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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그 산하 그 평야-차 향기 따라 둘러보는 하동 여행

입력 : 
2019-04-04 11: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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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그리 춥지도 않았건만 미세먼지가 기승을 뿌린 까닭인지 동장군이 채 물러가기도 전부터 목을 빼고 봄을 기다렸다. 매일같이 전국 날씨와 미세먼지 수치, 개화 일정을 확인하면서 안달을 하다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아직 기미도 없는 봄을 찾아 남도로 길을 잡았다. 목적지는 섬진강. ‘우 매화, 좌 벚꽃’으로 꽃에 푹 취해 보리라 달려간 길에서 우연히 맛본 하동의 야생차에 머릿속이 맑아졌고, 섬진강가를 걷다가 오래 전 읽은 『토지』의 서사에 마음을 뺏겼다. 그리고 호리병 속의 별천지, 하동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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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시대에 씨앗을 심은 이후 1000년 동안 차가 자라고 있는 하동 차 시배지
▶1000년 야생차 밭에서 왕의 차를 맛보다 전북 장수군 팔공산에서 발원한 섬진강의 200여 km 물줄기는 광양만을 거쳐 남해로 흘러간다. 하류의 오른쪽은 경상남도 하동군이고 왼쪽은 전라남도 광양시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름하는 경계이자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진안, 임실, 남원, 곡성, 순창, 구례, 하동, 광양을 거쳐 5000여 ㎢의 유역 면적을 자랑하는 큰 강이지만 그중에서도 관광객들의 편애를 받는 곳은 화개에서 악양을 거쳐 하동에 이르기까지 십 리에 걸쳐 벚꽃이 피어나는 십리벚꽃길과 광양의 청매실공원을 중심으로 이어진 매화 길이다.

2월 중순부터 매화가 피기 시작해 3월 중순에는 섬진강 왼쪽이 하얗게 매화로 뒤덮이고,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 섬진강의 오른쪽이 연분홍 벚꽃 잎이 흩날리는 꽃 천지가 되어 버린다. 꽃들이 다 지고 가지마다 새순이 돋아나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눈을 돌려 찻잎을 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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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 들어서서 꿈꾸듯 십리벚꽃길을 지나 쌍계사로 방향을 트니 첩첩이 쌓인 산자락을 타고 곳곳에 나지막하고 너른 차밭이 펼쳐진다. 일조량과 지질 조사를 통해 일부러 조성한 차밭이 아니다. 신라 흥덕왕 시절,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종자를 갖고 돌아와 왕명을 받들어 처음 씨를 뿌린 이후로 그곳에선 1000년 동안 쉼 없이 차 꽃이 피고, 찻잎이 자란다. 이곳에서 만든 차는 하동의 특산품으로 왕에게 진상하는 물목에 꼭 들어갔다. 초의선사가 쓴 『동다송』에도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40~50리에 걸쳐 자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보다 더 큰 차밭이 없다’란 대목이 나온다. 『신증 동국여지승람』 토산조에 당시 진주목 소속의 다소가 있던 곳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차 시배지를 비롯해 하동에는 산등성이부터 평지까지 대부분 차밭이다. 하동군 화개면의 1200가구 가운데 1000가구가 차 농사를 지을 정도로 하동군 특히 화개는 차 특화 지역이다.

나지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일교차가 크고 배수도 잘되는 땅인 데다가 가끔 남해 바다에서 따뜻한 바람이 살살 불어주니 차가 자라기에 천혜의 환경이고, 천성적으로 순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땅이 주는 찻잎을 일일이 손으로 거두고 무쇠 솥에서 덖어 정성껏 비벼 말려 내린 차 맛이 순하고 향기로울 수밖에 없다. 봄비가 내리기 전 곡우에 따서 거둔 우전雨前, 참새 혀만큼 작은 어린 녹차 잎으로 만든 세작細雀, 하동에서 전해 내려오는 방법으로 햇빛에 발효 건조시킨 전래 홍차인 잭살차(작설차의 경상도 방언) 등 하동의 특징을 한껏 살린 차들을 맛볼 수 있다.

