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공유 주택-공유 하우스 디자인의 미래

입력 : 
2019-04-03 17:27:56

글자크기 설정

최소한의 가구인 침대, 세면대와 변기, 옷장, 책상. 이걸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나의 비밀스런 공간에 굳이 들이지 않아도 되는 덩치 큰 가구과 공간을 공유해서 여러 명의 이웃과 나눠 쓰는 건 꽤 합리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출발한 게 공유 주택이다.

시작은 미국이다. 호텔 서비스가 가미된 공동 주택을 스타트업 기업들이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공유 오피스로 명성이 높은 위워크가 규모가 큰 편인 위리빙을 2016년 오픈하는 등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5, 6세대가 모여 사는 셰어 하우스 개념을 넘어 커뮤니티 공동체로서 진화를 거듭한 이 공유 주택 디자인은 2018년 오픈한 런던의 ‘오크우드’로 정점을 찍었는데, 여기는 무려 세대수가 546개나 된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조차 노후 고시원 등 오래되고 쓸모 없어진 건물을 공유 주택으로 리모델링해 공급하겠다는 시험 사업을 발표했다.

사진설명
예를 들어 보자. 2017년 오픈한 커먼타운은 국내 1인 독립 세대들의 드림 하우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현재 압구정, 이태원 등 10여 개 하우스가 운영되는데 그들이 갖춰 놓은 시설을 보면 요즘의 1인 독립 세대원이 뭘 추구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일단 멋지다. 가구도, 공간 인테리어도 그리고 입지 조건과 전망도. 얄팍한 주머니 사정으로는 감히 넘보지 않았을 장소와 트렌디한 디자인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즐겁다. 공유 공간, 공유 커뮤니티가 제대로 조성돼 있다. 혼자여서 즐기지 못했던 여가 생활이 자연스레 해결된다. 마지막으로 몸이 편하다. 청소, 보안 등에서 자유롭다. 물론 돈은 든다. 이곳의 캐치프레이즈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은 줄이고, 넓고 쾌적한 공간은 함께 즐기는 새로운 독립 방식’이다. 밀레니얼 1인 가구가 추구하는 바를 한마디로 압축해 놓았다. 2018년 오픈한 역삼동 트리하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일상의 번거로움을 줄인다는 의미로 토요일 조식 서비스, 침구 교체 서비스, 세대별 청소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입주자만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클래스가 준비돼 있다. 공유 가능한 주거 공간 디자인의 특징은 한마디로 새로운 삶의 패턴을 제안하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는 각각의 방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지만 문을 열고 거실로 나서는 순간 새로운 친구, 취미, 지식의 바다가 펼쳐진다. 적극적 오프라인 네트워킹 세상이다. 이를 두고 영국 ‘더 콜렉티브’의 홍보 책임자 스테퍼니 코넬은 “친구를 찾을 수 있는 거대한 집”이라고 표현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셰프에게 요리 수업을 받으면서 친구를 사귀는 거다.

‘사귐’의 기능이 점점 커지면서 이 새로운 형태의 주거 공간은 점차 공유 스페이스 디자인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함께 있는 게 자연스러운 구조,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구조에 디자이너들은 창의력을 쏟는다. ‘함께’라는 화두는 인간의 행복을 설계하는 기초이므로 디자이너들의 이런 노력은 박수받을 일이다.

혹자는 이런 의도적 사회 커뮤니티가 부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공유 주택을 선택한 밀레니얼들은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가치를 지닌 이들일 테니, 최소의 노력과 감정 소비로 누리는 최상의 서비스임은 틀림없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커먼타운, 트리하우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3호 (19.04.09)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