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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천지개벽] (10) 서울 봉천동 | e편한세상으로 반전…경전철 호재 ‘줄줄’

  • 정다운 기자
  • 입력 : 2019.04.08 09:31:58
봉천동(奉天洞).

‘하늘을 떠받드는 동네’란 뜻을 가진 동네다. 언뜻 들으면 성스러운 동네인 듯싶지만 나름의 아픔이 있다. 봉천동은 광복과 남북 분단 이후 난민들이 산비탈 외진 곳에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관악산 근처에 자리 잡은 까닭에 높은 곳에 위치했고, 달이 잘 보인다고 ‘달동네’라는 이름도 붙었다. 근대화 시기를 거치며 가난과 저개발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1990년대까지도 옥탑방이 있던 달동네는 20년 전에 사라지고 없다. 대대적인 재개발을 통해 2000년대 들어 지금의 아파트촌(村)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근에는 15년 만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어 봉천동 부동산 시장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조선시대 봉천동은 경기도 시흥군에 속했다가 1963년 서울 영등포구에 편입됐다. 1966년 신림동과 봉천동으로 나뉜 뒤 1973년 신설된 관악구에 편입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올 6월 1차, 내년 4월 2차 단지 입주를 앞둔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단지 전경. 원룸·다가구주택이 즐비하던 봉천동 남부권역에 새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면서 일대 부동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올 6월 1차, 내년 4월 2차 단지 입주를 앞둔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단지 전경. 원룸·다가구주택이 즐비하던 봉천동 남부권역에 새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면서 일대 부동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매매가 낮지만 ‘저평가’ 이미지에

임대수요 많고 전세가율 70%대

원래 봉천1동에서 11동으로 나뉘어 있던 봉천동은 2008년 관악구가 27개 행정동을 21개로 줄이는 통폐합 작업을 하면서 은천동, 행운동, 보라매동, 중앙동, 청룡동, 청림동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 군데 정도는 봉천동으로 남을 법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사연인즉 봉천이란 지명에 담긴 ‘달동네’ ‘노후’ ‘빈곤’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주민 반대가 빗발쳤다고. 지명은 사라졌지만 명맥은 남아 있어 여전히 봉천동을 더 익숙해하는 주민이 많다.

대대적인 재개발을 통해 2000년대 초반부터 ‘성현동아’(1261가구, 2000년 입주) ‘관악드림타운동아’(3544가구, 2003년), ‘관악벽산블루밍’(2105가구, 2003년), ‘관악푸르지오’(2104가구, 2004년) 등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다.

다만 이들 아파트는 지하철 2호선을 기준으로 노선 북쪽에 밀집해 있다. 남쪽 일대는 여전히 단독·다가구주택이 밀집해 노후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에 원룸·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많은 반면, 새 아파트를 지을 만한 부지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 6월이면 남부 봉천동도 천지개벽을 시작한다. 오는 6월 입주를 목표로 ‘e편한세상서울대입구’가 한창 공사 중이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1차는 오는 6월, 2차는 내년 4월 준공 예정이다. 지하철 2호선 봉천역과 도보 3~5분 거리의 초역세권 단지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는 아파트 분양 시장 청약 열기가 한창이던 2016년 당시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관악산이 가까운 쾌적한 입지, 합리적인 분양가(전용 84㎡ 5억5000만~6억3000만원)로 인기를 모으며 평균 10.68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하기는 했지만 비슷한 시기 서울 강남권, 마포권역에서 인기 단지 아파트가 줄줄이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됐던 것과 비교하면 흥행에 대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몇 년 새 주택 시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면서 e편한세상서울대입구를 다시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1·2차를 합쳐 2000가구 넘는 대단지인 데다 봉천동 일대에서 15년 만에 공급되는 대단지인 덕분이다. 입주를 앞두고 투자 문의도, 입주 문의도 부쩍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2월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전용 59㎡ 분양권은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전용 84㎡가 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전용 84㎡

8억9000만원에 분양권 전매

봉천동 일대 Y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강남역 등 지하철 2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동네다. 서울 강남권은 전셋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봉천동 아파트 전세가율은 여전히 7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과 달리 여전히 갭투자 수요도 꾸준하다”고 전했다.

봉천동 일대 분위기가 밝아진 덕분에 구축 아파트는 구축 아파트대로 인기를 끈다. 봉천동 관악푸르지오는 2000가구 넘는 대단지로 전용 84㎡ 시세가 7억원(KB국민은행 시세 기준)이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5억원이었던 시세가 2억원가량 훌쩍 뛰었지만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일대에서는 가장 단지가 큰 3544가구(임대 제외) 규모 관악드림타운동아도 마찬가지다. 전용 59㎡짜리가 매매가 4억1000만원이고 전세가는 3억6000만원에 이른다. 1월 대비 매매가는 거의 오르지 않고 전세가만 오히려 6000만원가량 올랐다.

J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곳 봉천동은 베드타운으로 강남을 생활권으로 둔 전세 수요가 많다”면서 “봉천 4-1-2구역 재개발, 사당롯데캐슬골든포레(2020년 2월 예정),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등 공급이 있지만 수요층이 더 두터워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봉천동 일대를 중심으로 주요 정비구역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봉천 4-1-3구역은 최근 ‘자이’를 짓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며 봉천 4-1-2구역은 지난 2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이외에 서울 관악구 봉천 12구역의 정비사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12-1, 12-2 등 총 2개 구역으로 총 공급량만 2000가구가 넘는다.

서울 관악구 봉천 12-2구역은 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용역업체 선정에 나섰다. 지난 3월 14일 봉천 12-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이날 조합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협력업체 선정에 관한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분야는 단지 내 새집증후군 제거를 위한 무광촉매방식 등으로 시공하는 용역업체로 일반경쟁입찰, 전자입찰을 통한 적격심사 방식으로 진행한다.

바로 옆 12-1구역도 최근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마치고 공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가 들어서는 12-1구역은 2013년 착공에 들어간 이후 시공사 법정관리로 공사 중에 시공사가 바뀌는 악재가 있었지만 봉천동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사업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이외에 봉천 13구역은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설계자 선정에 나서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봉천동 아파트에 여전히 투자할 만할까. 그간 새 아파트가 없어서 주목받지 못했다 뿐이지 봉천동은 서울에서도 아직도 가성비 좋은 주거지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면 강남역까지 1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여의도나 광화문까지 출퇴근하는 것도 부담이 덜하다.

여러 경전철 계획이 많은 것도 호재다. 공사가 진행 중인 신림선(2022년 상반기 예정)과 함께 관악구에는 총 3개 경전철 노선이 도입될 예정이다. 서울대 정문에서 여의도 샛강역을 잇는 신림선이 개통하면 신림동 일대부터 여의도까지 40여분 걸리던 이동 시간이 20분 이내로 단축된다. 추가적으로 신설 예정인 서부선(새절역~서울대 정문)과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도 올해 안에 착공할 가능성이 높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2호 (2019.04.03~2019.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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