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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중 대세 ‘대체투자’ 파워피플 정영채(NH투자증권)·정석우(이지스자산운용) 투톱…하금투(하나금융투자) 다크호스

  • 배준희 ·정다운 ·나건웅 기자
  • 입력 : 2019.03.22 08:55:37
  • 최종수정 : 2019.05.27 15:55:34
# 지난 3월 초 찾은 국내 대형 증권사 프로젝트금융(PF) 부서 사무실. 사장 보고를 위해 남은 부서장을 제외하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해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은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복합개발 자문을 맡아 장기 출장을 떠났다. 국내 부동산팀 역시 담보물건 분석보고서 작성차 지방 사업장을 찾아 자리를 모두 비운 상태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모두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지만 부동산금융의 수익 기여도는 전 사업부 중 최고 수준”이라며 “내부 추천을 통해 부동산금융 부서 인력 차출 공문이 뜨면 내부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넘는다”고 귀띔했다.

대체투자 강화가 금융권 화두로 떠올랐다. 대체투자는 주식과 채권을 뺀 나머지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대체로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IB(투자은행) 관련 거래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 금융사 CEO들이 대체투자 강화에 올인한 이유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핵심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주식과 채권의 투자 매력도가 점차 줄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강화, 증권업계는 위탁 수수료 의존도 완화와 투자 다변화, 보험업계는 채권 일변도에서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명분으로 대체투자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IB 비즈니스를 접목한 신금융상품 개발이 주목받으면서 대체투자 전문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투자 트렌드부터 ‘선수가 꼽은 선수’까지 대체투자 세계를 속속들이 살펴봤다.



▶국내 대체투자 400조원 육박

▷절반이 부동산…다양화 시급

대체투자는 투자 고수를 대상으로 한 사모 거래가 많아 정확한 거래 규모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주요 연기금 자금 집행액과 대체투자 관련 펀드 설정액 등을 참고해 2018년 말 기준 국내 대체투자 규모가 4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한다. 2010년 이후 매년 15% 이상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이다. 해외에 비춰보면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13년 7조9000억달러(약 8900조원)였던 세계 대체투자 시장은 2020년 최대 15조3000억달러(약 1경72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부동산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의 2017년 국내 대체투자 자산별 현황에 따르면 부동산 펀드 비중이 51%를 차지했다. 인프라 펀드가 28%로 뒤를 이었고 나머지 항공기, 선박, 원자재 등은 그 비중이 미미했다. 대체투자 대표 상품인 부동산 펀드의 순자산은 3월 기준 공모와 사모를 합쳐 80조원(금융투자협회)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펀드는 특정 부동산을 사들인 뒤 운용 기간 동안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펀드를 청산할 때 매각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외 부동산 대출채권 투자, 부동산PF 등도 모두 부동산 관련 대체투자에 속한다.

지난 2월 KB자산운용이 내놨던 ‘KB와이즈스타부동산1호’ 펀드는 대체투자의 인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 펀드는 판매 10분 만에 설정액(750억원)을 모두 채워 ‘완판’됐다. 이 상품은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KB국민은행의 옛 명동사옥을 호텔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채권에 투자한다. 즉, 부동산 경기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극단적으로 시행사가 망하더라도 담보를 청산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한 것이다.

대체투자 강화를 위해 금융사들은 저마다 조직 개편에 나서 진검승부를 벌일 채비를 갖췄다. 증권가는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대체투자본부를 신설한 뒤 해외 에너지·발전 인프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IB1본부 내 대체투자 담당을 따로 뒀다. 올 초 KB증권은 IB총괄본부를 2개 부문으로 쪼갠 후 신설 2본부에 대체투자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맡겼다. 보수적으로 평가받던 은행도 도전장을 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줄줄이 베트남 현지에 본부를 설치하고 IB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자본시장에서는 대체투자 전문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능력만 있으면 대리급에서도 억대 연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팀 단위 이동은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펀드는 2016년 이후 지속 중인 자금 유입 급증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부문 파워피플

