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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분자 가족, 전·월세가 어때서요?” 나만의 ‘집’을 찾아 살아가는 사람들

이승연 기자
입력 : 
2019-04-04 10: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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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기사 제목 속 ‘가족’은 ‘등본을 공유하는 사이’도, ‘집을 소유하는 집단’도 아니다. 이제 현대인들에게 ‘내 집 마련’이란 불편한 꿈이고, 결혼은 선택 사항에 속한다. 때문에 스스로를 부양하기에 집중하며 새로운 분자 가족이란 형태를 만들기도 하고, 좋은 집의 조건은 무엇인지 나만의 해답을 찾으며 집을 유랑하는 히치하이커들도 생겨났다. 최근 서점가에 진열된 책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찾아봤다.

▶조립식 가족의 탄생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사진설명
김하나, 황선우 저 / 위즈덤하우스 펴냄
책 속 한 줄 “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생략)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의 분자식은 W2C4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SNS를 통해 알게 된 두 작가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 취향을 알아가면서 자주 만나게 되었고,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장점을 모두 취해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카피라이터였던 김하나(책 속 ‘김’)와, 패션지 에디터였던 황선우(책 속 ‘황’)는 돈을 모아 집을 구입했고, 집을 고쳐가며 이사를 준비한 결과 사람 2명, 고양이 4마리가 한 가족이 됐다. 너무나 다른 생활 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과 고양이들)이 한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겪은 각종 에피소드들, 피할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제와 그 해결 방법 등을 실었다. 결혼뿐 아니라 어떤 형태의 공동체든 한집에 사는 사람들이 겪게 될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1~2인 가구의 생활 기록 『디렉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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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황선우 저 / 위즈덤하우스 펴냄
책 속 한 줄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 집도 전혀 시시하지 않다고, 누구에게는 원룸·반지하·빌라·다세대 같은 단어로 정리될 수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작은 우주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매체. 직방과 함께 『디렉토리』 매거진을 기획할 때 품은 소망이다. – Letter from Directory 中” 1~2인 가구가 주를 이루는 사회에서 다양한 집을 유영하며 자기다움을 배워가는 밀레니얼 세대들. 그들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지난 1월에 출간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디렉토리』는 ‘주거관점’으로 1~2인 가구 라이프스토리를 기록하고 수집해 선보인다. 원룸,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 등 다양한 형태의 집을 여행하는 그들의 생활과 생존 사이, 오늘의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시작점을 제시한다.

▶자취생이 아니라 1인 가구입니다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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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 저 / 빌리버튼 펴냄
책 속 한 줄 “언제 떠날지 모르는데 뭘. 나 역시 이런 생각 때문에 항상 ‘임시’로 살아왔던 것 같다. (생략) 하지만 이제는 똑같이 2년을 살면서도 임시 인생을 산다는 슬픈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대만족이다. 내 소유가 아니어도 이곳은 내가 사는 내 집이고, 비록 임대라 할지라도 이곳에서 풀어가는 내 삶은 결코 임시가 아니다.”

저자는 열다섯 번의 이사를 경험한 32년 차 세입자이자, 2년에 한 번, 짐을 싸고 풀며 ‘집’을 떠나 ‘집’에 도착하는 홈 히치하이커다. 월세에서 반 전세로, 반 전세에서 전세로 집과 집을 떠도는 2030세대들에게, ‘정착’이라는 고도를 기다리며 집과 집을 유랑한 어느 세입자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집과 이사에 얽힌 이야기, 그 안에 스밀 수밖에 없는 사람과 공간에 대한 기억들이 있기 마련이다. 저자에게 집은 단순히 ‘사는 것’도 ‘사는 곳’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이며, 내 집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어떻게 일상을 꾸리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웃지 못할 해프닝, 열다섯 번의 이사를 통해 쌓은 집 구하기 내공, 수많은 집과 만나고 헤어지며 어렴풋이 깨달은 삶의 진실까지 들려준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포토파크,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3호 (19.04.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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