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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게 되는 섬…2시간 만에 가는 몰디브, 아마미군도

박찬은 기자
입력 : 
2019-04-11 10:39:35
수정 : 
2019-06-26 10: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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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음료 CF를 찍어야 할 듯한 아마미군도(奄美群島) 요론섬의 바다를 본 뒤 오키나와의 바다는 잊게 됐다. 인천공항에서 3시간 거리에서 몰디브 같은 바다를 볼 수 있는 이유는 가고시마현 아마미군도 전체가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카모메식당’ 감독이 영화 ‘안경’ 촬영지로 요론섬을 택한 이유도 ‘멍 때리기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게 만드는 ‘동양의 갈라파고스’ 아마미군도는 당신을 업무 메신저와 호객행위, 스트레스로부터 유폐시켜줄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적다. 이 환상적인 바다가 온통 당신 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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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미군도(奄美群島) 일본 본토의 최남단인 규슈 가고시마현에서 오키나와현 사이에 펼쳐져 있는 아마미군도는 아마미, 키카이섬 등 8개의 유인도와 여러 무인도로 이뤄진 곳으로 2017년 3월에 일본의 3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지만 일본인들도 가본 이가 적다. 가고시마에 속해 있어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오키나와와 문화권을 함께 하는데, 일행은 아마미군도의 섬들 가운데 오키나와에서 가장 가까운 요론섬(与論島, 요론토)에서 시작, 오키노에라부섬(沖永良部島, 오키노에라부시마), 도쿠노섬(徳之島, 도쿠노시마) 등 3개 섬을(상단 지도 색깔 표기) 아래에서 위로 탐험한 후 가고시마로 나오는 루트를 택했다. 이런 이들에게 추천! 10시간 이상 비행기 타고 가야 만나는 광경이 3시간 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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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촬영지인 테라사키(寺崎海岸) 해변. 파도에 바위 아래가 깎여 ‘검은 꽃’ 흑화로 불린다, 요론섬의 첫 환영인사였던 오가네쿠해변(大金久海岸)의 무지개, 영화 ‘안경’


▶사람 없는 ‘사색의 섬’ 요론섬에서 멍 때리다 영화 ‘안경’ 로케지를 찾아오는 사람들

“오늘은 관광을 해보려는데 어디 좋은 곳 있나요?” “여긴 관광할 만한 곳은 없는데요.” “그럼 도대체 뭘 하나요?” “음, 사색?”(-영화 ‘안경’中) 영화 ‘카모메식당’을 연출한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가 슬로우라이프 무비 2편으로 제작한 영화 ‘안경’ 촬영지가 바로 요론섬이다. 주인공 타에코(코바야시 사토미)는 ‘핸드폰이 안 통하는 민박집’을 찾아 하마다민박집에 도착한다. 그러나 아침마다 바닷가에 모여 기이한 체조를 하는가 하면 자는 손님의 얼굴을 머리맡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이곳 사람들의 행동에 타에코는 당황스럽다. 숙소를 바꾸기로 한 타에코는 결국 다시 돌아온다.