▶호리병 속의 별천지, 하동의 차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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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에서는 차 문화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보전 계승하기 위해 하동야생차박물관을 설립했다. 차에 대한 정보와 하동 차의 특장점, 세계의 다양한 차와 다구를 전시해 놓았다. 하동에서 평생을 차에 바친 죽로차 명인 홍소술, 우전차 명인 김동곤, 전통 수제 녹차 명인 박수근 등 세 명의 이야기와 그들의 차도 소개하고 있다. 2층에는 ‘호중별천壺中別天’이란 시에서 ‘동국화개동 호중별유천東國花開洞 壺中別有天, 동쪽 나라 화개동은 호리병 속 별천지라네’라며 하동에 대한 애정을 보인 고운 최치원 선생을 기리는 특별한 전시 공간도 따로 두었다. 특히 6월30일까지 3층 특별 전시실에서는 ‘최고운을 찾아 청학동에 들다’란 제목으로 옛사람들이 청학동으로 생각했던 불일폭포 일원에서 발견된 완폭대의 탁본, 진감선사탑비의 탁본, 겸재의 하동 불일폭포 그림 등을 전시한다.

박물관 옆에는 야생차 체험장이 있어 차를 마시는 데 필요한 다기를 갖추고, 찻물을 끓이고, 차를 내리는 과정과 차 마시는 법까지 무료로 교육하니 하동야생차박물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미리 예약하면 된다. 찻잎을 따거나 덖는 체험은 15인 이상 단체에 한해 유료로 운영 중이다.

하동에 도착하면 먼저 하동야생차박물관을 돌아보고, 화개천을 따라 줄지어 선 찻집들을 찬찬히 둘러볼 것을 권한다. 천년 역사의 차를 다루는 정성은 하동 사람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저마다 내놓는 모습이 다르고 그 맛이 달라, 여행이 더욱 즐겁다.

▶개성 넘치는 하동 ‘찻집들’

▷야외 다원의 매력, 매암제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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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는 산중턱이나 평지 할 것 없이 야생차들이 여기저기 자라지만 유난히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는 다원은 악양의 매암제다원이다. 2만여 평에 달하는 다원 안에 일제 강점기에 지은 목조 주택을 개조하고 다구들을 전시해 매암차박물관을 만들었는데, 박물관 툇마루에 걸터앉아 차밭을 바라보는 뒷모습 사진이 SNS의 ‘인싸’가 되면서 연인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이곳을 즐겨 찾는다. 매암제다원은 1960년대에 매암 강화수 옹의 부친이 차 농사를 시작한 이래 40년간 3대에 걸쳐 자연 농법으로 가꿔 오고 있는 친환경 생태 다원이다. 햇빛 잘 들고 너른 평지에서 자란 차 잎을 골라 참나무 장작으로 달군 백동 솥에 덖어 멍석 위에서 일일이 손으로 밀어 가며 비벼 말린다. 이렇게 유념한 찻잎은 온돌 놓은 황토방에서 건조하고, 백탄으로 달군 솥에서 수분을 제거해 완성한다. 매암제다원에서는 이 모든 공정을 여전히 손으로 진행한다. 곡우에 딴 ‘승설’, 곡우 지나 딴 ‘평사’, 발효시킨 홍차 ‘월영’, 매암제다원의 명품인 ‘매암향’등 다양한 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화개에서 쌍계사에 이르기까지 숱한 찻집이 있는데 이곳이 SNS에서 유명해진 데는 7000여 평의 야외 정원과 찻집 매석의 자유로운 운영 방침이 젊은 세대들의 선호를 받기 때문. 자율 운영하는 찻집 매석에서 본인이 마시고 싶은 차를 골라 다기에 담아 실내든 야외든 편한 자리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마시고 나서 다기를 씻어 놓으면 된다. 차 가격은 1인당 2000원 이상으로 알아서 내면 되는데, 이 가격의 절반은 좋은 일을 하는 단체에 기부한다고. 아늑한 목조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사방이 탁 트인 초록빛 차밭에서 향 좋은 차를 마시는 것은 아무 데서나 할 수 없는 귀하고 향기로운 체험이다.

