억8000만원이지만 입주권에 이미 웃돈 수억원이 붙어 있다”며 “41평형 아파트 시세는 17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같은 지역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김 전 대변인의 ‘올인 투자’가 알려지면서 하루 종일 문의 전화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매매거래가 뚝 끊긴 상태였는데 최근 흑석9구역 급매물이 7~8건이나 거래됐다”고 전했다.

▶리버하임·에듀포레 분양가 대비 2배

흑석9구역은 지난해 5월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GS건설과 롯데건설의 샅바 싸움이 치열했던 곳이기도 하다. 시공사 선정이 임박한 지난해 5월 흑석동 일대에 ‘기호 1번 자이’ ‘기호 2번 롯데캐슬’ 입간판이 늘어선 모습은 지방선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당시 GS건설은 흑석9구역을 ‘제2의 반포자이’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롯데건설(시공사 선정) 역시 ‘흑석시그니처캐슬’을 한강변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꼭 흑석9구역이 아니더라도 흑석뉴타운 자체가 입지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한강을 접한 데다 ‘황금노선’으로 통하는 지하철 9호선이 지나는 덕분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접근성이 좋다. 중앙대를 비롯해 흑석초, 중앙사대부속초 등이 있고 버스로 3~4정거장이면 노량진 학원가가 나온다. 한강대교를 건너면 바로 용산으로 이어져 이마트 용산점, CGV용산아이파크몰 등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저층 노후 주택이 즐비한 곳이라던 그간의 흑석동 이미지는 최근 고층 새 아파트가 속속 입주하면서 단번에 바뀌었다. 특히 새로 입주한 아파트 분양권·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재개발을 진행 중이던 다른 구역 역시 사업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아크로리버하임’(흑석7구역) 전용 84㎡는 공급 당시 일반분양가가 약 7억8000만원이었는데 입주를 앞둔 지난해 10월 분양권이 16억원(15층)에 팔렸다. 이후 입주가 마무리되고 나서는 거래가 뚝 끊겼지만 최근 층·향·타입에 따라 16억~18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고 15억5000만원에 나온 급매물도 있다. 같은 시기 입주한 ‘롯데캐슬에듀포레’(흑석8구역) 역시 전용 84㎡ 로열층 매물이 12억~13억원에 나와 있다. 공급 당시 평균 5억8900만원에 분양된 아파트로, 최초 분양가보다 2배 뛴 셈이다.

현재 흑석뉴타운은 총 11개 촉진구역으로 나뉘어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4~8구역은 이미 아파트 입주가 끝났다. 1·2구역은 아직 조합도 설립되지 않은 상태라 사실상 3·9·11구역 위주로 투자를 위한 매매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자이’ 아파트 1772가구가 들어서는 흑석3구역은 일반분양을 앞두고 철거 중이며 흑석11구역은 한국토지신탁을 대행사로 선정해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흑석뉴타운 재개발이 마무리되고 1만3000여가구의 새 아파트촌(村)이 조성되면 서초·반포동과 함께 고급 주거벨트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급등세로 피로감이 누적된 만큼 추격 매수자가 챙길 이익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총평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3호 (2019.04.10~2019.04.1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