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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가 답이다] (2) 글로벌 부동산 투자 각광 | 안방에서 뉴욕 빌딩 사볼까…직접투자 후끈

  • 류지민 기자
  • 입력 : 2019.04.15 09:38:01
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세미나실에서 열린 ‘베트남 부동산 투자설명회’. 사전예약 필수에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인터넷 화상 시스템을 활용한 현지 분양 상품 소개가 진행되자 이곳저곳에서 나지막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투자 시 외환 송금 절차와 부동산 구입 때 알아야 할 법률·회계 상식 등에 대한 설명 시간에는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받아 적는 참가자들의 열기로 세미나실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주부 김옥경 씨(48)는 “요즘 투자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 부동산 시장을 모르면 트렌드에 뒤처진 사람 취급을 당한다. 그동안은 펀드를 주로 이용했는데 최근에는 현지 투자를 중개해주는 업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직접투자도 고려 중이다. 단체 시찰단에도 참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와 증시 부진에 지친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수요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펀드(공모·사모 모두 포함)의 월별 판매 규모는 올해 1월 기준 38조4694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부동산 펀드 71조9759억원의 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가 국내 부동산을 넘어선 이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중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 붐에 힘입어 최근에 나오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나오는 족족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2월 한국투자증권은 밀라노 지역 사무용 빌딩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밀라노부동산투자신탁1호’를 선보여 사흘 만에 모집금액 546억원을 모두 채웠고, 이어 현대자산운용이 처음으로 내놓은 공모펀드 ‘현대유퍼스트부동산25호’도 출시 5일 만에 모집(338억원)을 완료했다. 과거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사모펀드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자산가나 기관투자자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신상 공모펀드를 선보이면서 투자 기회가 크게 늘었다.

배당과 매각차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의 고층 빌딩.

배당과 매각차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의 고층 빌딩.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완판 행진

▷1년 수익률 10% 육박…소액 투자 가능

최근 해외 부동산 펀드가 급부상한 것은 정부의 국내 부동산 시장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고, 증시 변동성 확대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해외 부동산의 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해외 부동산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외국에 있는 빌딩이나 호텔, 물류시설 등에 투자한 뒤에 임대료 등으로 거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부동산 실물에 투자해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얻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개발사업 PF 대출에 투자하고 대출이자를 수익으로 얻는 구조도 있다. 최근에는 다른 운용사 펀드를 여러 개 담아 운용하는 재간접 펀드도 나온다.

부동산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는 전문가가 운용해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 없이도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경우 통상 배당수익률만 6~7%에 달한다. 여기에 매각차익까지 더하면 은행 금리의 몇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44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9.65%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9.73%), 해외 주식형(0.1%), 국내 채권형(3%) 등을 크게 웃돈다.

최근 1년 수익률 기준 가장 높은 성적을 낸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로 무려 26.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프라임오피스빌딩’에 투자한다. 펀드로 조달한 1470억원에 현지 대출 1700억원을 보태 빌딩을 산 뒤 입주 기업의 임대료를 투자자들에게 분배한다. 미국 손해보험사 스테이트팜과 맺은 20년 장기 임차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부동산 투자는 향후 매각을 통한 매매차익을 노린다. 반면 해외 부동산 펀드는 보유 기간 중 배당 형태로 현금흐름이 나오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이라며 “절세 효과와 더불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의 성장성도 매력적이다. 1년 이상 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44개 가운데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상품은 3개에 불과하다. 전체의 75%가 1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해외 부동산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 부동산은 이미 가격이 너무 올랐고 정부의 중과세 정책이 맞물려 매력이 크게 감소했다. 실제 미국 부동산 연구단체 ULI(Urban Land Institute)가 발표한 ‘2018 아시아 태평양 도시의 부동산 투자전망’ 보고서에서 서울의 투자전망지수는 22개 도시 중 19위로 최하위권에 랭크됐다. 한때 주요 투자처로 꼽히던 서울은 ‘매각’ 추천 지역으로 분류되는 굴욕을 당했다.

최민성 ULI코리아 대표는 “현재 서울은 오피스나 상가는 과잉 공급이고 주택은 공급이 부족하지만 정부 정책 등의 이유로 기복이 너무 심해 수익률을 맞추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호찌민과 시드니, 싱가포르, 자카르타 등이 유망 투자처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개업체를 통해 해외 부동산 직접투자에 나서는 사람도 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3억~4억원이면 중심 지역 부동산 투자가 가능해 각광을 받는다. 직접투자의 경우 리스크는 높아지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베트남 호찌민의 경우 토지 가격은 2017년 말과 비교해 50~100% 올랐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는 연간 10~15%의 상승률을 보인다.

▶대박보다는 안정적 수익에 초점

▷청산 위험·환차손 여부 꼼꼼히 살펴야

해외 부동산 투자가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고는 있지만 무턱대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포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투자의 경우 현지 사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외국인 투자 제한 여부, 환차손 문제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국내에 비해 상품군이 다양한 편이다. 투자자가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안목을 갖췄다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예상치 못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관리가 잘돼 임대료가 꾸준히 나오는지, 공실이 날 수 있는 오피스인지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펀드는 통상 폐쇄형으로 중간에 환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투자자가 염두에 둬야 할 변수도 많다.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법적 다툼이나 임대계약 해지 등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청산 리스크도 살펴야 한다.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은 임대수익과 운용 기간 종류 후 매각차익에 의해 결정되는데,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는다 해도 매각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수익률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 또 대부분의 해외 부동산 펀드는 환헤지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현지 통화 위주로 배당이 이뤄지는 만큼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해외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경기와 금리 변동에 따라 수익률 하락 리스크가 내재돼 있다. 매각 시점에 가격이 하락하거나 매각 시기가 지연되면 차익은커녕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한편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안정적인 배당수익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4호 (2019.04.17~2019.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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