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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성장통 겪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리포커스로 부활

  • 입력 : 2019.04.15 09:34:43
지난 2월 마지막 날, 스타벅스는 도쿄 나카메구로에 리저브 로스터리(Reserve Roastery) 매장을 오픈했다. 총 4층, 900평의 축구장 절반에 가까운 세계 최대 매장으로 시애틀, 뉴욕, 상하이, 밀라노에 이어 로스터리 5호점이다.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내부는 원두를 볶고 커피를 추출하는 거대한 장비들이 즐비하고 천장 아래 관을 따라 원두가 이동한다. 흡사 대형 커피 공장이나 극장 같은 모습이다. 세계 주요 도시에 초대형 로스터리 매장을 열고 있는 스타벅스는 브랜드 초점을 프리미엄 커피로 맞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커피로의 집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이후 공격적인 매장 확장으로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리자 2008년 구원투수로 복귀한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는 영혼을 상실한, 커피를 대량생산하는 거대 브랜드”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다시 커피로 돌아가자(Refocus on coffee)’는 전략을 추구했다. 매장 600여개를 폐점하며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했고, 메뉴도 커피 중심으로 재정비했다. 스타벅스는 2010년 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하며 성장세를 회복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또 다른 실험을 시도했다. 저녁 시간에 알코올 음료와 안줏거리를 판매하는 ‘이브닝(Evenings)’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 고객이 낮에는 커피를, 밤에는 맥주와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시를 낭독하거나 재즈를 연주하는 매장도 생겼다. 이브닝 매장은 미국,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400여개까지 확장됐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스타벅스 고객들은 저녁시간에도 조용하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독서하기를 원했다. 충성고객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또 술과 음식을 직접 가져다주는 테이블 서비스는 커피를 판매하는 카운터 서비스와 충돌되는 운영상의 문제도 발생했다.

2017년 이브닝 사업은 철수됐다. 스타벅스의 새 수장이 된 케빈 존슨은 다시 커피에 집중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하이엔드 커피 서비스를 지향하며 고객 체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매년 국가별로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를 열어 지식과 기술, 창의력을 고루 갖춘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브랜드 포커스를 다시 한 번 커피로 되돌린 것이다.

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초점을 잃기 쉽다. 제품과 사업 수를 늘리고 고객층을 확대하면 개성과 정체성이 흐려지는 브랜드 희석(Brand dilution)이 나타난다. 산티아고 갈리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 교수는 “충성고객이 이탈할 때는 고객이 아닌 기업이 먼저 이별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가 고객 기대와 서서히 멀어진 탓이다. 노선을 이탈하고 고유성을 상실한 기업은 브랜드 본질에 초점을 다시 맞추는 리포커스(refocus)를 통해 성장 궤도에 다시 오를 수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 버버리가 과도한 확장으로 프리미엄 가치를 잃었을 때 부활의 단초가 된 것도 브랜드 명성의 근간이었던 트렌치코트였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전통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 미래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2018년 12월 ‘우버이츠(Uber Eats)’와 계약을 체결해 커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버버리는 트렌치코트를 젊은 층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하고 20대 할리우드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현대적이고 활동적인 브랜드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이뤄진 차별화와 혁신이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한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4호 (2019.04.17~2019.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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