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아무리 밤이 길어도 - 에이미 몰로이

이미경 | 코이카 이사장

사람에서 시작한 ‘성평등’

[이미경의 내 인생의 책]①아무리 밤이 길어도 - 에이미 몰로이

우리에겐 낯설지만 여성성기절제(FGM)는 아프리카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관행이다. ‘할례’라고도 불리는데 성기를 절제하고 꿰맬 때, 결혼에 앞서 꿰맨 부위를 다시 찢을 때 출혈과 감염위험이 높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일 9000명의 소녀가 성기절제를 당하고 있다. 다른 문화에서 보면 여성성기절제는 말도 안 되는 인권침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오랜 전통이었고 종교 가르침이라고 잘못 알려져(코란에 따르더라도 할례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였다. 더구나 부모, 특히 엄마들이 ‘딸에게 좋은 신랑감을 맺어주기 위한 필수의례’로 여겨 극복하기 힘든 과제였다.

그 인식의 틀을 깨뜨린 사람이 몰리 멜칭 여사다.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평온한 삶을 버리고 25세 되던 1974년 세네갈로 건너가 30년 넘게 현지인과 똑같이 생활하면서 그들이 토론을 통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도왔다. 멜칭 여사가 이끈 단체인 ‘토스탄’은 현지어로 ‘병아리가 부화한다’는 뜻으로 스스로 깨우친다는 의미다.

세네갈 여성들은 문맹에서 벗어났고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천부인권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아픈 것은 악마가 아닌 병균 때문이고, 주술사가 아니라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며, 내 몸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어서 할례도 거부할 수 있음을 깨우쳤다. 이때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과 여성차별철폐협약이 큰 지원군이 됐다. 지구 반대편 뉴욕에서 정한 협약이 아프리카 마을 여성을 움직이는 근거 서류가 된 셈이다.

멜칭 여사의 일생을 관통한 주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다.

성평등의 핵심도 ‘사람’이다. “누군가를 온전하게 인격체로 대하고 있는가, 타고난 성(性)으로 차별하지 않는가.” 이 물음에 우리가 얼마나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사회에는 여성성기절제 풍습이 없으니 안심할 일일까?

원제 : However long the night

(국내 발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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