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백악관 ‘살아있는 권력’의 민낯을 미드처럼 풀어내다

문학수 선임기자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

밥 우드워드 지음·장경덕 옮김

인사이드 | 568쪽 | 2만2000원

[화제의 책]백악관 ‘살아있는 권력’의 민낯을 미드처럼 풀어내다

이 책은 한국과 매우 밀접한 내용으로 막을 연다.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지 8개월째인 2017년 9월 초, “190센티미터의 키에 머리가 벗어지고 거만하며 자신감으로 가득 찬” 백악관의 경제 자문역 게리 콘은 트럼프의 책상 위에서 한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 쪽짜리 서한을 발견한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한미무역협정을 종료시키려는 서한”이었다. “한국과의 무역에서 한 해 180억달러의 적자를 보고 주한미군 유지 비용으로 연 35억달러를 지출”하는 것에 트럼프가 격분해 빚어진 일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콘은 질겁했”고, “(미국) 국가 안보의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서한”을 슬쩍 치워버린다. “ ‘보관’이라고 쓰인 폴더에 그것을 집어넣은” 그는 나중에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훔쳐냈지. (중략) 난 이 나라를 지켜야 했어.”

화제의 책 <Fear: Trump in the White House>가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도 이미 수차례 보도됐던 이 책은 2018년 9월11일 미국에서 발매돼 일주일 만에 110만부를 돌파했다. 같은 해 1월 간행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7월에 나온 오마로자 매니골트 뉴먼의 <혼란>(Unhinged)과 같은 맥락을 지녔다. 살아 있는 권력인 ‘트럼프와 백악관’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방대하면서도 세세한 취재라는 점에서 이번 출간된 <공포>가 역시 돋보인다. 저자인 밥 우드워드는 올해 76세, ‘워싱턴 포스트’의 부편집인이라는 공식 직함을 지녔다. 2년차 기자였던 1972년에 동료 기자 칼 번스타인과 함께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퓰리처상을 받았던 ‘전설의 언론인’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지금까지 19권의 책을 쓰거나 공저했으며 그중 13권이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랐다.

책은 트럼프를 비롯한 그의 참모들이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과정을, 해프닝적인 사건까지 포함해 낱낱이 기록한다.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과 상황실, 대통령 전용기와 관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마치 ‘미국 드라마’처럼 묘사된다. 트럼프의 즉흥적이고 화급한 성격, 그 일가에 대한 저자의 시니컬한 시선도 감지된다. 백악관 선임고문인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귀족적으로 구는 사람”이다. 딸 이방카는 한때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이 “당신은 그냥 직원 나부랭이야!”라고 힐난하자 “나는 일개 직원이 아니에요! 나는 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예요!”라고 응수한다.

한반도의 안보 및 경제에 대한 트럼프의 속내와 백악관 내부의 논쟁은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트럼프가 전화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180일 안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는 서한을 보내고 무역 관계를 파기하고 싶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그를 달래려 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에 대해 언급했을 때 트럼프는 “나는 그를 협박할 거고 꾀로 이길 거야!”라고 선임비서관 롭 포터에게 말했다.

저자는 ‘딥 백그라운드’(Deep Background)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해 책을 썼노라고 밝힌다. 인터뷰를 통해 얻은 정보를 쓸 수는 있지만 누가 정보를 제공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저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녹음을 허락”했다고 밝혀, 기술된 내용의 신빙성을 끌어올린다. 책의 제목 ‘공포’는 트럼프가 후보 시절이던 2016년 3월 이 책의 저자와 인터뷰하면서 “진정한 힘은 공포에서 나온다”고 발언했던 것에서 따왔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쓰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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