영화 리뷰 중에는 ‘처음엔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했지만 보고 나니 이상하게 숨이 트였다’ ‘지루해서 극장을 뛰쳐나갈 뻔했지만 결국 최애 영화가 됐다’는 내용이 있다. 도시의 강퍅함에 질린 주인공이 힐링을 위해 찾은 섬에서 특유의 ‘멍 때림의 미학’에 매료된다는 영화 내용은 실제 요론섬의 정수를 그대로 닮아 있다. 드라마틱하거나 박진감 넘치는 관광 포인트로 손님들을 내모는 대신, 그저 해변에 앉아 멍 때리고 가끔 맥주를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초조함이 덮쳐오지 않는. 그래서 요론섬에선 실시간 5G 어플이나 맛집 지도가 쓸모 없다. 촬영이 끝난 후 민박집은 ‘요론토 빌리지’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운영 중이다. ‘왠지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80m 더 가서 오른쪽’이라고 설명되는 영화 속 애매한 약도와는 달리 편안하게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 ‘안경’을 촬영한 테라사키와 쿠마이 해변에는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는 사람들이 뜨문뜨문 앉아 있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인생사진이 나오는 우도노스와 쿠로하나 해변도 트레킹 코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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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식 대신 사탕수수 껍질을 벗겨 질겅질겅 씹으며, 라즈베리도 따먹으며 걷다 보니 저 멀리, ‘오키나와에서부터 걸어왔다’고 쓰인 깃발을 든 이가 뛰고 있다. 차를 몰고 동서를 횡단하는 데 15분이면 충분한 인구 5000명의 작은 이 작은 섬에서 주민들의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날은 바로 오늘처럼 릴레이 마라톤이 열리는 날이다. 밭일을 하다 나온 듯한 주민들이 길가에서 응원도구를 든 채 ‘간바레!’를 외친다. 아까부터 일행을 계속 쳐다보던 동네 카페 사장님이 말을 건다. “트레킹 중이군요. 방문자센터 앞에 배낭들, 당신들 겁니까?” “네, 맞아요.” “반가워요. 한국의 제주 올레길에 대해 많이 들어봤어요. 나도 요론섬에 에코 투어를 만들 예정이에요. 영국의 풋패스나 제주 올레길 같은 프로그램을 넣어서요.” 요론섬의 트레킹 코스를 소상히 알려주던 카페 사장님은 그리스 산토리니 가게들 같은 푸른색의 건물 뒤로 사라졌다. 이곳엔 큰 마트 대신 레트로 풍의 이발소, 생선가게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적당한 불편함을 양념으로 삼아, 심심하지만 담백한 생활을 이어가는 섬이다. 오가네쿠해변(大金久海岸) 수평선에 걸린 거대한 무지개로 섬에게 강렬한 환영 인사를 받은 뒤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유리가하마(바닷물이 빠질 때만 볼 수 있는 모래 해변) 풀등을 보기 위해 스노쿨링 장비와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해변으로 모여든다. 해변에서 약 2km, 반짝반짝 투명하게 빛나는 흰색 모래 때문에 ‘백합해변’이라는 뜻의 ‘유리가하마(百合ヶ浜)’라고 불리게 된 곳이다. 모래밭은 조수 간만의 차이로 4~10월까지 한 달에 5~6일만 나타나는데 바닥이 투명한 글래스 보트에서 내려 옷을 걷은 채 조금 걸으면 풀등에 닿는다. 오전 11시부터 약 1~2시간 정도만 볼 수 있는 풀등까지는 왕복 3000엔이다. 별 모양을 한 유리가하마의 모래알을 나이 수만큼 가져가면 행운이 찾아온다지만, 그런다고 내 나이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대신 눈에 담아가기로 했다. Camping S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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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등으로 가는 해변 정류장, 유리가하마(百合が浜) 캠핑장 2km의 아름다운 산호 리프를 볼 수 있는 오카네쿠해변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 해변에서 유리가하마 풀등으로 가는 보트가 출발한다. 유리가하마는 요론섬 유일의 캠핑장으로, 예약 후 열쇠는 요론시내에 있는 요론정사무소 관광안내센터에서 받아가야 한다. 마치 나무 위 둥지를 연상시키는 삼각형의 트리하우스와 2층 침대가 있는 코티지가 있으며, 캠프 사이트는 지면보다 높이 사이트를 만들어 배수로를 확보했다. Tip 요론섬 여행을 함께 할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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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2년차』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윤지은 역/살림 펴냄 요론 마라톤은 유명 만화가 다카기 나오코의 마라톤 만화에도 등장했다. 어느날 TV 마라톤 중계를 보다 불쑥 마라토너가 됐다는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의 다카기 나오코. 요론섬에서 생애 두 번째 풀마라톤에 도전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흑설탕 소주 등 요론섬 특산음식, 지형에 대한 소개와 함께 등장한다. 저자는 섬의 환영 무드를 소개하며 수풀에 앉아 응원하는 할머니들, 다리 마사지를 해주는 급수소의 아이들, 지역 주민들이 외쳐주는 응원에 힘입어 달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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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경’(2007)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 료 외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는 어느 날 남쪽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민박집 주인 유지와 매년 찾아오는 빙수 아줌마 사쿠라(모타이 마사코), 생물 선생님 하루나(이치카와 미카코)를 만나 일상의 규칙을 깨게 된다.

