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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5대 패러다임] (5) 독특한 채용으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사장 대신 팀원이 평가…“궁합이 중요해”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9.04.05 09:40:51
  • 최종수정 : 2019.04.05 09:40:59
‘많이 말하지도 말고, 갑자기 성내지도 말 것이다. 백성의 윗사람 된 자는 말하고 침묵하는 것을 아랫사람이 모두 살피어 의심쩍게 탐색하는 법이니….’

‘배달의민족’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지원한 김지원 씨(가명)가 자기소개서에 필사한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 일부다. 그는 자기소개서에 목민심서의 글귀를 무려 700자 넘게 옮겨 적었다. 내향적인 성격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책을 읽던 중 목민심서가 도움이 됐음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는 “말이 적고 화를 잘 내지 않는 제게 저 구절은 ‘지금 네 본래 성격도 훌륭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목민심서는 수령을 위한 지침서인데 언젠가 팀장이 됐을 때 조직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는 우아한형제들 자기소개서 1번 문항 ‘좋아하는 시나 소설, 노래를 중심으로 글자 수에 제한 없이 자신을 자유롭게 소개하라’에 대한 답이었다. 배민 관계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직접 만든 질문으로 직군과 관계없이 절대 불변이다. 김지원 씨는 합격해 현재 개발직군에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벤처업계에서는 일찍부터 다양한 이색 채용 방식이 적용돼왔다. 업의 특성상 개성 있고 진취적인 인재를 선발하려면 채용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시작했다. 키워드는 직원에 대한 의견 존중과 권한 위임으로 모아진다.

직원 평균 연령이 31세인 티몬은 면접 ‘끝판왕’이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이다. 팀장급이 평가하는 1차 면접, 본부장급 이상이 참가하는 2차 면접에 이어 ‘세 번째 눈(third eye)’이라 불리는 마지막 관문이 있다. 세 번째 눈에서는 관련 부서 이외 일반 직원이 면접에 들어간다. 직급, 직책에 상관없이 ‘기업문화에 가장 부합하는’ 직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후보자의 스펙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회사문화와 인재상에 맞는 사람인지 가려내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면 ‘갖고 싶은 초능력이 무엇인가’를 질문해 지원자가 평소에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본다.

이승민 티몬 인사기획실장은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회사와 구직자 간 궁합이다. 이를 가려내는 세 번째 눈 인터뷰는 티몬의 조직문화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권대장’ 앱을 운영하는 벤디스도 면접에 신입직원과 같이 일할 팀원 전원이 참석한다. ‘함께 일할 팀원이 원하는 사람을 채용한다’는 취지다. 벤디스 관계자는 “2차 면접은 임원면접이지만 1차 면접에서의 팀원 의견이 많이 존중되는 편이다. 전 직원이 40명인데 이 중 5명이 떼로 들어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영상 기술 벤처 ‘하이퍼커넥트’는 ‘직원추천제’를 도입했다. 기존 직원들이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장 훌륭한 동료를 추천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다. 훌륭한 인재를 추천한 데 따른 보상도 쏠쏠하다. 직원이 추천한 후보자가 서류전형을 통과해 1차 면접에만 참석해도 10만원의 사례금을 지급한다. 추천한 인재가 실제 입사 후 3개월 이상 근무하면 직급에 따라 200만~500만원을 준다.

하이퍼커넥트 관계자는 “직원이 추천했다 해도 평가 기준은 일반 직원과 똑같다. 해당 직원과 함께 일해본 기간, 추천 이유 등을 상세히 써내야 된다. 부실한 인재를 추천하면 본인도 난감해지니 남용하는 경우는 없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최근 많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기도 하다”고 전했다.

모바일 게임기업 컴투스는 경력 인재 영입을 위해 ‘원클릭 채용’을 실시한다. 한 페이지에 이름, 연락처, 지원 직무, 학력, 경력, 지원 경로 정도만 입력하면 되는데 다 입력해도 10분이 채 안 걸린다. “컴투스에 관심을 가진 지원자들에게 보다 쉽게 입사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도입한 열린 채용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2호 (2019.04.03~2019.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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