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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alk] 진통 이겨낸 최수영, ‘진짜 배우’가 되기까지 | 외롭고 힘들 때 찍은 영화 원작자 칭찬에 감동받아

  • 양소영 기자
  • 입력 : 2019.04.15 09:37:16
영화사 조아 제공

영화사 조아 제공

세계적인 걸그룹 소녀시대가 아닌 배우로 마주한 최수영(29)은 예상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스크린 데뷔작 ‘막다른 골목의 추억’(감독 최현영)을 선보이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무사히 성장통을 이겨냈기에 성공적인 첫발이 스스로도 대견한 듯했다.

지난 2017년 오랜 가족이었던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에코글로벌그룹에 새 둥지를 튼 수영은 소녀시대 타이틀을 잠시 내려두고 배우로서 본격적인 걸음을 내디뎠다. 유명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일 합작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으로 스크린에 데뷔하게 된 것.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그리고 경험에 목말라 있던 그에게 스크린 진출은 그야말로 꿈같은 기회였단다.

영화는 장거리 연애 중인 연인을 찾아 무작정 낯선 도시로 떠난 유미(최수영 분)의 이야기다. 어렵게 남자 친구를 만났지만 예상치 못한 사실에 절망에 빠지는 유미. 하지만 현지에서 우연히 들른 한 막다른 골목의 카페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치유를 받는다.

“일본 올로케이션이라는 점에서 두려운 만큼 설렘도 컸어요. 무엇보다 낯선 환경에서 나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뜻 하겠다고 했죠. 지금까지 주목받는 소녀시대로 지내며 ‘해명해야 하는 삶’에 지쳐 있었다고 할까요? 어쩌면 외롭고 힘들었던 시기에 만난 ‘막다른 골목의 추억’ 덕분에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사춘기’ ‘외로움’ ‘슬럼프’. 모두 화려한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단어다. “남모를 고민이 많았었나 보다”라고 하니 “유독 오해를 많이 받는 편이라 이 세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심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그런 아픔이 영화를 찍으면서 치유가 되고 힐링이 되더라”라는 답으로 돌아왔다.

“평소 계산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진심이 잘못 전달될 때가 많았어요. 전에는 일일이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을 납득시키려 노력했죠. 그러다 서서히 지쳐갔고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해줄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더 이상 무작정 해명만 하는 삶은 살기 싫었고요. 제가 연기한 여행객 유미처럼 저도 낯선 공간에서 그런 내 안의 고민에 대해 위안을 얻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럼에도 첫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부담도 상당했을 터. 최수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유미를 따라가는 영화라 몸짓 하나라도 튀어 보이면 어쩌나 싶더라. 무엇보다 사람들이 가짜라고 느끼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의상, 대사, 몸짓, 표정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신경 쓰며 노력했어요.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나눴고 한국 제작진과 일본 배우 다나카 슌스케 사이에서 통역사 역할을 하면서 ‘함께’ 작업하는 느낌도 받았고요.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배운 것이 많았어요. 부담감이나 두려움이 어느새 사라질 정도로 행복하고 즐거웠죠.”

12살 때 일본에서 먼저 데뷔하며 배운 일본어가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소녀시대 전에 일본에서 먼저 데뷔해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막연하게 ‘일본에서 연기하면 어떨까’도 싶었다. 그런데 정말 현실이 됐다. 일본 팬에게도 소녀시대가 아닌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다. 어떤 이유로든 정말 하기를 잘했다”며 기뻐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원작자인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님의 칭찬이었어요. ‘대단한 배우’라며 일본에서 꾸준히 연기해줬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주셨는데 몸 둘 바 모를 정도로 부끄러우면서도 벅찬 감동이 사라지지를 않더라고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제 인생의 지워지지 않을 한 챕터처럼 아주 소중하게 간직될 거예요. 또다시 힘들 때, 혹시나 저도 모르게 열정을 잃어갈 때쯤 꼭 다시 열어보고 싶은 그런 작품입니다.”

[양소영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skyb184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4호 (2019.04.17~2019.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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