▶생애 최초 맨몸 캠핑에 나서다

고질라가 상륙한 섬… 오키노에라부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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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이 즐겨 찾는 물총동굴 ‘푸차(Fucha フーチャ)’는 ‘뿜어 올린다’는 뜻이다.
내 몸만한 배낭을 메고 나서는 날 보고 사람들은 말한다. 귀찮고 불편하고 추운데 뭐하러 캠핑을 하냐고. 먹을 것, 입을 것, 잘 것을 오롯이 나 자신이 책임지고, 대자연을 맨몸으로 만날 수 있다면 답이 되려나. 아마미군도 두 번째 섬 오키노에라부섬에선 섬의 기를 오롯이 받아보자는 뜻에서 비박에 나서기로 했다. 독일어로 ‘비박(규범 표기는 비바크(Biwak))’은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동굴이나 바위, 큰 나무 따위를 이용하여 하룻밤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텐트도 없이 밖에서 자는 걸 알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기함하겠지만 지퍼만 열면 밤하늘이 쏟아지는 것을 보는 건 비박만이 주는 선물이다. 오키노에라부섬 안에 있는 5개의 캠핑장 모두 무료로 운영되지만 화장실과 개수대, 샤워시설이 잘 관리돼 있다. 침낭만으론 부족해서 비박색(Biwak Sack: 텐트 대신 사용하는 한쪽이 막힌 자루 형태의 장비)에 들어가 지퍼를 잠궜다.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을 지겹게 관찰하다 잠든 것이 새벽 2시경. 뭔가 다가오는 듯한 “바스락” 소리에 잠이 깼다. 섬엔 뱀이나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이 없다고 했는데. 갑자기 이 해변에서 찍었다는 영화 ‘고질라 22-고질라 대 우주 고질라(Godzilla Vs. Space Godzilla)’가 떠올랐다. 괴생명체가 다가와 침낭을 열어제칠 듯한 공포심에 동행자들을 다급하게 불러봤지만 코 고는 소리만 돌아온다. 새벽녘 까무룩 잠이 들었나. 타는 듯한 해를 보며 눈을 떠 보니 바다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온하다. 밤손님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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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20m, 높이 8m의 일본 최대 용나무(뽕나무과 식물)가 있는 구니가미 초등학교. 121년 전 1회 졸업생이 심었다, 침낭 지퍼 밖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면 은하수가 보이는 것도 비박의 즐거움이다, 침낭에서 완전히 몸을 빼지 않은 채 바다를 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비박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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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안에서 즐기는 목욕, 바다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한자키(半崎) 곶의 바닷물과 산호는 비취색의 미니 다도해를 만든다.
아침을 먹고 트레킹에 나섰다. 섬 북쪽 해안에는 거친 파도가 해안절벽을 오랜 세월 침식해 만들어진 물총 동굴 ‘푸차(Fucha)’가 있다. 산호초 절벽이 깎여 만들어진 동굴의 천장까지 깎이면서 최고 70m까지 바닷물이 뿜어져 올라온다. 오랜 기간 바다에 잠겼다 떴다를 반복해 높은 산이 없는 오키노에라부섬엔 석회암 동굴이 많다. 다음에는 동양 최대 규모라는 쇼유도(昇竜洞)동굴에서 다이빙을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마지막 섬인 도쿠지마로 향한다.

배 안에서 드디어 목욕을 했다. 샤워가 아니라 뜨거운 탕에 몸을 푹 담그는 바로 그 목욕 말이다. 온몸의 세포가 땀구멍 끝까지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젠 자판기에서 시원한 맥주를 뽑아 마실 차례. 땟국물 흐르는 캠핑 후 움직이는 배 위에서 마시는 맥주 한 모금은 ‘행복’의 의미를 새로이 업데이트시켰다. 창 밖의 바다를 보며 예감했다. 이 전망 목욕탕 목욕이 여행을 통틀어 가장 안락하고 쾌적했던 경험으로 남을 것임을.

