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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 구 중 유일하게 집값 오르는 종로구-희소성·인프라·입지…서울 中心 부동산의 힘

  • 정다운 기자
  • 입력 : 2019.04.08 09:29:36
서울 종로구 아파트는 도심 업무지구에서 가까우면서 아파트 자체가 희소하다는 특성 덕에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다. 사진은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단지 전경.

서울 종로구 아파트는 도심 업무지구에서 가까우면서 아파트 자체가 희소하다는 특성 덕에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다. 사진은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단지 전경.

서울에서 인기 부동산 투자처를 겨룬다 하면 늘 ‘강남’이 주인공이었다. 낡은 아파트는 낡은 아파트대로 재건축 호재 덕분에, 새 아파트는 새 아파트대로 희소가치 덕분에 매매 거래 가격이 조금만 오르내려도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강북에서는 청약 흥행에 성공하거나 분양가 대비 수억원 웃돈이 붙었다는 마포구 아파트가 시샘의 대상이었다. 정작 서울 도심인 종로구 아파트는 관심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무관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종로구 지역 아파트값은 소리 없이 꾸준히 올랐다. 강북뉴타운의 새 아파트 입주 이후 주거환경이 좋아지면서 종로구 집값이 덩달아 강세를 보였다. 공공주택 공시가격 발표와 대출 규제, 세제 강화 등 집값 하락 압력이 이어진 올 들어서도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꺾이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3월 셋째 주(3월 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각각 0.08%, 0.1% 떨어졌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시세가 급등했던 서울 역시 아파트 공시가격은 14% 상승했지만 매매가격은 평균 0.1% 떨어지며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19주 연속 하락세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공공주택 공시가격 발표와 대출 규제, 세제 강화 등 하방 요인이 이어진 탓”으로 분석했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포함해 한강 이남 11개 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13% 하락해 직전 주(0.12% 하락)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송파구(-0.18%)와 강남구(-0.16%)는 최근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던 단지 위주로, 강동구(-0.25%)와 동작구(-0.24%), 양천구(-0.16%)는 상승폭이 높았던 흑석동과 상도동, 목동신시가지 위주로 하락폭이 컸다. 강북의 용산구(-0.15%)와 성동구(-0.14%)는 일부 단지 급매물 누적 영향으로, 노원구(-0.13%)는 투자 수요가 많은 단지 위주로 하락했다. 서대문구(0%) 아파트값은 꿈쩍하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매가 19주 연속 하락세

3월 3주 종로구만 0.04% 소폭 반전

반면 종로구만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0.04% 상승 반전했다. 한 주간 상승률이라 체감이 쉽지 않지만 종로구에서는 이런 식으로 소리 없이 꾸준히 아파트값 상승률이 누적돼왔다. 바꿔 말하면 집값 흐름이 안정적이며 꾸준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종로구 아파트값이 견고한 이유는 첫째, 새 아파트 공급 자체가 많지 않아서다. 희소가치가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종로구는 10여년간 아파트 공급이 3000여가구에 불과할 만큼 새 아파트가 적었던 탓에 가격이 상승했다.

그나마 종로구에 최근 입주한 아파트는 ‘경희궁자이’(2017년 입주)다. 교남동 돈의문뉴타운 1구역을 재개발한 경희궁자이는 임대주택을 제외한 2단지(1148가구)·3단지(589가구)·4단지(182가구) 규모가 총 1919가구다. 종로구에서는 유일하게 1000가구가 넘는 대형 단지다. 종로구에는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일대에 ‘무악현대’(964가구, 2000년 입주), ‘인왕산현대아이파크1차’(810가구, 2008년 입주) 등 대형 단지가 있지만 이미 20년 차, 12년 차에 접어들었고 올 1월 입주한 ‘경희궁롯데캐슬’(195가구)은 200가구가 채 안 되는 소규모 단지다.

2014년 10월 공급 당시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7억8000만원대에 책정되면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고 한때 미분양까지 발생했지만 종로구에 새 아파트 자체가 희소했던 탓에 입주 후 몸값이 꾸준히 올랐다. 강북 도심권 아파트 중 최초로 전용 84㎡ 실거래가가 1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11월 15억원 거래를 마지막으로 거래가 끊겼는데 최근에는 15억2000만~15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전용 116㎡는 지난 2월 18일 21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거래금액이 19억원이었지만 몇 달 새 실거래가가 2억원가량 급등했다. 2014년 당시 분양가가 10억원 후반~11억원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10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둘째, 아파트가 적다 뿐이지 서울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기 편리한 중심지의 이점은 고루 갖췄다. 도심권이 대중교통망 같은 기반시설은 잘 갖춰졌음에도 서울 동남권에 비해 학교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부족해 그간 저평가돼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꼭 새 아파트가 아니어도 아파트 자체가 적은 덕분에 지하철 역세권 아파트도 매매가가 제법 올랐다. 독립문역 역세권인 무악현대 전용 84㎡는 최근 호가가 8억5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는데 지난해 1월에는 6억6590만원에도 거래되던 아파트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서울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기 편리한 중심지의 이점 때문에 종로구에는 투기 수요보다 실제로 거주하기 위한 주택 수요가 꾸준하다”며 “투자보다 실거주 수요가 많은 도심은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질 위험이 적고 가격 오름세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교남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경희궁자이의 경우 입주가 마무리된 후 일대 주거환경이 확 좋아진 점도 가격 상승에 한몫했지만 광화문 업무지구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다는 입지가 부각되면서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밖에 도심권 주택 수가 적다 보니 거래량이 적고, 시장 분위기가 가격지표에 반영되는 속도가 늦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담당 애널리스트는 “일부 대형·고가 아파트를 제외한 개별 단지는 상대적으로 거래가 많지 않아 아파트 가격지수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2호 (2019.04.03~2019.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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