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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테크 해외증시로…몰빵은 필패 中 지금 올라타야…美 조정은 매수기회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9.04.05 09:34:59
한국 증시에서는 유독 쏠림 현상이 심하다. 안타깝게도 개인투자자 중 한두 가지 주식과 금융상품에 올인해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몰빵 투자로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는 ‘지인의 지인’이라는 전언 형식으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올 뿐이다. 특히 요즘처럼 전문가들도 예측이 힘들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때의 집중 투자는 리스크만 높아질 뿐이다. 안정적인 수익률로 자산을 꾸준히 증식할 방법은 없을까.

답은 글로벌 분산투자다. 주식과 채권, 주식과 부동산 등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 분산투자하면 리스크를 낮추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다른 자산에서 수익이 발생해 전체적인 투자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5개 증권사의 자산배분 달인에게 분산투자의 ‘한 수’를 들었다.



▶주식 최소 50% 담아라

▷국내보다 해외 주식 유망

올 들어 순항하는 듯했던 글로벌 증시가 다시 ‘갈지자’ 행보다. 미국으로 경기 부진 우려가 번진 가운데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까지 역전되자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부각되며 겁에 질린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42%까지 떨어지며 2.46%까지 치솟은 3개월물을 밑돌다 3개월물과 같은 2.459%로 거래를 마쳤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07년 9월 이후 약 12년 만이다. 미국 장기채(10년 만기 국채)는 돈을 빌려주는 기간이 길어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단기채(3개월 만기 국채)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 투자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로 경기 침체 전조로 해석된다. 올 상반기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의 밑그림부터 따져본 배경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문가들은 위험자산 우위 구도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 실물경기 둔화 속에 위험자산 가격이 반등했는데 이익 전망이 낮아지는 가운데 주가가 올라 조정 압력이 다소 커졌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갖기보다 건전한 조정으로 인식하는 것이 맞다. 현재 글로벌 금융 시스템 리스크 수준은 높지 않은 편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축소보다는 중립적인 수준에서 유지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신동준 KB증권 상무 역시 “경기 침체 때문에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경기 침체를 방어하고 경기 상승 국면을 장기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잠시 멈출 수도 있고 후퇴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체로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최소 50% 이상 가져갈 것을 권했다. 특히 국내보다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일 것을 권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KB증권은 선진국 주식 22%, 중국 등 신흥국 주식 18%, 국내 주식 13% 등 주식 비중 53%에 국채 30%, 회사채 13%, 대체투자 4% 정도의 비중을 추천했다.

이 외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의 자산배분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주식 20%, 선진국 주식 25%, 신흥국 주식 9% 등 위험자산 54%에 국내와 선진국 채권 25%, 신흥국 채권 5%, 원자재·현금 등 16%의 비중을 권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주식 약 20%에 해외 주식 24%, 국내외 채권 39%, 기타 상품·헤지펀드·현금 등 17%의 비중을 추천했다.

▶단기적으론 중국 유망

▷구조개혁 신흥국·美 ‘장투’

최근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는 ‘중국 주식시장의 반등이 얼마나 이어질 것인지, 지금이라도 추격 매수해도 되는지’ 여부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과 중국 경제의 저점 기대, 중국 A주의 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 비중 확대 등으로 중국 대형주 중심인 CSI300지수는 연초 이후 3월 25일까지 24%가량 올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중국 증시에 투자해도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 상반기는 향후 통화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신흥국 주식시장이 선진국보다 유망해 보인다. 신흥국 중에서는 정부의 부양 정책과 함께 MSCI지수 A주 편입이라는 호재가 있는 중국 주식시장을 가장 추천한다”고 밝혔다. 신동준 상무는 “6개월 미만 단기 투자자라면 중국 주식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 반등은 4분기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약 15%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박재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역시 “신흥국 중 최선호 국가는 중국으로 미중 무역협상 진전, 정책과 경기 저점 기대감으로 중국발 온기가 확산될 전망”이라며 “무역협상의 극단적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중국 증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탰다. 단, 1년 이상 긴 호흡으로 투자한다면 중국보다 일부 신흥국 증시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신 상무는 “2020년부터는 중국 당국의 경기 안정화 정책 효과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 투자자라면 중장기적으로 구조 개혁이 잘 진행되고 있는 인디아, 베트남, 브라질 등 신흥시장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증시가 여전히 유망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 증시는 경기, 실적 등 기초체력 신뢰도, 주도주의 위상 측면에서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AB미국그로스·한투웰링턴 ‘강추’

