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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체리 블라썸 디자인-디자인 시장에 부는 벚꽃 바람

입력 : 
2019-03-27 14: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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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만발했다. 찬바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곁엔 벚꽃 잎이 흐드러졌다. 스타벅스 벚꽃 에디션 때문에 난리가 나더니 맥주 캔 위에, 파운데이션 위에, 심지어 과자 봉지 위에도 만개한 벚꽃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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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술, 라테, 손수건…. 봄만 되면 쇼윈도를 벚꽃으로 메우는 벚꽃 마케팅의 원조는, 예상했겠지만 일본이다. 2, 3년 전부터 국내에도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건너와 소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2019년판 벚꽃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다. 미세먼지로 우울감이 극도에 달한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살살 녹여 보리라는 전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뭐니뭐니 해도 국내 벚꽃 디자인 마케팅의 대세는 스타벅스다. 달달한 커피 메뉴부터 수십 개의 MD 상품까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핑크 공세에 화사한 꽃길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사람의 심리란 참 희한해서, ‘절대 애정’이라는 게 있다. 평소에 블랙 시크 룩만 고집하는 사람도, 모던함으로 뭉친 얼리어답터도, 뭐든 심드렁한 사춘기 소녀마저도 계절의 아름다움에 맘이 녹는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봄 벚꽃이다. 그래서 벚꽃 디자인을 패키지에 적용할 땐, 지나친 모던함으로 재해석하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 고향, 자연 같은 ‘절대 애정’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게 중요하니까. 오히려 많이 화려하고, 복고적인 것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의 벚꽃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다. 일단 이 테마를 적용한 아이템이 무척 많아졌다. 스타벅스의 장우산과 테이블 매트, 하이트맥주의 스프링 에디션, 농심 꿀꽈배기 봄 에디션. 특히 여심 자극 일번지인 뷰티 업계는 벚꽃 천지다. 이니스프리에서 출시한 제주 왕벚꽃 라인, 이자녹스의 벚꽃 에디션 시즌4, 더샘×오버액션 꼬마토끼 벚꽃 에디션 등 화사하기 그지없다.

앞으로도 해마다 얼마나 많은, 그리고 얼마나 기발한 벚꽃이 피어날까? 이번 스타벅스의 벚꽃 장우산을 보고 있으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비가 오는 날 이 우산을 쓰고 길을 나서면 겉면에 물이 닿으면서 흰 꽃잎이 분홍색으로 변하는 기적같은 일을 겪게 된다! 작은 일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요즘의 ‘소확행 세대’에게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을 이렇게나마 손에 쥐게 해 주는 것은 판매 수단을 넘어 훈훈한 정서 전달로 기억된다. 브랜드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고, 고객들은 구매로 화답할 것이다. 수년 후 벚꽃 마케팅이 지난 자리에 어떤 꽃 혹은 어떤 테마가 득세할지 알 수 없지만, 계절을 테마로 한 디자인 마케팅은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강력한 무기이므로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봄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스타벅스, 이니스프리, 하이트진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2호 (19.04.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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