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채용 5대 패러다임] (1) NO 스펙? 오디션 채용 | 스펙보다 역량…열정 넘친 ‘슈퍼인턴’ OK

  • 김기진 기자
  • 입력 : 2019.04.05 09:47:03
오디션 유형의 채용전형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SK그룹의 ‘바이킹 챌린지’ 오디션 면접 현장.

오디션 유형의 채용전형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SK그룹의 ‘바이킹 챌린지’ 오디션 면접 현장.

TV 프로그램 ‘슈퍼인턴’이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JYP엔터테인먼트가 새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을 보여준 프로그램으로 지원자 스펙은 보지 않고 열정과 업무 능력만을 평가해 화제가 됐다. 첫 방송에서 “지원자 스펙이 궁금하지 않느냐”는 제작진 질문에 “알고 싶지 않아요”라고 딱 잘라 말하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경력단절 주부까지 다양한 사람을 인턴으로 채용한 박진영의 모습이 특히 이슈였다.

최근 채용 시장에서도 ‘슈퍼인턴’처럼 연예인이 오디션을 보듯 스펙을 따지지 않고 지원자에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뒤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SK그룹은 2013년 일찌감치 ‘바이킹 챌린지’라는 전형을 도입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스토리 중심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심사를 한 뒤 15분간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소개하는 오디션 면접을 진행한다. 여기서 뽑힌 지원자는 인턴으로 근무한 뒤 평가를 통해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신세계그룹은 ‘드림스테이지’ 전형을 활용하고 있다. 출신 대학, 전공, 나이 등 개인정보 없이 발표로만 지원자 역량을 평가하는 전형이다. 회사가 면접 일주일~열흘 전 현업에서 고민하는 주제를 알려주면 지원자는 해당 주제에 대해 15분간 자유로운 형식으로 발표한다. BGF리테일은 대학 캠퍼스에서 현장면접을 진행해 직무 역량 등을 평가한 뒤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캠퍼스 오디션’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 학점이나 어학점수 등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

‘워너비 패셔니스타(Wannabe PASSIONISTA)’ 전형을 준비 중인 현대백화점그룹도 좋은 사례다. 이 전형을 통해 지원하는 구직자는 500자 이내의 자기소개서를 쓰고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등록한다. 이후 출신 학교, 전공, 학점 등을 따지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본다.

오디션 유형과 비슷하게 스펙을 따지지 않는 전형을 갖춘 기업도 상당수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스펙태클’ 전형을 만들었다. ‘화려한 볼거리(spectacle)’라는 뜻과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태클을 건다(spec-tackle)’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구직자는 지원할 때 이름과 연락처, 직무와 관련된 기획서나 제안서만 제출하면 된다.

CJ그룹은 ‘리스펙트(RESPECT)’라는 전형을 일부 계열사에서 운영 중이다. 출신 학교나 영어점수 등을 지원서에 쓰지 않는 채용제도다. 이외 현대건설은 서류전형 단계부터 최종 면접까지 학력이나 학벌, 전공 등을 보지 않는다.

애경산업도 채용 과정이 끝날 때까지 지원자 출신 학교나 나이 등을 면접관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효성, 동아쏘시오홀딩스 등도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했다.

취업포털 사람인 관계자는 “스펙을 얼마나 갖췄는지 따지기보다 직무와 직접 관련 있는 역량만을 평가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며 오디션 전형과 무스펙 전형이 등장한 것으로 판단된다. 공기업은 NCS(직무능력표준)를 통해 역량을 평가한다면 사기업은 오디션·무스펙 유형을 활용한다”고 전했다. “무분별한 스펙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원할 직군을 미리 정한 뒤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한지 파악해 이와 연관 있는 경험을 쌓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채용 후기를 읽어보거나 현업에 있는 사람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2호 (2019.04.03~2019.04.0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