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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둔내 3대 막국수

입력 : 
2019-04-11 10: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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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내는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해발 500m 두메산골 마을이다. 유명 관광지는 없다. 그저 숲이 우거지고, 오솔길이 잘 나 있고, 둔내자연휴양림 등 숲을 기반으로 한 몇 곳의 휴양, 여행 시설이 있을 뿐. 둔내에는 전국적인 맛집도 없다. 그러나 면소재지인 자포곡리 일대의 식당들은 늘 성업 중이다. 음식이 맑고 양념 사용이 적으며 숲에서 온 식재들을 아낌없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둔내면에 사는 원주민에게 추천받은 3대 막국수, 그리고 또 한 곳의 맛집을 소개한다.

▶태기산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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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앉자 주전자와 물컵을 하나씩 주신다. 물이려니 했는데, 마셔보니 메밀차이다. 막국수 반죽의 원료가 메밀이니 메밀차가 나오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닥 흔치 않는 일이니 매우 반가웠다. 대표 메뉴는 역시 막국수.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가 대표적인 태기산막국수의 특징은 들깨와 김가루가 유난히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릇이 테이블에 올라오자 마자 뭉근하고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양념의 고운 때깔을 보면 굉장히 매울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막상 먹어보면 적당히 맵고 약간 자극적인 정도로 부드러운 맛이다. 면발은 비교적 찰진 편이지만 100% 메밀은 아니다. 물막국수의 육수는 말 그대로 고기 육수다. 동치미 국물의 시원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입안에서 휘도는 태기산막국수의 진한 육수 맛도 만만치 않다. 겨울 특미로 나오는 만둣국은 설날에 먹은 그 맛보다 더 든든하고 후끈하다. 차가운 막국수, 뜨거운 만둣국 모두 사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인데, 이 봄이 가기 전, 둔내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먹고 싶은 맛이다. 막국수, 비빔막국수, 겨울에만 파는 만두국, 메밀접시만두, 감자전 등 각각 6000원, 곱배기막국수 7000원, 수육 2만 원이다. 막걸리는 생막걸리인 허생원메밀꽃술, 장기발효주인 메밀모주 등을 맛볼 수 있다.

위치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둔내로 76 시간 10:00~19:30



▶둔내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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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막국수집들의 반찬이 백김치, 무, 그리고 와사비 정도만 주는 것에 비해 이 집은 배추김치, 무김치, 깍두기 등 가짓수가 조금 더 많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5000원. 둔내막국수가 둔내의 식당들 가운데 가성비가 높다는 칭찬을 받는 이유가 그것이다. 둔내막국수 맛의 특징은 양상추가 듬뿍 들어간다는 점이다. 양상추는 단독으로 먹으면 심심하고 밍밍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맛과 향을 발산하지만, 양념과 함께 먹을 경우 단 기운이 쭉 올라와 식감을 끌어올리는 작용을 한다. 또한 비교적 자극적인 막국수 양념을 순화시켜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둔내 삼대막국수집 대부분이 그렇듯 이집 또한 식사 시간에는 대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칼만두국과 칼국수 때문이다. 만둣국에도 칼국수가 들어가는데, 면발이 두툼하고 국물이 깊은 맛이라 인기가 좋다. 경쾌한 막국수, 육중한 칼국수를 맛보고 싶다면, 역시 둔내막국수로 향하자. 막국수, 비빔막국수, 떡만두국, 칼만두국, 칼국수 각각 5000원, 찐만두 4000원, 돼지수육 1만5000원이다. 위치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둔내로 30 시간 11:30~19:30



▶청용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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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용막국수의 메뉴는 딱 네 가지. 메밀막국수, 비빔막국수, 겨울 메뉴인 만둣국, 그리고 수육 등이다. 막국수와 만둣국은 각각 6000원, 수육은 1만5000원이다. 이 집 막국수의 특징은 야채가 다양하게 들어가고 그 양도 많다는 점이다. 요즘 식탁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지는 구성이다. 오이, 적양배추, 상추 등이 적당량 들어간 양념과 잘 어우러져 부담없이 메밀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또 하나 특징은 단촐한 메뉴만큼 그 맛도 심플하다는 점이다.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양이라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적당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메밀이 잘 끊어지는 것으로 보아 순도도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그런지 청용막국수를 먹을 땐 유난히 메밀 냄새가 강하는 풍기는 느낌이다. 환 마디로 퀄리티 높은 음식이라는 이야기이다. 반찬도 마찬가지다. 직접 담근 백김치는 전국구 베스트에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위치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경강로둔방6길 2 시간 11:30~20:00



▶밥풀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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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한 백반집이다. 된장찌개, 비지찌개, 청국장(각각 6000원), 황태해장국, 김치찌개(각각 7000원) 등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대표 메뉴들이다. 둔내 토박이인 이 집 주인장은 둔내에서도 알아주는 산나물 전문가이다. 시간만 나면 산에 들어가 제철 나물을 뜯어와 조리에 이용한다. 물론 채취 가능한 것만 가져온다. 나물만 꿰고 있는 게 아니다. 자연과 음식과의 관계에도 해박해서 그가 만들어 주는 음식의 품질이 뛰어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토종닭도리탕, 닭도리탕(4만 원), 삼겹살(1만2000원), 제육볶음(9000원), 오징어볶음(9000원) 등 걸쭉한 메뉴들도 취급하는데, 추천 메뉴는 역시 토종닭도리탕(5만 원). 농가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던 중간 크기의 토종닭에 나물 박사다운 건강 양념 조합으로 깊고 든든한 영양식을 즐길 수 있다. 위치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둔내로51번지 1-1 시간 06:00~19:00

[글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이상호(프리랜서), 안동수(다큐PD), 이완범(다큐PD)]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4호 (19.04.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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