Camping S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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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미인, 오키도마리 해변공원(沖泊海浜公園)캠핑장 오키노에라부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앞으로는 거북이가 알을 낳으러 오는 백사장이, 뒤로는 폭포를 간직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원령공주에 나오는 생명의 숲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용나무가 캠핑장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데 수백 년 된 수령의 나무가 마치 샹들리에처럼 줄기를 척척 늘어뜨리고 있다. 넓은 잔디밭과 함께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덕이 있으며 무인캠핑장인데도 화장실 등이 잘 관리돼 있다.

광합성에 최적화, 완조해변(ワンジョビーチ)캠핑장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해변 캠핑장으로, 깔끔하게 닦인 넓은 캠핑 사이트를 자랑한다. 캠핑장 내에 수변 분수가 있으며 뒤쪽으로 낮은 구릉이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 산책을 하기에 좋다. 그늘이 없는 대신, 한적한 해변 캠핑장으로 4월부터 해수욕장이 개장한다. 수심이 낮아 녹색 갯벌을 조금만 걸어나가면 아름다운 산호초가 펼쳐진다.

▶흑소와 사탕수수의 섬, 도쿠노 적응될 만하니 끝나는 고즈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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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다음 날, 타는 듯한 일출을 맞이했다.
도쿠노지마(徳之島)는 섬임에도 일본 내에서도 출산율이 가장 높고, 기네스북 기재 세계최고령자도 두 명이나 태어난, 생명의 활기가 넘치는 섬이다. 아마미군도 대부분의 섬이 그렇지만 도쿠노섬은 유독 오염되지 않은 해양, 멸종위기종 등의 생태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해안엔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크기의 해삼, 심해에서 온 듯한 성게와 물고기 등이 모여 웅덩이마다 작은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섬 내 13개 투우장에서는 매년 많은 투우대회가 열린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며 흑설탕을 진상하느라 뼛골이 빠진 주민들이 가끔이지만 시름을 놓고 즐겼던 축제다. 트레킹을 하다 발견한 낡은 동네 외양간에도 소 두 마리가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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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아마미군도의 특징에 대해 정의 내리지 못하는 당황스러운 시간이 재채기처럼 터져 나왔다. 심지어 도쿠노섬에서 머무른 아제프린스해변 캠핑장은 ‘야생 캠핑’의 끝판왕이었다. 화장실도 멀고, 캠핑장 조명은 너무 빨리 꺼지며, 취사대는 한 곳이 전부. 게다가 식료품점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 km를 걸어야 했다. 마트 점원은 “일본인을 제외하고 아시아인이 온 것은 처음”이라며 먼 길을 되돌아갈 우리를 위해 캠핑장까지 물품을 실어다 주었다. 여행의 마지막 섬이라서였을까, 친절을 베푸는 섬 주민의 환대에 울컥한 걸까. 아마미에서만 마실 수 있는 흑설탕 소주가 급하게 바닥을 드러내고 불멍에 제대로 젖어들 무렵, 이미 캠핑장의 불편함 따위는 사라졌다. 이튿날, 강한 숙취에도 불구, 침낭 안까지 비추는 붉은 기운에 일찍 지퍼를 열었다. 아, 이건 무언가. ‘바다에 불이 붙은 듯한’ 같은 구태의연한 카피는 싫어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이 영락 없는 ‘화재’다. 태양이 불을 지른 바다, 가장 강렬한 방화범은 대자연이었다.

여행지에 오면 도장깨기 하듯 이곳 저곳 다 가봐야 할 것 같고, 그 여행에서 꼭 무언가를 얻어가야 할 것 같은가? 압도적인 풍광 앞에서 할 말이 없어지면 그냥 그 앞에서 그냥 말문이 막히면 된다. 영화 ‘안경’에서 사색의 요령을 묻는 타에코에게 민박집 주인도 말했지 않은가. “옛 추억을 그리워 한다든지, 누군가를 곰곰이 떠올려 본다든지, 그리고 사쿠라가 만든 빙수를 먹어보세요”. 사색도, 여행도 배워서 하고, 여행지에서도 분주하게 목적을 찾아 헤매는 도시의 촌것들에게 아마미는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할 시간’을 강제로 선사해주었다.

