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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가 답이다] (1) 美 증시 ‘FAANG’ 이을 주도주는 ‘PULPS(핀터레스트·우버·리프트·팔란티어·슬랙)’·미디어·바이오株 분할매수를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9.04.08 11:34:29
안정적인 수익률로 자산을 꾸준히 증식할 방법은 없을까. 답은 글로벌 분산투자다. 주식과 채권, 주식과 부동산 등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 리스크를 낮추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해두면 장기투자에서 더 뛰어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매경이코노미는 해외투자 심층분석 시리즈를 연재한다.

해외 투자로 첫걸음을 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글로벌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넷플릭스에 투자했더라면 현재 수익률은 5000%를 넘는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50억원으로 불어났을 것이란 의미다. 2010년대 이후 미국 증시에서는 기술주 랠리를 타고 주식 부자가 속출했다. 지난해 한 해에도 엔비디아, 테슬라 등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시총 1위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룬다. 4차 산업,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주요 미래 산업을 미국이 주도하는 현 구도가 뒤집히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장기적인 상승세가 기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런데 요즘 미국 증시를 보면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매서웠던 상승세는 자취를 감췄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으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불거진 이후로는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갈지자’ 행보다. 다소간의 조정이 있을지언정 길게는 상승장이 예상된다면 결국 요즘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 해외 증시 투자 시리즈의 첫 회로 미국을 고른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증시를 둘러싼 3가지 이슈를 집중 분석했다.

▶‘R의 공포’ 스멀스멀, 리세션 가능성?

▷당장 침체 가능성 낮아

미국으로 경기 부진 우려가 번진 가운데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까지 역전되자 ‘R의 공포’가 부각되며 겁에 질린 투자자가 늘고 있다.

발단은 지난 3월 2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벌어졌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42%까지 떨어지며 2.46%까지 치솟은 3개월물을 밑돌다 3개월물과 같은 2.459%로 거래를 마쳤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07년 9월 이후 약 12년 만이다. 미국 장기채(10년 만기 국채)는 돈을 빌려주는 기간이 길어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단기채(3개월 만기 국채)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 투자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로 경기 침체 전조로 해석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경제에 당장 침체가 불어닥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가 쏠렸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970년대 후반 이후 3개월·10년물 금리가 역전된 시점이 5차례 발생했는데 역전 이후 경기 침체까지 소요일수는 평균 343일이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침체 선행지표인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고 해서 실제 경기 침체가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리 역전 이후 경기 침체 주식시장 고점 도달까지는 약 12개월 이상의 시차가 있었다는 점, 현재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대대적인 부양 기조로 전환한 점을 고려하면 침체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을 과거처럼 경기 침체 전조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유의미한 지표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급 변수가 작용할 때는 예측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2017년 10월 이후 연준이 자산 규모를 줄이면서 5년물 이하 단기채권이 5년 이상 장기물보다 더 많이 줄고 있는데 이는 수급 측면에서 장단기 금리차를 축소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즉, 연준이 자산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빚어지는 현상이지 이를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경기가 부진하더라도 미국 증시 랠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김효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는 경제 총수요를, 주가는 상장기업의 이익을 반영한다”며 “당분간 경기 침체 논란이 이어지며 미국 증시가 부진할 수 있지만 주당순이익(EPS)은 상장기업들 이익이기 때문에 전체 경제 총수요가 둔화되더라도 EPS 성장을 바탕으로 한 랠리는 지속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김일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부진하더라도 인플레이션 부담이 없는 환경이므로 연준이 부양 기조를 확고하게 이어가면서 성장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FAANG’의 시대는 끝?

▷탈동조화·차별화 뚜렷

2010년 이후 미국 증시 전성기는 5대 기술주, 이른바 ‘팡(FAANG,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종목이 주도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불거진 뒤 이들 종목의 주가는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은 중국산 부품 공급과 중국의 미국 제품 수요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 앞으로는 과거처럼 5대 기술주가 함께 상승하기보다는 탈동조화되며 차별화된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5대 기술주 가운데 주가 차별화가 극명하게 보이는 종목은 애플과 넷플릭스다. 미국 기술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애플은 중국 실적 부진 등 영향으로 크게 주춤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동영상 업체 넷플릭스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탈동조화 현상은 애플이 미디어 행사를 열고 직접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지난 3월 25일(현지 시간) 두드러졌다.

애플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다급하게 콘텐츠 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배경은 여럿 꼽을 수 있다. 일단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에서 62%, 아이패드와 맥북에서 23%의 매출을 거뒀다. 앱 판매나 클라우드, 애플뮤직 구독 등의 서비스 사업 매출은 15%에 불과했다. 최근 아이폰 매출은 정체된 반면 서비스 매출 성장세는 고속 성장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426억달러에 달하며, 글로벌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411억달러)을 처음 넘어섰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나왔다. 애플이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에 비해 우위에 있는 부분은 전 세계적으로 10억대가 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보급돼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1억3900만명을 웃돈다. 애플 기대와 달리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3월 25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은 1.21% 떨어진 반면 넷플릭스는 1.45% 올랐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축적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넷플릭스에 필적할 경쟁사는 없어 보인다’는 반응이 우위였다.