Info 주소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346-1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지리산과 화개천을 낀 정원 카페,

▷더로드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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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 가면 녹차만 마실 줄 알았는데, 경기도 양평의 카페 같은 곳이 나타났다. 더로드101은 화개면의 번화가라 할 수 있는 화개로 한가운데 있다. 지리산의 촛대봉을 뒤에 두고, 섬진강을 향해 유유히 흐르는 화개천에 발을 담그고 멀리 형제봉과 거사봉을 바라보며 잘 내린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세련된 카페다. 공사 중인 별관 앞 야외 의자에 깊숙이 들어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드니 눈앞이 그냥 천국이다. 아메리카노 외에 더치커피, 지리산라떼, 쑥라떼, 밀크티, 딸기주스까지 카페 러버들의 만족도를 높여 줄 메뉴를 제대로 갖추었지만 정작 더로드101의 가장 큰 매력은 야외 정원이다. 입구부터 계단식으로 펼쳐진 넓은 대지 위에 수령 높은 소나무와 분수, 돌계단, 야외 조각물, 작은 연못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내 집 베란다 화분에 심은 동백나무 한 그루도 잘 키우는 게 쉽지 않음을 알기에 이 넓은 정원을 매일같이 관리하는 주인과 종업원들의 수고에 고개가 숙여진다. 카페 실내에도 다양한 꽃 화분과 행잉 바스켓, 다육 식물들로 꾸며 정원 카페의 구색을 고루 갖추고 있다.

Info 주소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357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매주 수요일 휴무 주요 메뉴 아메리카노 5500원, 지리산라떼 7500원, 딸기우유 7000원



▶주인장의 솜씨가 반짝이는 찻집,

▷윤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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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말만 들어도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런 모습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윤슬’이라 정의했다. 하동 십리벚꽃길 중 가장 아름다운 자리에 찻집 윤슬당이 있다. 커다란 벚나무 두 그루 사이에 예쁜 목조 주택이 있어 그 1층은 찻집이고, 2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이다. 주인의 살림집은 ‘EBS 한국기행’에 소개된 적 있는 하동의 예쁜 황토 집으로 여기 당호가 ‘윤슬당’이다. 2016년에 화개에 찻집을 내면서 집 이름을 그대로 갖고 왔다. 찻집 윤슬당은 오래된 풍금과 재봉틀 다리와 문틀을 재활용해 만든 테이블, 고재로 만든 찻장, 손으로 수놓은 티 타월 등 솜씨 좋은 주인장이 정감 있게 꾸며 놓았다. 창밖에 가득한 벚꽃과 먼 차밭으로도 부족한지 실내에도 크고 작은 화분과 주인 집 마당에서 꺾어 온 매화와 벚꽃, 산수유 가지가 가득해 자연의 내음을 흠씬 맡을 수 있다. 육계와 홍차를 섞어 기력을 회복하게 해 주는 윤슬홍차, 국화와 구기자를 섞어 만든 구수한 맛의 기국차, 복령과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만든 미인차를 비롯해 다양한 약재를 혼합해 만든 윤슬당 만의 차들을 맛볼 수 있다. 이곳은 사장님의 따님이 아르바이트 중이었는데 베이킹 솜씨가 수준급이다. 맛보라고 내준 마카롱이 맛있어서 게눈 감추듯 먹어 버렸다. 약재를 넣어 꽃 모양, 별 모양으로 만든 머랭은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다. Info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367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 *화요일 휴무 주요 메뉴 윤슬홍차 1만 원, 미인차 8000원, 기국차 1만 원