Camping Spot 나는 자연인이다, 아제프린스 해변공원(畦プリンスビーチ)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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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크래프트(Bushcraft: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문적 캠핑 장비가 아닌 자연물을 활용해 아웃도어를 즐기는 레포츠) 캠핑이나, 야생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아날로그캠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추천한다. 도쿠노섬의 북동쪽에 위치한 아제프린스 해변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1972년 당시 아키히토 황태자가 이곳에서 산책을 한 것에서 ‘프린스비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모닥불 불멍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 멍 때림의 파라다이스 아마미군도에서 할 수 있는 일들 물론 ‘아마미군도’에서 ‘꼭 해야 할 일’ 같은 리스트는 필요 없다. 압도적인 자연 광경을 보며 충분히 멍을 때리다가 그래도 심심하다면 여행 사이사이 양념처럼 해볼 만한 활동들을 소개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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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론섬에서 하프마라톤에 도전하기-요론섬은 한 바퀴를 둘러도 20km에 불과해 하프마라톤에 도전하는 관광객이 많다. 다카키 나오코의 『마라톤 2년차』 ‘요론섬에 다녀오겠습니다!’ 편에는 대야, 낫, 솥뚜껑 등의 응원도구를 들고 러너들을 응원하는 주민들이 등장한다. 3월의 요론 마라톤이 끝나면 마사지와 완주파티가 열린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마라톤도 종종 열린다. ▷페리에서 게임과 반신욕하기-오키나와에서 요론섬까지 가는 배 안에는 바다 전망 유리창이 나 있는 목욕탕, 게임룸, 맥주자판기, 식당, 매트리스와 이불, 베개가 마련된 객실이 있어 5시간 항해도 지겹지 않았다. 일본 내 많은 섬에는 공항이 마련돼 있지만 쾌적한 페리 시설을 즐기며 조금 더 천천히 여행을 즐겨보는 게 어떨까. 배에서 내려, 마치 여권 같은 수첩에 입도 스탬프를 찍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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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미 특산 ‘흑설탕 소주’ 맛보기-클래식을 듣고 숙성된 소주의 맛은 어떨까. 흑설탕 소주는 사탕수수 재배가 발달한 아마미군도의 5개의 섬(아마미섬, 키카이섬, 도쿠노섬, 오키노섬, 요론섬)에서만 생산되므로, 외부에서 먹기는 쉽지 않다. 3개월 동안 탱크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며 숙성시킨 오키노에라부섬의 ‘렌토’와 요론 섬의 ‘유센’이 유명하다. ▷섬 캠핑에 도전하기-아마미군도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정해진 곳이 많기 때문에 캠핑은 정해진 곳에서만 가능하다. 로컬 재료를 사와서 캠핑 요리를 해먹거나,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이트에 자연적인 지형을 잘 살린 여러 형태의 캠핑을 체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료 캠핑장이 많지만 언제 다녀간 지도 모르게 마치 우렁각시처럼 매일 직원들이 와서 화장실, 샤워실, 취사장을 관리하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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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항(鶏飯) 먹어보기-아마미 북쪽에 위치한 아마미오섬의 향토요리지만 아마미군도 다른 섬뿐 아니라 배 안에서도 먹을 수 있다. 닭고기와 계란 지단, 김 고명과 각종 절인 채소 등을 밥 위에 넣고 닭육수를 부어 먹는 음식으로 토쿠노섬의 ‘아제’식당에서 먹은 케이한이 특히 맛있었다. 대중적인 음식인 오차즈케의 아마미 버전이랄까? INFO 인천-오키나와 나하공항까지 2시간30분(비행기) 소요. 나하공항에서 요론섬까지는 비행기로는 40분, 배로는 5시간 정도 소요. 보통 나하에서 1박 후 배편으로 요론으로 이동하는데 요론섬까지 배로 4시간50분, 요론섬에서 오키노에라부섬까지 2시간, 오키노에라부섬에서 도쿠노섬까지 1시간50분 소요된다. 도쿠노섬에서 가고시마까지 비행기로 50분. 가고시마에서 인천까지 1시간50분 소요.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박찬은, 김민수 취재협조 가고시마현청, 엔타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4호 (19.04.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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