▷김형석·윤장호·최영욱 각축

국내 대체투자 업계의 강자는 누굴까. 매경이코노미는 연기금, 보험사, 증권사, 운용사 등 18개 금융사, 38명의 대체투자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명 추천을 전제로 정성조사를 실시했다. 실명 추천을 전제로 조사를 한 것은 그만큼 ‘이름을 걸고 추천해달라’는 의미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위상이 굳건한 가운데 정석우 이지스자산운용 대표, 김형석 LB자산운용 대표, 윤장호 코람코자산신탁 리츠투자 상무, 최영욱 삼성SRA자산운용 전무 등이 ‘선수가 꼽은 선수’로 복수 추천받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자타공인 대체투자 최고봉이라는 데 업계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정 대표는 2005년부터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의 IB사업부 담당 임원을 13년간 도맡으며 국내 IB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국내에서 IB 출신이 증권사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정 대표가 처음이었다. 경쟁 증권사 프로젝트금융 부서장은 “나인원한남 PF, 여의도 파크원 PF, 여의도 MBC 부지 개발 등 국내 주요 빅딜을 주도했고 국내외 프라임급 실물자산 투자로 업계를 선도해왔다”고 치켜세웠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특화 금융사가 업력을 쌓으면서 정 대표 독주를 견제할 실력파가 여럿 모습을 드러냈다.

정석우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는 꼼꼼한 업무처리로 업계에서 평판이 높다. 그는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 개발 사업 등 난도 높은 거래를 잇달아 성사시켜 주목받았다. 그를 추천한 증권사 IB 부서장은 “과감하고 디테일한 프로젝트 구조로 거래 완성도를 높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윤장호 코람코자산신탁 리츠투자 상무는 지난해 가장 뜨거운 부동산 딜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삼성물산 서초사옥 거래를 성사시킨 주역이다. 서초사옥은 삼성그룹의 핵심 자산이라는 상징성과 강남 중에서도 알짜 지역으로 평가받는 입지, 안정적인 배당을 얻을 수 있는 ‘코어자산’이라는 평가를 바탕으로 10개가 넘는 국내외 투자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윤 상무에게 한 표를 던진 한 보험사 대체투자부서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것만으로 코람코자산신탁과 윤 상무가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본다. 삼성이라는 1등 기업이 보유했던 ‘트로피 에셋’을 국내 자본으로 인수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할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삼성SRA자산운용 투자본부를 이끄는 최영욱 전무도 복수의 전문가들이 추천했다. MIT 부동산경제학 박사 출신인 그는 GE리얼에스테이트코리아에서 아시아부동산투자업무 총괄을 역임한 글로벌 부동산 투자 전문가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사에서 오랜 투자 경험을 쌓은 덕분에 해외 부동산 거래도 직접 조달할 역량을 갖췄다. 관계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 아니라 폭넓은 기관투자자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대형 거래건에서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 타워 인수건이 대표적”이라고 추천의 변을 전했다.

김형석 LB자산운용 대표도 복수 추천받았다. 지난해 강북 최대 거래로 이목을 끌었던 서울 공평동 프라임급 오피스 ‘센트로폴리스’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는 등 신생 운용사답지 않은 저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센트로폴리스는 규모만 1조12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거래다. 그를 추천한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회사 설립 2년 만에 운용자산 2조원이라는 급성장을 이룩했다. 센트로폴리스 역시 경기 하강 국면에서 양호한 수익률이 기대된다”고 평했다.

이 외에도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추천받은 인물이 여럿이다. 김성현 KB증권 대표,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대표, 여은석 메리츠종금증권 전무, 최용석 한화투자증권 상무 등이 주인공. 이들 역시 ‘국내외 대체투자 관련 다양한 네트워크와 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베스트 플레이어로 꼽혔다.



▶인프라 부문 파워피플

▷IB 강화 은행권 ‘약진’

아직 시장이 덜 성숙한 인프라 부문에서는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눈에 띄는 점은 은행권 선전이 돋보였다는 것.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저마다 IB 부문을 강화한 은행들의 노력이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먼저 올 들어 조직을 확대, 개편한 KB국민은행 인프라금융부가 복수 추천받았다. 국민은행은 기존 인프라금융부를 사회간접자본(SOC)과 발전시장으로 세분화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약 1680억원 규모의 미국 가스복합화력발전소 PF 공동 주선에 성공했다. 앞서 미국 사모펀드 아레스가 투자한 총 6500억여원 규모 ‘오리건 클린 에너지 발전소’ 리파이낸싱 신디케이션 대출을 모집하는 데도 공동 주선기관으로 선정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현지 사업주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글로벌 IB 비즈니스에서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여러 건의 트랙레코드를 구축했다”고 호평했다.

신한은행도 선전했다. 이정우 프로젝트금융본부장과 배두환 프로젝트금융2부장이 베스트 플레이어로 지목됐다. 민간이 주도한 최초의 인프라 프로젝트인 GTX-A 철도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신한 컨소시엄이 선정된 공을 인정받았다. 우리은행 프로젝트금융부도 눈길을 끈다. 올 상반기에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 재구조화를 위한 자금 2조4000억원을 모으는 데 역량을 발휘했다. 지난해 10월 2445억원 규모 서남해 해상풍력발전 사업, 2014년 1조1759억원 규모 보령LNG터미널 신설 사업 등 다수 거래를 주선했다.

