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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REPORT]美 경기 둔화 신호에도 IPO 시장 후끈…테크기업에 마지막 희망을 거는 월가

  • 신헌철 기자
  • 입력 : 2019.04.08 13:37:57
미국 경기가 올해 하반기부터 둔화될 것이란 전망에 시장에서는 큰 이견이 없는 상태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은 오히려 불이 붙었다.

일각에서는 올해 미국 IPO 시장이 닷컴버블 이후 20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이면 IPO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기업을 증시에 상장시키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업 초기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목적도 있다. 당연히 공모가를 높게 평가받을수록 이들에게는 이득이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모가보다 주가가 더 올라야 비로소 차익을 볼 수 있다.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 기업은 증시가 정점에 있을 때 IPO를 해도 좋지만 투자자는 그렇지 않다.

우버에 이어 미국 내 차랑 공유 2위 업체인 리프트가 지난 3월 29일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기업공개를 통해 리프트는 23억4000만달러를 신규 조달하는 데 성공했고 시가총액은 200억달러 안팎에 달한다. 첫날 거래에서 8.7% 상승하며 기분 좋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바로 다음 거래일에는 11.9% 급락하며 공모가 아래로 내려앉았다. 물론 단 이틀간의 사례지만 최근 IPO 시장과 미국 증시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또 다른 ‘대어’ 우버는 이달 말 상장한 뒤 시총이 1200억달러로 예상된다. 리프트의 6배다. 이 밖에 사진 공유 업체인 핀터레스트, 기업용 메신저 업체인 슬랙, 빅데이터 업체인 팔란티어 등도 연내 IPO에 나설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팡(FANG,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에 이어 ‘펄프스(PULPS, 핀터레스트·우버·리프트·팔란티어·슬랙)’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내놓고 있다.

▶페북 주가 4배·영업이익은 50배 늘어

리프트·우버는 적자…과한 기대는 위험

최근 10년래 가장 주목받았던 IPO 기업은 역시 페이스북이다. 2012년 주당 38달러로 시작한 페이스북 주가는 현재 170달러를 넘나든다. 하지만 페이스북도 상장 후 1년이 된 시점에서 주가가 32%나 하락했다. 페이스북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른 것은 미국 나스닥지수 상승세와 거의 일치한다. FANG으로 묶인 시너지 효과가 빛을 발한 데다 기업 실적도 수직 상승했다. 페이스북 영업이익은 상장하던 2012년 5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49억달러로 50배나 증가했다.

우버나 리프트 등이 페이스북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 업체는 업력이나 시장 전망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직 적자 상태고 경기 민감성이 높은 기업이다. 페이스북은 상장 당시 이미 흑자전환 상태였지만 우버는 지난해 18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S&P 글로벌마켓정보는 2009년 이후 5억달러 이상 시총 규모로 미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 성적표를 최근 점검했다. 총 94개 기업 가운데 65%만 6개월 후 상승세를 보였다. 앞에 살펴본 페이스북처럼 서서히 저력을 발휘한 사례도 있지만 2017년 3월 상장했던 스냅은 테크 기업 IPO 투자에서 반면교사로 꼽힌다.

메시지 공유 서비스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주당 17달러로 공모해 IPO 첫날 44% 급등했으나 이후 한 번도 첫날 주가 수준을 넘어선 적이 없다. 지난해 말 한때 5달러대까지 폭락했다가 지금은 10달러를 겨우 넘어선 수준이다. 이용자 수도 최근 2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스냅챗은 메시지가 확인 후 사라지는 서비스를 개발해 한때 페이스북의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덕분에 상장 당시 알리바바, 페이스북, 징둥닷컴 등에 이어 2012년 이후 4번째로 규모가 큰 IPO였지만 결과적으로 용두사미에 그쳤다. 창업자인 에반 스피겔은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됐고, 유명 모델인 미란다 커와 결혼하며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존에서 영입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입사 8개월 만에 퇴사하는 등 경영진 줄사퇴 사태에 직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덱스 펀드의 아버지’인 故 존 보글 뱅가드 회장의 추종자인 피터 피츠제럴드 체인브리지은행 회장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일반 투자자, 특히 장기 투자를 원하는 사람은 IPO에 과도하게 자금을 넣어서는 안 된다. 시장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가 안전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3호 (2019.04.10~2019.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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