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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룩셈부르크 최고(最古) 은행의 주인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04.09 14:01:29
최근 룩셈부르크 출장을 다녀왔다. 금융강국이 된 비결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각 금융당국, 은행 등을 방문하던 중 눈길 끄는 곳이 있었다. 룩셈부르크국제은행(BIL)으로, 1856년 설립돼 룩셈부르크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다. 주로 슈퍼리치, 즉 부자들의 자산관리(PB) 전문으로 ‘올해의 은행(더 뱅커)’ ‘최고의 PB은행(유로머니)’ 등 각종 상을 휩쓰는 곳으로 유명하다. 유럽 은행은 ‘느리고 불편하다’는 편견을 불식하듯 이 은행은 최근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이며 변신을 꾀하고 있었다.

특히 기자가 주목한 것은 차세대 해외 전략이다. 현지에서 만난 우그 델쿠어 BIL은행장은 “종전 유럽, 중동 등에 국한됐던 시장을 이제 중국으로 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배경은 은행의 지분구조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중순 BIL은행은 지분 90%를 레노버(聯想·롄샹)의 모기업인 레전드홀딩스(聯想控股)에 매각했다. 이전 대주주는 프리시전캐피털로 카타르 왕실 등에서 출자한 투자기관이었다. 또 그전에는 벨기에 회사가 대주주였다.

오래된 금융회사지만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자산관리라는 핵심 장점은 잘 유지하되 대주주 소재지에 발 빠르게 진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고 있었던 셈이다. 지분 투자자 입장에서도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프리시전은 레전드에 팔면서 2배가량 이익을 남겼다.

한국계 은행들은? IMF 외환위기 후 대부분 철수했다. 이후 이들 은행의 유럽 사업이라 함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처럼 주로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곳에서 금융지원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그는 에디슨을 두고 ‘혁신금융의 최초 수혜자’라고 표현하며 국내 금융사들의 변신을 촉구했다. 금융사는 기업의 2중대라는 시각에서 크게 멀지 않다.

룩셈부르크 최고 은행 변천사를 돌이켜보며 금융도 하나의 최첨단 산업이란 인식을 가져볼 수는 없을까.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3호 (2019.04.10~2019.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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