은행권 외에는 진형주 하나금융투자 대체투자금융실장(상무)이 복수 추천받았다.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와 딜 구조화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조인순 삼성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장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삼성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 설립 후 5년 만에 인프라 운용자산을 3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이 밖에 보험사 특유의 보수적인 자산운용 관행을 깨고 공격적인 대체투자 행보를 보이는 이장환 롯데손해보험 상무, 에너지 투자 컨설팅 전문기업 에너지이노베이션파트너스를 이끄는 박희준 대표도 인프라 부문 파워피플로 꼽혔다.



▶NH證·이지스운용 대거 포진

▷차·과장급 ‘젊은 피’ 눈길

베스트 플레이어를 다수 보유한 금융사를 분류했더니 NH투자증권, 이지스자산운용 2강(强) 구도에 하나금융투자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NH투자증권에서는 정영채 대표를 필두로 신재욱 부동산금융본부 상무, 정영경 프로젝트금융부 부부장이 각각 1표씩 얻었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 이름 높은 이지스자산운용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를 비롯해 정석우 국내부문 대표, 복준호 개발투자부문 대표 등 부문별 대표 모두 추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부동산 공모펀드 활성화에 기여했다’ ‘과감하고 디테일한 프로젝트 구조로 거래 완성도를 높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이 나왔다. 이진국 사장 주도로 하나금융투자도 두각을 보였다. 편충현 투자금융1본부장(전무), 진형주 상무, 신명철 상무 등이 추천받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표나 임원뿐 아니라 차장·과장급 뉴페이스도 새롭게 두각을 나타냈다. 향후 대체투자 시장을 주도할 ‘젊은 피’로 주목받는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정용균 현대차증권 차장이 지목됐다. 평택 고평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덕분이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해외 바이오매스 발전소, 미국 LNG터미널 등 굵직한 딜을 소화한 박철오 NH아문디자산운용 과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항공기금융 전문인력으로 지난해 약 6000억원 규모의 항공기 포트폴리오 딜을 성사시킨 이기명 메리츠종금증권 차장도 새 얼굴이다.

▶대체투자 ‘선수’가 꼽은 베스트 딜

▷파크원·삼성물산 서초사옥 ‘으뜸’

대체투자 ‘선수’들이 직접 고른 베스트 딜은 무엇이었을까.

전문가들은 삼성물산 서초사옥 거래를 부동산 베스트 딜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해 9월 코람코자산신탁과 NH투자증권 컨소시엄은 연면적 8만1117㎡ 규모의 삼성물산 서초사옥을 총 7484억원에 사들였다. 3.3㎡당 3050만원꼴. 조 단위 거래는 아니었지만 국내 오피스 빌딩 시장에서 처음으로 3.3㎡당 3000만원을 넘긴 점, 인수전 막판까지 국내외 투자자들 간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물산 서초사옥은 지난 2016년 삼성화재가 2021년까지 사옥 전체를 임차하는 ‘마스터 리스’ 계약을 체결해 공실도 없다. 목표 수익률은 매각차익을 제외하고도 연 5.9%다.

역삼동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 개발 사업이 뒤를 잇는다. 르네상스호텔 개발 사업은 2020년 상반기까지 오피스 전용 제1빌딩과 호텔과 리테일, 오피스 용도의 제2빌딩 등 2개동을 건설하는 프로젝트. 지난해 10월 이지스자산운용과 미국계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은 르네상스호텔 부지 개발 사업을 위해 약 2조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총 사업비 2조원 가운데 8000억원은 에쿼티 투자로, 나머지 1조2000억원은 담보대출로 조달하기로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랜드마크 부지를 개발한다는 점, 수년간 표류하던 사업이 정상화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있는 센트로폴리스는 순수 오피스 빌딩 거래금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센트로폴리스를 개발한 부동산 시행사 시티코어는 지난해 10월 영국 프루덴셜생명 계열 부동산투자회사 M&G리얼에스테이트 등과 약 1조1200억원에 매각 본계약을 맺었다. 설립 3년 차 LB자산운용이 M&G리얼에스테이트와 손잡고 최종 딜을 성사시켰다. 국내 투자가로는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가 각각 2500억원과 1000억원을 투자했다.

