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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악질경찰’ 이선균 | “역대 가장 악질적인 캐릭터… 그의 각성에 초점”

박찬은 기자
입력 : 
2019-04-04 10: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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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이선균은 사소한 일로 시작해 위기에 봉착하는, 어딘가 지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면을 가진 남편(‘내 아내의 모든 것’,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이거나, 문제적 인물을 만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소시민(‘화차’, ‘끝까지 간다’), 또는 약자를 지나치지 못하는 선한 얼굴의 전형(‘나의 아저씨’)이었다. 근작 ‘미옥’에서도 칼을 쓰는 조직의 해결사 역을 맡았었지만 어디선가 자꾸만 선한 얼굴이 삐져 나오는 것은 감출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악질경찰’에선 악 소리 나게 질 나쁜 경찰 역할을 연기했다. 간담회장에서 그는 “더 큰 악을 만나 그가 변모해가는 모습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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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 위에 더 나쁜 놈 있다 어머니의 장례식, 아내의 이혼 통보, 갑작스런 내사 소식까지, 스트레스 폭발 직전의 주인공은 실수로 사람을 치고 사체를 어머니의 관에 숨긴다. 자신을 죄어오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협박을 당하며 신경 쇄약 직전까지 몰리는 ‘고건수’ 역으로 67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섹션에 초청, 이선균에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안겨준 영화 ‘끝까지 간다’(2014). 그리고 이어 ‘더 서울어워즈’ 드라마 부문 대상에 빛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본인만의 색깔로 연기내공을 공고히 쌓아 올린 이선균. 그가 ‘악질경찰’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열혈남아’, ‘아저씨’, ‘우는 남자’까지 인생의 밑바닥에서 살다가 그 삶에 손 내밀어 주는 누군가로 인해 변모해가는 이를 늘 주인공으로 삼았던 이정범 감독은 “관객들이 필호의 감정에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를 캐스팅했다. ‘악질경찰’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더 나쁜 악의 존재에 맞서 변모해가는 과정을 쫓는 영화다.

Interview ‘악질경찰’ 조필호 역 이선균 ‘공공의 적’이나 ‘강철중’에 등장하는 악역이 떠오른다. ‘악질경찰’ 조필호는 어떤 캐릭터인가? 직업만 경찰이고 범죄자에 가까운 인물이다.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이나 ‘끝까지 간다’의 ‘고건수’는 그래도 경찰이라는 틀 안에서 거칠었는데, 조필호는 무늬만 경찰이고 거의 쓰레기 같은, 범죄자에 가까운 인물이다. 시나리오 선택 이유는? 대본이 재미있었다. 굉장히 템포 있는 내용 전개였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다. 이 영화를 택한 제일 큰 이유는 감독님이었다. 소싯적부터 감독님은 저에게 ‘연출과 감독이 배우에게 이런 영향을 줄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 분이다. 함께 작업하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장르적으로 겹겹이 쌓여가는 시나리오 속 사건도 흥미로웠고, 더 큰 악을 만나면서 각성하고 자기성찰을 하는 조필호 캐릭터도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더 진한 인물이라 욕심이 났다. ‘아저씨’ 이정범 감독과 17년 만에 만났다고 들었다. 그렇다. 감독님과는 동문이고 학교 때부터 너무 좋아하던 형이었는데, 날 17년 만에 불렀다(웃음). 감독님의 17년 전 졸업작품 ‘굿바이 데이’라는 영화에 출연했었다. 당시 난 연극 전공이었기 때문에 품앗이하는 개념으로 찍었다. 힘든 사람끼리 만나서 하다 보니 서로 위안이 많이 되었다. 그 기억이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어서 17년 만에 다시 작업한 것이 벅찼다. 예전 미니홈피가 유행할 때, 영화 ‘굿바이 데이’ 스틸 사진을 걸어놓고 ‘내 인생의 첫 감독’이라는 문구를 적어놨던 적이 있었다. 배우가 연출한테 어떤 디렉션을 받으면 편해지고, 도움을 받는지를 처음 느꼈다. 연기 초년병이었던 2002년도 당시 데뷔하고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감독님과의 작업이 아주 좋은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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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님 독종이다’라고 느꼈던 현장 비하인드는 없었나. 액션 신 뿐만 아니라 모든 신이 그랬다. 너무 고마운 감독님이고 너무 고마운 형이다. 감독님이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액션 신뿐만 아니라 다른 신도 집요하게 찍었다. 작업에 많은 애정과 애착이 있다. 정말로 숨 넘어갈 뻔한 액션 신이 있었다고 들었다. 박해준 씨와 처음 만나 액션을 찍는데, 아파트 실내에서 둘이 싸우는 장면이다. 원래는 컷을 나눠서 찍기로 했다가 롱테이크 부감으로 찍었는데 감독님이 좋아하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둘이 격투기하듯이 싸우는 장면이다. 극중 기절을 하는 장면에서 마지막에 초크가 제대로 들어오는데 감독님이 계속 줌인을 하시더라. 실제로 바닥에 탭을 치는데도 다들 연기인 줄 알았다. 전소니, 박해준 배우와 함께 작업한 소감? 2019년에 주목해야 할 보물 같은 배우가 탄생하지 않았나 감히 예상한다. 전소니는 굉장히 똑똑하고 강단이 있다. 호흡을 맞추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마스크나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한국에 없는 여배우가 나왔다. 박해준은 대학교 동문인데, 점점 연기가 무르익는 것 같다. 연기하는 것을 보면 깜짝 놀란다. 이번에 물 만난 것 같다. 악역을 많이 했지만 ‘어떻게 갑자기 슛만 들어가면 눈빛이 변하지’ 라는 생각이 들만큼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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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점? 조필호의 감정으로 관객들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 영화라는 게 큰 부담이었다. 질이 안 좋고 자기밖에 모르며 이기적인 인간이 사건을 헤쳐나가고 자기반성을 하며 나아갈 때 관객들도 그와 한 마음이 될 수 있게 연기해야 했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사건을 맞닥뜨리고 나서의 조필호의 변화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처음에 최대한 쓰레기답게, 거칠게, 나쁘게 표현하는 것이 파급력 있고 각성 효과가 크다고 생각했다. 경찰이라는 직업보다 그가 갖고 있는 나쁜 성질에 대한 본능을 좇았다. 그랬던 그가 어떤 사건에 맞닥뜨렸을 때 변하는 내적인 갈등에 초점을 맞춰서 연기했다. 자기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인간이 자기보다 더 큰 사회악 같은 존재를 만나 어떻게 그것을 헤쳐나가고 자기반성을 하게 될까 생각하며 연기했다.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장르적인 재미는 물론 조필호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켜볼 것을 추천한다. 조필호가 한 고등학생과 거대 기업이라는 큰 산을 맞닥뜨리면서 각성하는 모습이 강하고 진한 여운을 전한다. 다른 관전 포인트는 ‘전소니’라는 새로운 배우의 발견이다. 기대해도 좋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3호 (19.04.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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