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인간은 소통한다 고로 가족도 존재한다!

입력 : 
2019-04-03 17:20:00

글자크기 설정

이 극은 ‘메이드 인 프랑스’다. 『르 피가로』는 ‘이처럼 기막힌 코미디가 있을까. 관객을 사로잡는 놀라운 힘, 지적이면서도 심술궂은 경쾌한 희곡, 끊이지 않는 웃음과 감동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고 평했고, 『파리 스쿠프』 역시 ‘보석 같은 작품이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상처, 두려움, 불안, 기쁨이 다듬어져 따뜻하고 지적인 연출이 돋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정도면 볼 만하지 않은가!

사진설명
▶Info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기간 ~2019년 5월12일

-티켓 R석 6만6000원, S석 5만5000원, A석 4만 원

-시간 4월-화, 수, 금 오후 8시 / 목 오후 4시 / 토 오후 3시, 오후 6시 30분 / 일, 공휴일 오후 2시, 오후 5시30분(월 공연 없음)

-출연 앙리-이순재, 신구 / 콘스탄스-유리, 채수빈 / 폴-김대령, 조달환 / 발레리-김은희, 유지수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는 프랑스 극작가 이방 칼베락의 작품으로 2012년 프랑스 초연 이후 현재까지 공연 중이다. 또한 지난 2015년 바리에르재단 희곡상을 수상한 뒤 같은 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초연 이래 소극장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유료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하며 3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극에는 편차가 큰 3세대가 등장한다. 까칠한 70대 독거노인, 꿈을 찾아 방황하는 20대 청춘, 40대 불임부부. 이들은 갈등과 소통을 통해 모두 각각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30년 전 아내를 잃고 파리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괴팍한 성격의 전직 회계사인 도시 할배 앙리와, 그리고 시골 마을에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 없이 아버지 잔소리를 달고 사는 콘스탄스. 콘스탄스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삶을 꿈꾸며 파리로 올라온다. “더 싼 집”을 외치던 콘스탄스에게 앙리 할아버지 집은 조건은 까다롭지만 절대 물리치기 어려운 ‘특전’이 있다. “6개월치 방세를 깎아 주겠어. 대신 내 아들 폴을 유혹해. 난 며느리가 맘에 들지 않아. 어때?” 콘스탄스는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때부터 절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인물들은 늘 부딪친다. 사소한 것부터 동성애 등의 담론 또 사회와 사람을 보는 시각까지, 불협화음을 내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표면은 콘스탄스의 성장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앙리 할아버지에게도 성장은 낯설지 않다. 그가 단순히 나이 차이, 세대 차이로 치부하면서 스스로 편하게 정리했던 문제들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순간 ‘배움’은 시작된다. 그 안에서 ‘개인과 가족, 가족과 사회의 관계’에서의 교집합이 펼쳐지며 성장 또한 이루어진다.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청년들은 불확실한 꿈에 지쳐 가고, 중년 부부들은 불임뿐 아니라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는 우리의 현실과 크게 유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극의 약점은 있다. 하지만 이 약점을 순식간에 덮어 버리는 것은 연기 경력 60년을 훌쩍 뛰어넘는 이순재, 신구의 존재감이다.

이번 재연에서 콘스탄스를 맡은 배우는 권유리와 채수빈이다. 무대에서 이들의 성장을 이끄는 몫은 단연 이순재, 신구다. “삶이라는 건 성공과 실패로 가르는 게 아니야. 짧은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우리가 사랑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느냐야”라는 말은 앙리 할아버지이기 이전에 ‘두 어르신’의 진짜 가르침처럼 들린다. 극을 떠나 진솔한 멘토로서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이순재, 신구의 연기 숨결을 지척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글 김은정 사진 파크컴퍼니 페이스북]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3호 (19.04.09)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