거래 규모가 2조원을 넘는 여의도 파크원 PF도 베스트 딜로 주목받았다. 옛 통일교재단 터에 초고층 오피스타워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다. 오피스타워 2개동과 비즈니스호텔은 물론 현대백화점 입점도 예정돼 있다. 당초 국제 금융허브 육성을 목표로 2007년 공사를 시작했으나 2010년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재단과 시행사인 Y22디벨롭먼트 간의 소송이 불거지며 전면 중단됐다. 2014년 8월 대법원이 Y22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업 재추진의 토대가 마련됐다. 연기금 대체투자 부서 관계자는 “자칫 흉물이 될 뻔한 초대형 프로젝트를 기적처럼 뒤집었다”고 호평했다.

▶인프라 부문도 대체투자 활발

▷덩케르크 등 글로벌 거래 속속 등장

인프라 부문에서도 굵직굵직한 대체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첫손에 꼽히는 딜은 지난해 7월 프랑스 덩케르크 항구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지분을 인수한 계약이다. 이 거래는 삼성증권·IBK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삼성자산운용으로 구성된 삼성-IPM컨소시엄이 주도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전체 LNG 소비량의 20%를 담당하는 덩케르크 LNG터미널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삼성증권은 인수한 지분을 기관투자자 수요에 맞춰 지분펀드와 대출펀드 등의 형태로 구조화해 공급하기로 했다. 지분펀드의 경우 연 7% 안팎의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 컨소시엄의 거래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 인수건이었다”며 “한국이 조 단위 지분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임을 세계 시장에 알린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2017년 상반기 삼성생명 등 국내 보험사 4곳이 영국 가스망 사업자 내셔널그리드에 약 35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4%를 인수한 거래도 호평받았다. 내셔널그리드는 영국에서 총 13억2000㎞ 길이의 최대 가스망을 운영하는 회사다. 1100만가구와 기업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2016년 말 영국 내 가스망 사업 지분 61%를 호주계 투자은행 맥쿼리와 중국투자공사(CIC)가 주축을 이룬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생명이 하위 투자자로 선정됐다. 이 펀드는 영국의 가스망 업체인 내셔널그리드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배당과 향후 지분 매각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저금리에 해외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보험사로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받는다.

국내 거래 중에서는 국민은행의 강릉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금융 주선이 꼽혔다. 국민은행은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사업 자금으로 국내 민자 인프라 프로젝트 사상 최대 규모인 5조6000억원을 조달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민간발전 사업 중 사상 최대 금액 조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호평했다.

대체투자 워스트 딜 꼽아보니

부영을지빌딩·AK타워 매각 무산 ‘오명’

서울 중구 ‘부영을지빌딩’.

서울 중구 ‘부영을지빌딩’.

대체투자 업계가 꼽은 최악의 딜은 매각이 두 번이나 무산된 서울 중구 부영을지빌딩이다.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최근 매각 주관을 맡은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에스원 측에 부영을지빌딩 인수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독점권을 갖고 협상할 수 있는 기한은 지난 1월 말까지였지만 거래가 무산됐다.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있는 부영을지빌딩은 지하 6층~지상 21층에 연면적 5만4653㎡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부영그룹 계열 부영주택이 2017년 초 삼성화재에 438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당시 단위면적당 가격(3.3㎡당 2650만원)은 이전 최고가였던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 매매가(3.3㎡당 2606만원)를 넘어섰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5월 이 건물을 다시 매물로 내놨다. 이지스자산운용이 3.3㎡당 2800만원대, 4700억원가량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지만 거래가 무산됐고 이어 비슷한 조건으로 협의하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의 딜도 결국 무산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추진하던 서울 회현동 AK타워 공개 매각 역시 무산돼 씁쓸함을 남겼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8월 이든자산운용이 조성한 ‘이든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2호’가 AK타워 PF 대출채권을 3100억원에 양수할 때 총액인수했다. AK타워 매각은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 문제가 불거진 것이 발목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매각이 재추진되면 눈높이를 더 낮춰야 할 수도 있고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채권이 부실화하는 등 메리츠종금증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문에 도움 준 금융사 (18개 회사, 총 38부, 가나다순) KB자산운용(2), KTB투자증권(4), NH투자증권(3), 공무원연금공단(1), 교보생명(3), 대신증권(1), 라임자산운용(1), 맥쿼리자산운용(1), 멀티에셋자산운용(1), 메리츠종금증권(2), 미래에셋대우(2), 삼성생명(2), 삼성자산운용(1), 삼성증권(2), 신한금융투자(4), 코람코자산운용(5), 한국투자신탁운용(1), 한화생명(2)

[배준희 ·정다운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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