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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中國] 기업대출 유도하는 中 당국의 고민-무역전쟁에 돈 풀었더니 부실여신만 늘었네

  • 김대기 기자
  • 입력 : 2019.04.15 09:38:30
지난 3월 13일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이하 은보감회)는 시장 이목을 끌 만한 지침을 시중은행에 하달했다.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대한 부실여신(NPL) 비율 용인 범위를 현재 2%포인트 수준에서 최대 3%포인트까지 완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은보감회는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 대상을 ‘은행에 대한 대출 신용한도가 1000만위안(약 17억원) 이하인 영세 민영기업’으로 잡았다. 한마디로 중국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부실대출을 어느 정도 눈감아줄 테니 중소 민영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라”라며 사실상 압박한 것이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경영난에 빠지는 민영기업이 빠르게 늘어나자 당국이 나서 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를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국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상한선을 두고 있다. 현재 은보감회가 제시하는 시중은행 NPL 비율의 ‘경고 기준선’은 5%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은 NPL 비율 5% 이내에서 부실여신을 조절하고 있다. 적어도 외관으로 드러나는 장부상에서는 말이다. 그동안 중국 시중은행의 대출 관행을 살펴보면 금융당국의 창구 지도하에 NPL 비율을 최대 2%포인트까지 늘려 부실여신을 운용해왔다.

예컨대 특정 시중은행의 NPL 비율이 3%라면 당국의 동의나 요구에 의해 이 비율이 5%가 될 때까지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는 대출을 늘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나아가 새로운 지침을 이 예시에 적용하면 당국은 이 시중은행의 NPL 비율이 최대 6%가 될 때까지 용인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보감회, NPL 비율 1%포인트 완화

中제조업 부문 부실여신 비율 급증해

흥미로운 대목은 은보감회의 지침 하달 이후 드러났다. 시중은행들이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2018년 연간 실적’을 일제히 발표하면서 NPL 비율 역시 공개가 됐는데 예상보다 부실이 심각했다. 전체 시중은행의 NPL 비율은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대출 섹터별, 지역별, 은행별 등으로 쪼개서 살펴본 결과 NPL 비율이 40%가 넘은 곳도 있었다.

우선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의 NPL 비율은 1.83%로 지난해 9월 말 대비 0.04%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범위를 좁혀 중국 상하이 A주 증권 시장에 상장돼 있는 은행 31곳 가운데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30곳의 NPL 비율은 1.522%로 1년 전 수치인 1.543%보다 떨어졌다. 특히 중국 4대 은행(공상·건설·중국·농업은행)의 NPL 비율은 1.42~1.59% 수준을 기록했는데 역시 전년 대비 모두 내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영세 민영기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 분야 대출만 따로 뽑아 산출한 NPL 비율의 경우 경고 기준점인 5%를 넘었다고 발표한 시중은행이 다수 눈에 띄었다. 중신은행은 제조업 부문의 NPL 비율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7.34%를 기록했다. 이 은행의 제조업 부실대출만 216억4200만위안(약 3조6743억원)에 달한다. 핑안은행은 2017년 12월 말 제조업 부문 NPL 비율이 3.81%를 기록했지만 1년 뒤인 지난해 말 6.75%로 치솟았다. 지역별로 살펴본 결과 허난성 소재 은행 86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42개의 NPL 비율이 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42개 은행 가운데 12곳은 NPL 비율이 20% 이상이었고, 이 중 40%를 넘은 곳도 4개에 달한다.

현재 중국 금융당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기 둔화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은행 대출을 유도하고 있지만 자칫 부실로 이어질까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봉황TV는 “당국이 민영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다양한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하지만 부채위기 역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은행의 자산건전성 관리에도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4호 (2019.04.17~2019.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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