▷블랙록·뱅가드 등 ETF로 분산투자

전문가들은 선진국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AB미국그로스’를 ‘강추’했다. 이 펀드는 성장성이 큰 미국의 우량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40~60개 대기업 주식을 편입하고 있어 편입 종목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특정 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아 분산투자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알파벳, 비자, 마이크로소프트, 유나이티드헬스그룹, 홈디포, 나이키 등 기술주, 소비재, 헬스케어 업종이 상위를 차지한다.

‘한국투자웰링턴글로벌퀄리티’ 펀드도 추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펀드는 기업 이익의 질, 현금흐름 증가율, 밸류에이션, 주주 이익 환원 등 4개 주요 투자 기준에 따라 전 세계 3000여개 기업 중 우수한 평가를 받은 60~90개 종목에 분산투자한다.

배당주 펀드 중에서는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펀드’가 추천받았다. 이 펀드는 선진국 중심의 주요 배당주에 투자해 배당소득과 자본 차익을 추구한다. 미국(30%), 영국(20%), 스위스(9%) 등의 선진국에 분산투자해 변동성 장세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중국 관련 상품 추천이 많았다. ‘한국투자중국4차산업혁명’ 펀드는 텐센트, 알리바바, 평안보험, 차이나모바일 등을 많이 담고 있다. 기술주 중 텐센트는 게임판호 허가에 따른 반등 기대감이 높다. 한화중국본토펀드는 경기 부양 정책과 MSCI 중국 A주 편입 비율 증가에 따른 수급 개선 효과가 기대됐다. 동남아 펀드 중에서는 ‘삼성아세안플러스베트남’ 펀드가 물망에 올랐다. 이 펀드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아세안 6개국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아세안 지역 주요 국가들의 대선·총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로 외국계 자금 유입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ETF도 다수 전문가가 추천했다. ETF는 다양한 자산에 골고루 분산투자할 수 있어 글로벌 자산배분의 필수 상품이다. 해외 ETF는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 등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뽐낸다. 각 운용사별로 ETF 브랜드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블랙록의 ‘아이셰어(ISHARES)’, 뱅가드의 ‘Vanguard’ 등이 있다.

선진국 관련 ETF로는 ‘SPDR S&P 500ETF’ ‘iShares MSCI ACWI ETF’ ‘iShares Core S&P Total US Stock Market’ 등이 추천받았다.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 관련 상품으로 ‘iShares MSCI China ETF’ ‘Xtrackers Harvest CSI300 China A-Shares Fund’ 등이 추천받았고 중국 외 국가 중에서는 ‘iShares MSCI India ETF’ ‘VanEck Vectors Vietnam ETF’ ‘iShares MSCI Brazil ETF’ 등이 유망 금융상품으로 꼽혔다.



▶美 MS·월트디즈니 첫손

▷日 시세이도, 中 중신증권 눈길

좀 더 과감한 투자자라면 주식 직접투자를 노려보자.

미국 주식 중에는 IT와 콘텐츠, 바이오 관련 주식이 물망에 올랐다. IT 종목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A 등이 추천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브랜드 로열티를 통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까지 석권한 IT 업체라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박재위 애널리스트는 “MS는 클라우드 산업 성장 최대 수혜 업체로 오피스의 구독 기반 서비스 변환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알파벳A는 구글의 모회사로 광고 사업과 신규 비즈니스 모두 돋보인다. 사용자 10억명 이상 서비스 8개 보유, 글로벌 모바일 광고 지출 연평균 21% 성장, 자율차 부문 상용화로 성장성 가시화 등이 투자 포인트다. 2019년 예상 실적 기준 PER은 22배로 글로벌 동종 업종 평균 PER 26배 대비 15% 정도 할인된 수준이라는 평가다.

