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Star&Talk] 세월호 영화 ‘생일’로 돌아온 전도연 | 슬픔 주체하기 어려웠지만 언젠가 꼭 해야 하는 이야기

  • 입력 : 2019.04.08 13:47:00
매니지먼트 숲 제공

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혀 엄두가 나지를 않았어요. 두렵고 무서웠죠. 혹시라도 제 연기로 인해 어떤 오해나 편견이 생길까 봐서요.”

배우 전도연(46)은 복받치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어렵게 운을 뗐다.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세월호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생일’ 출연을 결심하기까지에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단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떨리고 불안했어요.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논란과 한계, 많은 난관이 예상됐지만 용기를 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고요. 결과적으로는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도망쳤다면 평생 후회했을 거예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일상을 그린다. 혼자 또는 같이 우는 사람, 그저 잊기를 바라는 이, 분노에 휩싸여 조금도 잊지 못한 또 다른 누군가까지. 영화는 ‘세월호 참사’ 그 후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견뎌내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슬픔과 분노를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백하게 녹여낸다.

“자극적이거나 과도한 부분이 없는 절제된 시나리오였다”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머릿속의 상상이 무한히 뻗어나갔다. 아무리 절제하려고 해도 밀려오는 슬픔이 주체가 안 되더라.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한 신 한 신이 정말 힘들었다. 전도연이 아닌 오롯이 극 중 인물이 되는 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저는 단지 연기했을 뿐인데도 이렇게 힘든데 실제로 이것을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미어졌어요. 혹시나 그분들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드릴까 봐 두렵기도 했고요. (유가족을) 뵙기가 무섭고 부담스러웠어요.”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다시금 마음을 추스르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러고는 “모든 작업이 끝나고 유가족분들을 극장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 영화가 끝난 뒤 어머님들 몇 분이 내 손을 잡고는 ‘고맙다’고 해주시더라. (두렵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던 게) 죄송스러웠다”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괴롭다고 피할 게 아니라 우리가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함께했어야 했는데…”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작품이 끝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여운이 오롯이 남아 있는 듯했다.

“미안하다”며 침묵을 깬 전도연은 “(모든 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지만 용기 내기를 정말 잘했다는 마음밖에 안 든다. 우리 영화가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게 감개무량하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우리가, 영화 속에 나오는 그런 따뜻한 이웃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의 소소한 행복이,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관객과 함께 느끼고 싶다”고 했다.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 불편하실 분도 많을 거예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함께 용기를 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두려웠던 시간이 끝나고 그분들(유가족들)과 두 손을 맞잡고 서로의 진심이 오고 가는 순간 느낀 그 따뜻함을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네요. 관객에게 이 마음이 아주 조금은 닿을 수 있을까요? 그거라면 충분할 텐데….”

끝으로 ‘좋은 어른’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물었다. 또다시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 모두에게 그렇지 않을까 싶다”며 생각에 잠겼다.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좋은 사람’ ‘좋은 어른’ ‘좋은 엄마’라고 말할 순간은 솔직히 안 올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계속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무기력해지지 말고 외면하려고만 하지 말고 뭐든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야죠. 방심하지 말고요.”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3호 (2019.04.10~2019.04.1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