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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500만원대 회복-가짜뉴스 아니었어? 이유 있는 가격 반등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04.15 09:37:35
  • 최종수정 : 2019.04.15 10:26:30
“가격이 최고의 홍보 수단이다.”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투자자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의 명언이다. 소외주라 해도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 유명세를 치른다는 말이다. 암호화폐가 딱 이렇다. 연초만 해도 관심 밖으로 사라졌던 암호화폐가 최근 급등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이 4월 들어 급등세를 보였다. 1월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300만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다 만우절 직후 갑자기 500만원대를 돌파하더니 4월 10일 이후에는 600만원 선에서 계속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반년도 안 돼 약 50% 이상 오르다 보니 국내 투자자 관심도 그만큼 뜨거워졌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행사인 디코노미에서 루비니 뉴욕대 교수(사진 왼쪽)와 비탈릭 이더리움 창시자가 날 선 토론을 벌였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행사인 디코노미에서 루비니 뉴욕대 교수(사진 왼쪽)와 비탈릭 이더리움 창시자가 날 선 토론을 벌였다.

▶만우절 해프닝인가?

▷이후에도 계속 고공행진 아리송

비트코인이 급등세를 보인 것은 만우절을 하루 넘긴 4월 2일이다. 중국계 암호화폐거래소 9곳은 물론 선물 거래 전문 비트멕스에서 일제히 비트코인 거래량이 폭증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는 바람에 올랐다는 설이 분분했다. 중국은 시차 때문에 조금 늦게 이 소식을 받아 추가 매집하다 보니 4월 2일에서야 걷잡을 수 없이 상승했다는 설도 있다.

블록체인 미디어 BTC원더랜드도 “중국 SNS에서는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가짜뉴스로 밝혀졌음에도 계속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김진형 코인원 팀장은 “만우절 이후 국내에서 열린 디코노미 행사에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간 공개 토론이 큰 화제를 모았다. 자연스레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가격에도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루비니 교수와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토론에서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전혀 상반된 견해를 내비치며 업계 관계자는 물론 각국 금융당국의 비상한 관심을 유도했다.

이 자리에서 루비니 교수는 “탈중앙화를 주장하는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더 중앙화됐다. 가치 저장 기능도 없고 관리 비용도 많이 든다. 암호화폐공개(ICO)는 사기며 가격 조작도 심하다. 워시트레이드(자전거래)를 비롯한 불법행위도 많다. 거품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부테린은 “암호화폐를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암호화폐가 현재 금융 시스템에 도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제는 결제도 30초 만에 이뤄진다. 시간이 흐르면 시스템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며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를 자연스레 쓸 수 있다. 오히려 암호화폐는 금융의 독과점과 정부 검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각국 정부 규제에도 다국적 기업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암호화폐 거래 시장 재활성화 가능성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싱가포르 ICO 컨설팅 기업 젠가K의 안태현 대표는 “순수 스타트업의 ICO가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탄탄한 사업 모델과 현금 보유력을 갖춘 대기업 문의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구글, 한국의 카카오나 네이버 라인 같은 대기업 혹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블록체인 쪽 투자와 진출을 늘리고 있다. 이는 새로운 암호화폐 이용자가 대거 늘어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암호화폐거래소도 이런 긍정적인 방향에 맞춰 관련 화폐가 반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등 전통적인 금융사들이 최근 블록체인에 투자하거나 관련 금융상품 개발을 암시하는 여러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은 좀 더 면밀하게 움직인다. 지난해 4월에 세운 블록체인 전문업체 언블록을 통해 암호화폐 ‘링크’를 만들었고 이를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박스, 자체 블록체인 ‘링크체인’ 기반 생태계 안에서 결제·거래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 내에서 게임, 음악, 쇼핑 등에 이를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수급 측면, 즉 수요와 공급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트코인도 일종의 금융상품으로 인식하는 투자자가 많다. 금융상품 가격 결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수급 측면에서 현재 ‘지금이 바닥’이라 인식하는 투자자가 이번 기회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대세다. 실제 4월 초 유럽 거래소에서 단번에 1000억원가량 비트코인 거래가 이뤄지면서 이런 해석에 힘을 싣기도 했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은 “한정된 비트코인 채굴량으로 공급은 제한적인데 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본다. 만우절의 잘못된 기사는 오히려 이런 매수 세력에 시장 진입의 핑계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이왕 오른 것 굳이 팔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이 300만원대에서 단기간 내 600만원까지 오른 것은 결국 이런 매수 세력이 그만큼 탄탄하게 시장을 받치고 있다는 방증이란 설명이다.

분산투자 차원에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금시세가 오른 이유와 궤를 같이한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세계 경제가 ‘R’의 공포, 즉 침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그러자 안전자산인 금으로 돈이 몰리면서 최근 6개월 사이에 금가격이 올랐다.

마찬가지 이유로 암호화폐 업계에서 사실상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비트코인에도 이 같은 투자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김진형 팀장은 “만우절 이후에도 해외 뉴스에서 런던증권거래소의 비트코인 ETF 거래, 스위스 증권거래소 SIX그룹(SIX-Group)이 시가총액 3위에 달하는 암호화폐 리플(XRP) 기반의 상장지수상품(ETP·Exchange Traded Product)을 상장한다는 소식 등이 잇따라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재 많지만 그래도 불안

▷중국, 채굴업체 규제 더욱 강하게

한편에서는 명확하게 비트코인 가격의 등락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르고 나서야 긍정적인 뉴스를 바탕으로 끼워 맞추기식 해설을 내놓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팽배하다. 게다가 루비니 교수 말대로 여전히 등락 폭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화폐’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 금융당국이 블록체인 산업은 육성하면서도 암호화폐 관련 거래는 잠정적으로 줄어들도록 유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암호화폐 거래에 관심이 많은 중국 시장과 달리 중국 정부가 일관되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변수다. 중국 정부는 이미 자국 내 암호화폐거래소 운영을 금지했다. 이에 더해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19년 산업 구조조정 지도 방침’에서 암호화폐 채굴 산업을 ‘도태 산업’으로 공식 지정했다. 도태 산업은 사실상 인허가를 비롯한 각종 사업상 정부가 성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엄포다. 인민은행도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시장은 암호화폐로 거품이 꼈다며 법정화폐 위상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강경 방침이 나올 때마다 암호화폐 시장은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던 만큼 향후 각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계속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부 시장 참여자는 당분간 암호화폐 시세만큼은 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신근영 회장은 “금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금의 10%에 해당되는 비트코인을 매입한다는 전제를 깔아보자. 금의 가치를 8조달러로 예측한다면 비트코인 가치는 약 8000억달러(약 820조원)가 된다. 비트코인의 채굴량 2100만개 중 분실 예상분을 제외하고 대략 2000만개로 잡았을 때 1비트당 4만달러의 가치까지는 오를 여지가 있다. 어디까지나 추정일 수 있지만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고 봤을 때 비트코인의 가격은 예상 외로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4호 (2019.04.17~2019.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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