콘텐츠 주식으로는 월트디즈니가 첫손에 꼽혔다. 신동준 상무는 “21세기폭스 인수를 통한 미디어 콘텐츠 시장 확대와 2019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본격 시행 예정이라는 점이 돋보인다”며 추천했다.

바이오 관련 종목으로는 인튜이티브서지컬, 존슨앤드존슨 등이 물망에 올랐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수술용 로봇 ‘다빈치(da Vinci)’의 시스템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수술용 로봇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기존 모델의 단점을 보완한 신제품 ‘다빈치SP1098’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 3분기 매출액 9억2000만달러, 순이익 2억9000만달러로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실적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존슨앤드존슨은 제약 부문 성장세가 돋보인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이 부문 매출액은 전체의 46.6%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미국 외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의 시세이도와 무라타제작소가 유망하다고 평가됐다. 시세이도는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가 제품 판매가 늘면서 수익 창출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무라타제작소는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글로벌 점유율 1위 업체다. MLCC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고 경쟁사 대비 우수한 품질과 생산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 주식 추천이 많았다. 대체로 중국 정부의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이 돋보였다. 중신증권은 자기자본 26조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 증권사로 시가총액, 총자산, 순이익 기준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7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MSCI A주 편입 비중 확대,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평가되는 ‘커촹판’ 개설 등 호재성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북방화창과기그룹은 반도체 장비, 전자부품, 진공 장비, 리튬 장비 등을 제조하며 반도체 장비 분야 중국 1위 업체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정책 기조 아래 중저가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향상의 수혜가 기대됐다. 중국철탑은 중국 통신 3사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통신탑 인프라 독점 기업으로 매출 중 통신탑 사업이 96%를 차지한다. 정부의 5G 상용 가속화 지시에 따른 통신탑 수요 확대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이외 베트남 주식으로는 비나밀크가 추천받았다. 베트남 1위 유제품 업체(점유율 59%)로 구조적 성장(경제 고성장+도시화 진행)과 해외 매출 확대에 따른 지속적 외형 확대가 기대됐다. 2019년 매출액,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9.3%, 7.2%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주식 투자 어떻게

양도소득세 22%, 환율 셈법 따져야

해외 주식 직구족이 되는 길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우선, 증권사 종합계좌를 개설한 뒤 외화증권 거래 약정을 등록하면 첫걸음은 뗀 셈이다. 이미 종합계좌가 있다면 기존 계좌에 외화증권 거래 약정만 추가해도 된다. 계좌를 텄다면 거래통화로 환전한 뒤 투자금을 입금해야 한다. 환전은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손쉽게 할 수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있고 각 증권사 지점이나 해외 주식 대표 번호로 전화해 환전을 신청할 수도 있다. 외화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외화로 투자금을 직접 입금해도 된다.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와 투자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주요 증권사의 해외 주식 매매 수수료는 온라인 0.2~0.25%, 오프라인 0.45~0.5% 수준이다. 해외 주식 직구족이 갈수록 늘면서 수수료도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현재 해외 주식 거래는 대부분 증권사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외국 주식은 외화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원화를 해당 통화로 바꾸는 데 환전 수수료가 든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증권사 계좌에서 환전할 경우 보통 0.5~1% 정도 수수료가 붙는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때는 세금과 환율이 가장 큰 변수다. 해외 주식 투자에 따라붙는 세금은 크게 2가지다. 보유 주식에 대한 배당을 받을 때 내야 하는 배당소득세와 주식 매매차익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가 있다. 배당소득세 15.4%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식과 펀드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양도소득세는 셈법이 다소 복잡하다. 양도소득세는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는 면제 혜택을 받지만 해외 주식에는 22%나 붙기 때문에 환매할 때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모든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수수료 등을 제외한 수익이 250만원을 초과한 부분에 한해서 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가 부과된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2호 (2019.04.03~2019.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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