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은, 여름
안 베르 지음·이세진 옮김
위즈덤하우스 | 156쪽 | 1만2800원
“우리의 자유는 병원 문 앞에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죽음은 결코 부당한 게 아니다. 부당한 것은 개인의 고유한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는 현실이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존엄사를 합법화시키기 위해 생의 마지막을 바친 작가 안 베르가 쓴 에세이다. 2015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후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해 온 저자는 2017년 10월2일, 59세의 나이에 벨기에로 가 죽음을 선택할 자유를 실천했다. 책은 불치병 환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조력자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이동할 때면 누군가 짐을 나르듯 “내 몸”을 옮겨야만 한다면, 누구든 히스테리 같은 감정을 다스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존엄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은 생전 자신의 몸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저자에게 큰 배신감을 안겼다. “나는 몸과 루게릭이 손을 잡고 내 뒤통수를 치는 이 삼각관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몸은 팔려가 루게릭의 앞잡이가 되었다. 내 삶 전체가 고꾸라졌다.” 그럼에도 저자가 기록한 마지막 여름은 ‘살아있음’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하다. 택시를 타고 법원으로 가는 6분의 시간을 여행에 비유하고, 축제에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춤을 추기도 한다. “조금 있으면 죽을 사람이라고 웃지 않을 수 있나?”라고 말하며, 주변 사람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는다.
저자가 스스로 ‘생을 완성’한 이틀 뒤 책이 출간됐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생의 마지막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