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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21세기 원유 빅데이터로 ‘빅토리 로직’ 만들어라

  • 입력 : 2019.04.08 10:55:15
1592년 음력 7월 조선 수군에게 이미 두 차례나 패한 왜군. 전세를 뒤집고 서해로 진출하는 길목을 확보하기 위해 왜장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앞세운 대군으로 남해에 집결한다. 총 73척의 전선을 이끌고 견내량에 진을 치고 있던 와키자카는 거짓 패퇴하는 조선 수군을 추격해 한산도 앞바다로 들어선다. 이때 한산도 좌우 섬에서 3군으로 나눠 매복 중이던 조선 수군 함대 56척이 학익진을 펼치며 왜선을 감싸 십자포화를 퍼붓는다.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한산대첩이다. 이 전투에서 3명의 전사자와 10여명의 부상자를 낸 조선 수군은 적선 47척을 격침시키고 12척을 빼앗는 큰 성과를 올렸다.

한산도 전투 하루 전, 미륵도에 사는 목동 김천손이 이순신 장군을 찾아와 견내량에 정박해 있는 왜군 상황을 알렸다. 이순신은 주변이 협소하고 암초가 많은 견내량으로 들어서는 것을 피해 적선을 한산도 앞바다까지 유인하는 작전을 세웠다. 김천손의 정보가 승전 기반이 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정보광이었다. 전란 내내 정보 수집에 심혈을 기울였다. 거제, 고성 등으로 왜군 동태를 살피기 위해 정찰부대를 보내고 포로로 잡은 왜병을 심문한 기록이 많다. 왜군에게 사로잡혔다 탈출한 병사나 백성 이야기를 사소한 것까지 귀담아들었다. 조선 수군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백성은 누구를 막론하고 쌀과 곡식으로 보답했다.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공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 쏟아져나오는 무한정 정보가 4차 산업혁명의 뿌리다. 데이터는 이제 ‘21세기의 원유’라고 불린다. 빅데이터는 단순히 데이터 양이 많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기존 데이터 처리 기술로는 처리 자체가 불가능했던 글자와 이미지 등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데이터까지 고속으로 처리하고 의미를 추출해낸다. 가치가 없던 데이터들이 새로운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가 됐다는 의미다.

‘데이터이즘(Dataism)’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축적된 데이터에 따른 알고리즘과 빅데이터가 판단의 기준이 되면서 인간이 데이터를 숭배하는 현상이다. 인간의 느낌이나 생각, 각종 생체 정보와 심리 정보가 디지털 정보로 축적되며 나에 대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나 자신보다 더’ 나를 잘 파악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투표를 하고, 배우자를 정하고, 집을 사거나 차를 바꾸는 일조차 내 생각이 아니라 인공지능 결정을 더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는 예측이다.

필자는 최근 스마트공장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 현황을 소개하던 한 발표자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하고, 필요한 데이터만 준다면 무엇이든지 해드리겠다”고 한다. 스마트공장 본질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내는 일이다. 어떤 출력값이 차별적 경쟁력을 만들고, 비즈니스 성과를 높이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논리적 방법, 즉 로직(logic)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최우선이다. 논리와 출력값이 명확하다면 그것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만들어가면 된다.

한 가지 더. 이순신 장군은 사소한 정보를 승전의 단초로 만들었다. 이는 왜군을 무찔러야 한다는 절박한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승리 로직’을 설계할 수 있는 스마트한 역량이 그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는 현재 비즈니스 전쟁터에 있는 기업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기홍 가온파트너스 대표]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3호 (2019.04.10~2019.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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