▶차에 대한 모든 것,

▷쌍계명차박물관&티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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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명차는 하동의 2만여 평 차밭에서 무농약 농법으로 차 농사를 지어 연간 100여 톤의 차를 전국 유명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전국구 차 회사다. 녹차 농사에 적당한 화개동천에서 10대째 녹차를 생산하고 5대째 한의학을 연구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쌍계사의 금송스님과 덕룡스님에게 제다법과 다도를 배운 ‘대한민국 식품명인 28호 김동곤 옹’이 그의 장남이자 한의사인 김종오 쌍계명차연구소장과 함께 현재 쌍계명차를 끌어가고 있다. 쌍계명차에서는 고문헌에만 남아 있던 우전차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2001년에 세계명차품평대회에 출품해 은상을 받았고, 2014년에는 세계차연합회WTU로부터 녹차와 발효차로 금상을 받은 바 있는 차의 명가이다. 이 외에 지리산에서 나는 천연 재료를 갖고, 항암과 체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겨우살이차, 눈에 좋은 결명국화차, 만성 피로에 좋은 헛개차, 기관지를 보호해 줄 황사차, 비만에 탁월한 효과를 내는 우엉차 등 200여 종의 차를 상품화했다.

평생 차와 함께 살아온 쌍계명차의 김동곤 옹이 차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2016년에 쌍계사 들어가는 초입에 쌍계명차박물관&티카페를 만들었다. 1층에는 티카페, 2층에 박물관을 두었다. 박물관에는 1000년 동안 화개에서 자란 야생차에 대한 기록과 경상도 지역에서 출토한 가야토기, 청자, 백자 찻잔들, 다식판과 떡살 200여 점과 차 풍로 10여 점이 전시되어 있어 간단히 둘러봐도 차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1층 티카페의 반은 계단식 좌석을 만들어 이곳에서 강의도 하고, 손님들이 차를 마실 수 있게 꾸몄다. 남은 공간에서는 다양한 차 제품과 다구들을 판매하고, 차를 시음할 수 있는 바가 있다.

Info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30 영업시간 (박물관)오전 10시~오후 6시 *연중무휴, (티카페)오전 9시~오후 7~9시 주요 메뉴 녹차(우전) 8000원, 녹차(작설) 5000원, 아이스크림 와플 1만 원



▶꽃 좋고 글 좋은 하동의 ‘볼거리’

▷천년 사찰, 쌍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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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화개장터부터 화개천을 따라 쌍계사로 들어가기까지 십리벚꽃길이 봄에는 화사하고, 여름에는 싱그럽고, 가을이면 화려하고, 겨울에는 쓸쓸하니 이보다 좋은 구경이 없다.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때 지은 천년 고찰인 데다가 고운 최치원이 글씨를 쓴 국보 제47호인 진감선사 대공탑비와 보물이 있는 유명 사찰이다. 수행하는 쌍계사의 금송스님, 덕룡스님 등이 하동의 야생차 제다법과 다도를 잘 발전시켜 차의 도량이기도 하다.

▶『토지』 작가 박경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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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를 배경으로 쓴 대하소설 『토지』의 저자 박경리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하동군에서 세운 문학관이다. 크진 않지만 선생의 유품 40여 점과 각 출판사에서 발행한 소설 『토지』의 전질, 초상화와 영상물 등이 전시되어 있고, 건물 입구에는 박경리 선생 동상이 세워져 있다. 선생이 평소에 사용하던 돋보기와 자필 원고, 만년필, 부채 등의 유품을 비롯해 선생의 단편들이 게재된 『현대문학』의 과월호들이 전시되어 있다.

