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정부·제도보다 ‘공유 정보’ 신뢰

김지혜 기자

신뢰 이동

레이첼 보츠먼 지음·문희경 옮김

흐름출판 | 448쪽 | 1만6000원

[책과 삶]정부·제도보다 ‘공유 정보’ 신뢰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국가와 언론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그런데 사람들은 우버나 에어비앤비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아무렇지 않게 낯선 이의 차를 타고, 낯선 이의 집에서 잔다.

세계적인 신뢰 전문가인 저자 레이첼 보츠먼은 이것이 ‘신뢰 이동’이 일으킨 변화라고 설명한다. 이제 신뢰의 영향력은 엘리트 집단이나 정부 당국보다는 가족과 친구, 심지어 낯선 사람과 같은 ‘사람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공동체나 제도보다 사람이 더 믿을 만하다니? 하나의 시스템이 아닌 여러 개인들에게로 흐르는 이 ‘분산적 신뢰’의 중심에는 기술 발전이 있다. 기술은 모르는 사람들을 하나의 플랫폼에 모으고, 서로에 대해 평점을 매기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령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겁도 없이’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이유는, ‘어번시터’라는 플랫폼에서 다양한 베이비시터들의 프로필뿐만 아니라 공통 친구나 과거 고객 등을 조회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시터 역시 자신이 일하게 될 가정에 대해 같은 방법으로 평판을 조회하며 일터의 안전을 가늠한다.

이 책은 유럽의 카풀 서비스 ‘블라블라카’가 고객을 대상으로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갔는지 설명한다. 일단 차량 공유라는 개념의 필요성을 설득시키는 것이 먼저다. 그다음 플랫폼과 회사가 문제 요소를 제거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책은 신뢰 이동이 이끈 변화를 섬세하게 살핀다. 차별과 절도, 죽음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도 제시한다. 저자에게 신뢰 이동은 공유경제라는 새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으로 일축할 만한 것이 아니라 사회혁명이자 문화혁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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