페이스북도 ‘팡’ 대열에서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 사용자 개인정보 유용, 2012년 이후 최장 시간 접속장애 사태 등이 연달아 터지더니 이번에는 ‘뉴질랜드 총기난사 생중계’라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면서 페이스북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총체적 난국에 봉착한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3월 15일 2.5% 떨어져 2개월여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주요 기술주 가운데 애플과 엔비디아 등은 미중 무역협상 전개 과정에 따라 다시 부활의 기지개를 켤 가능성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일 수 있도록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반도체 등을 구매하는 방안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PULPS의 부상

▷월트디즈니 콘텐츠 절대강자

분명한 것은 이제 기술주 홀로 미국 증시를 끌고 가기에는 체력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해외주식 전문가들은 앞으로 ‘PULPS(핀터레스트·우버·리프트·팔란티어·슬랙)’, 미디어, 헬스케어 관련 주식들이 기술주 바통을 넘겨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펄프스’ 종목은 아직 모두 상장된 것은 아니다. 우버와 리프트는 차량 공유, 핀터레스트는 이미지 공유·검색 소셜미디어, 슬랙은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한다. 모두 큰 범주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으로 분류된다. 3월 리프트 상장을 시작으로 4월 우버, 6~7월 핀터레스트와 슬랙, 하반기 중 팔란티어로 이어지는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미국 증시에 새 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리프트(LYFT)는 경쟁자 우버를 제치고 차량 공유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상장해 주목받는다. 4월 2일 기준 리프트 시가총액은 약 23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했다. 주가는 거래 첫날인 지난 3월 29일 78.29달러로 8.74% 급등했다가 4월 1일 11.85% 내리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우버다. 리프트가 경쟁자 우버를 제치고 차량 공유 업체 가운데 선두로 상장하기는 했어도 여러모로 우버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우버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차량 공유 이외에도 음식 배달, 택배, 여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리프트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만 제공 중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리프트는 적자 회사로 매출과 기업가치 측면에서 우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장 시 우버 기업가치는 약 1200억달러(약 136조원)로 리프트의 5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프트의 주가 상승 잠재력은 아직 상장 초기라는 점에서 우버의 상장이 예정된 4월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리프트는 경쟁자인 우버에 비해 자금력과 시장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어 반짝 스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외 주도주로 주목받는 업종은 미디어와 헬스케어다. 미디어 주식 중에서는 월트디즈니가 단연 두각을 보인다. 월트디즈니는 21세기폭스 인수를 통한 미디어 콘텐츠 시장 확대와 2019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본격 시행 예정이라는 점이 투자 포인트다. 마블, 루카스필름, 픽사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의 고속성장세와 디즈니랜드, 리조트의 견고한 수익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올해 말 선보일 예정인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디즈니플러스)’가 최대 호재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전 세계 문화 콘텐츠 대부분을 독점하다시피 한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내놓는다면 시장 판도는 급변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 관련 종목으로는 인튜이티브서지컬, 존슨앤드존슨 등이 물망에 올랐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수술용 로봇 ‘다빈치(da Vinci)’의 시스템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수술용 로봇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기존 모델 단점을 보완한 신제품 ‘다빈치SP1098’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 3분기 매출액 9억2000만달러, 순이익 2억9000만달러로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실적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존슨앤드존슨은 제약 부문 성장세가 돋보인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이 부문 매출액은 전체의 46.6%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최근 의료용 로봇 생산 기업인 ‘Orthotaxy’를 인수, 무릎 수술용 로봇을 개발해 2020년 출시할 것이란 점도 기대를 모은다.

써모피셔사이언티픽과 웰타워도 유망 종목이다.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은 바이오테크 기업과 연구소에서 쓰이는 생명과학분야 실험기기, 진단기기 글로벌 점유율 1위 업체다. 최근 분자 진단 기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잰걸음 중이다. 웰타워는 실버타운 연계 의료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배당하는 미국 대표 헬스케어 리츠다. 미국 내 점유율이 88%에 달하는 웰타워는 미국 고령화 시대 구조적인 수혜를 누릴 것이란 진단이다.

IT 종목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강추받은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브랜드 로열티를 통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까지 석권한 IT 업체라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은 26배로 캐시카우들의 안정적인 이익과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저평가 구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자일링스도 추천받았다. 이 회사는 AI 반도체 업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평가된다. 자일링스는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부문 세계 1위 기업이다. FPGA는 일반 반도체와 달리 회로를 다시 새겨넣을 수 있다. 값이 비싸지만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기능을 바꿀 수 있어 AI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3호 (2019.04.10~2019.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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