▶서희와 길상, 평사리 부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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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내용을 토대로 새로 지은 최참판댁 사랑채에 서면 80만 평의 평사리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마 때 섬진강에 물이 넘치면 악양의 들판까지 물이 들어왔다 빠지곤 해서 토박이들은 이곳을 ‘무딤이들’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뺏는 것은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소나무 두 그루. 쭉쭉 고르게 뻗은 농로 사이에 딱 두 그루가 서로 의지하듯 서 있어, 『토지』의 주인공인 서희와 길상을 연상시킨다 해서 ‘서희와 길상나무’라고도 부른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박경리토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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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따라가는 박경리토지길은 이야기가 있는 문화 생태 탐방로의 일환으로 섬진강변 평사리공원부터 들판을 거쳐 최참판댁, 조씨고택, 취간림, 화개장터로 이어지는 18km의 제1코스와, 평사리공원부터 화개장터, 십리벚꽃길, 쌍계사, 불일폭포, 국사암까지 13km의 제2코스가 있다. 쉼터마다 그 장소와 연관지어 『토지』에 나오는 문장을 표지판에 새겨 놓아서 문학 여행의 분위기가 난다. 최참판댁과 박경리문학관을 방문하는 제1코스가 더 인기가 좋다.

▶차꽃이 피어나는 하덕마을 골목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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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를 지나면 나타나는 악양면 하덕마을에 요즘 관광객이 늘고 있다. 농가 주택 십여 채가 있는 마을의 담마다 그려진 아름다운 차 꽃과 찻잔 그림이 SNS를 통해 인기를 얻어 하덕마을 골목길갤러리를 보러 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 2013년부터 20여 명의 미술 작가들이 하덕마을에서 거주하며 마을 사람들과 의논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오치근 작가의 차꽃, 오금택 작가의 섬등, 구인성 작가의 ‘마을께 드리는 감사’ 등 작품들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하덕마을을 환하게 밝힌다. 담벽 가득 하얀 차 꽃이 피어나고,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모자이크해 만든 다완 부조, 찻장 가득한 찻잔 그림 등은 누구라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게 예쁘다.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화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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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화개장터는 모습이 많이 변했다. 5일에 한 번 서는 하동과 구례 사람들의 장터였던 화개장터는 이제 상설 시장이 되었고, 지리산에서 채취했다고 써 있는 온갖 약재와 나물, 전국 장터 어디든 가면 볼 수 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만 가득하다. 그럼에도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가에서 수십 년 동안 전을 벌여 온 어르신들의 구성진 이야기를 듣는 재미는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으니 한 번은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섬진강변 힐링 코스, 하동 송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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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거스르다 보면 빼곡한 소나무숲이 눈에 띈다. 천연기념물 제445호로 지정된 하동송림이다. 5만㎡ 넓이에 750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숲. 자연 송림이 아니라 조선 영조 때 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강바람을 막기 위해 소나무를 심은 게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온 것. 섬진강과 넓은 모래사장을 끼고 있어서 하동 주민들의 산책 코스일 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최고의 힐링 코스로 꼽는 장소다.

▶시골 어른들의 놀이터, 지리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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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에 작은 학교가 하나 있다. 정규 학교도, 대안 학교도 아닌 ‘시골 어른들의 놀이터’이자 취미를 공유하는 열린 학교다. 오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지리산 주변에 새 삶터를 마련한 박남준 시인, 이원규 시인, 이창수 사진가 등이 모여 근방에 사는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들과 마음을 모아 2009년 5월에 만들었다. 문화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보고 듣고 느끼고 나누며 그림도 그리고 도자기도 굽고, 바느질에 사진, 목공예, 기타 등 스스로 창작 작품을 만들어 간다. 학생이 몇 년 후엔 교사가 되기도 하며 각자의 재능을 나누는 자유로운 학교다. 지난 10년 동안 5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곳을 거쳐 갔고, 온라인으로만 참여하는 학생 수도 1200명에 이른다. 1년에 3기(1~3월, 5~7월, 9~11월) 수업하고 매년 12월 첫 주에는 한 해 동안 배운 것들을 모아 전시를 한다. 현재는 가죽 공예반, 목공예반, 기타반, 야외 촬영반, 산야초 야생화반, 숲길 걷기반, 퀼트반 등이 지속적으로 모여 공부한다. 공부하는 틈틈이 지역 주민들과 공감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낮 12시~3시에 여는 마당장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안 쓰는 물건들을 서로 교환하는 자리인데, 기타나 우쿨렐레 등 배운 솜씨로 연주를 해 즐거운 장터를 만들기도 한다. ▷Info 주소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하평길 39-8



▶하동 특산물로 만든 ‘맛집’

▷사장님이 벚굴 따는 잠수부, 강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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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벚꽃만큼 유명한 게 벚굴이다. 벚꽃 필 때 섬진강 물속에 들어가면 바위 위에 껍질을 벌리고 있는 모양새가 하얀 벚꽃처럼 화사해서 ‘벚굴’이라고도 하고, 강물 속 바위에 붙어 있어 ‘강굴’이라고도 한다. 잠수부인 사장님이 직접 수심 10m 물속에 들어가 어른 손바닥만 한 벚굴을 채취해 굽고 쪄서 음식을 만드는 강굴식당의 주메뉴는 벚굴구이. 벚굴 5kg을 주문하면 사장님이 양동이 한가득 벚굴을 들고 와 미리 달궈 놓은 숯불로 구워 준다. 껍질을 열면 속살이 어른 주먹만 하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 짠맛과 단맛을 모두 품고 있어 아무런 양념을 안 해도 짭조름하니 간이 맞다. 한번에 입에 넣고 차진 속살을 꼭꼭 씹어 먹어야 제맛이다. ▷Info -주소 경남 하동군 고전면 재첩길 204-5

-주요 메뉴 벚굴구이 5kg 4만5000원, 벚굴찜 4만5000원, 벚굴전 1만 원



▶차의 꽃, 잎, 씨로 만든 음식들,

▷찻잎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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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들어가는 길 초입에 파란 찻집이 눈에 띈다. 이름은 ‘찻잎마술’. 찻잎을 이용한 뭔가 맛있는 음식을 하는 곳일 거라는 예상대로 이 식당은 찻잎과 차꽃, 차씨를 이용해 정갈한 한정식을 내는 곳이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살던 마을에서 그분들이 하던 방식대로 차 농사를 짓고, 덖어서 차를 만들고, 그 차로 음식을 만드는 정소암 대표는 차꽃으로 꿀도 만들고 와인도 만든다. 녹차씨에서 뽑은 기름으로 음식을 윤기 나게 조리하고, 찻잎효소로 음식에 감칠맛을 준다. 고운 최치원선생이 지리산에서 먹었을 법한 재료로 재현한 고운비빔밥과 최치원의 ‘호중별천’에서 이름을 따다 삼겹살찜에 붙인 별천지찜, 이렇게 두 가지 음식을 시켰더니 상 위에 26가지 밑반찬이 깔리는데 하나하나가 제각기 맛을 내며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Info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519 주요 메뉴 고운비빔밥(담백비빔밥) 1만5000원, 별천지찜(삼겹살찜) 1만5000원, 섬진강왈츠(재첩샤브샤브) 1만5000원



▶들깨 향 짙은 사찰국수 맛집,

▷단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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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입구 계곡 한 켠에 자리한 단야식당은 자그마한 집의 크지 않은 마당이 온통 벚나무와 차나무로 빼곡해서 정겨운 곳이다. 방에 앉아 창문을 열면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 대로변인데도 마치 산속 깊은 곳에 들어앉은 듯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는 사찰 앞 식당답게 오래 전 절집에서 유래한 사찰국수를 선보인다. 곡물이 부족한 시절에 면 대신 다양한 나물에 들깨 국물로 탕을 만들어 먹었던 것을 재현했다. 메밀국수에 걸쭉한 들깨 국물을 부어 따끈하게 나온다. 국물에 버섯과 호박 등 야채들이 푸짐해 그야말로 건강식. 각종 산채 나물과 장아찌, 효소로 맛을 낸 반찬들을 곁들여 먹으면 잘 어울려서 서로 입맛을 당겨 준다. ▷Info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석문길 2

-주요 메뉴 사찰국수 8000원, 더덕산채정식 1만5000원, 산채비빔밥 8000원

[글과 사진 신혜연(헤이컴 대표, 콘텐츠 기획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3호 (19.04.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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