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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주춤하는데 신고가 경신한 서울 아파트 ‘경자(경희궁자이)’ 대형 2억 올라…부자 수요 여전히 탄탄

  • 김경민 기자
  • 입력 : 2019.03.25 09:15:52
경희궁자이, 한남더힐 등 서울 랜드마크 단지가 불황에도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전경.

경희궁자이, 한남더힐 등 서울 랜드마크 단지가 불황에도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전경.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었지만 모든 단지가 그런 것은 아니다. 서울 집값이 급락하고 거래절벽에 빠진 지금 오히려 신고가를 갈아치운 단지가 하나둘씩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량은 1587건으로 전년 동기(1만1111건) 대비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2006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만2233건 거래되더니 11월 3538건으로 급감했고 올 들어서는 1000건대로 떨어졌다. 정부가 대출, 세금 규제를 쏟아낸 데다 암울한 부동산 시장 전망에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4개월 넘게 하락세를 이어갔다. ‘재건축 대장주’로 통하는 강남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지난해 9월 최고 18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올 들어 거래 가격이 14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강북권에도 매매가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하락한 단지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는 단지도 적잖다. 서울 강남권뿐 아니라 용산, 도심 일대에서 신고가 단지가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서울 도심권 대장주로 꼽히는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전용 116㎡는 지난 2월 21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거래금액이 19억원이었지만 몇 달 새 실거래가가 2억원가량 급등했다. 2014년 당시 분양가가 10억원 후반~11억원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10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경희궁자이는 돈의문1재정비촉진지구를 재개발한 단지로 강북 도심권 아파트 중 최초로 전용 84㎡ 실거래가가 10억원을 넘긴 단지로 유명하다. 전용 84㎡가 지난해 15억원에 거래됐고 지금도 호가는 비슷하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3호선 독립문역이 가까운 도심권 신축 대단지라 직주근접 수요가 꾸준하다는 평가다. 용산구에서도 최고가에 거래된 단지가 등장했다. 부촌으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은 지난 1월 전용 244㎡가 84억원에 실거래됐다. 2016년 말 82억원에 거래된 후 한동안 거래가 잠잠했지만 2년여만에 2억원 오른 셈이다.



▶무리한 추격 매수는 금물

강남권에서도 신고가 단지가 꽤 많다.

강남구 삼성동 브라운스톤레전드 전용 219㎡는 지난 1월 29억9000만원에 팔려 역대 최고 거래 가격을 기록했다. 앞서 2016년 4월 22억6000만원에 팔렸고 지난해 1월 20억2000만원으로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 매매가가 오히려 10억원가량 올랐다. 2009년 입주한 브라운스톤레전드는 전체 가구 수가 54가구에 불과하지만 가장 작은 면적이 전용 199㎡일 정도로 대형 면적 위주로 구성됐다. 주차 대수도 가구당 4대가 넘을 정도로 넉넉해 부유층 자산가나 인기 연예인 수요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역시 전용 121㎡가 올 1월 25억6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7월 거래 가격(25억5000만원)보다 1000만원 올랐다. 전용 121㎡가 가장 작은 평형으로 브라운스톤레전드처럼 대형 면적이 대다수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보유한 아파트로 유명하다.

서초구 반포동 랜드마크 단지 반포자이 역시 대형 면적에서 신고가가 잇따르는 중이다. 반포자이 전용 194㎡ 매물은 지난 1월 3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지난해 5월 거래 가격은 26억500만원, 8월에는 30억8000만원으로 뛰었는데 몇 달 새 5억원가량 더 올랐다.

서울 랜드마크 단지 대형 평형 위주로 신고가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 단지 중소형 면적 가격도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성산시영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6억7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올 2월 8억원에 거래됐다. 9·13 대책 직전에 거래된 최고가(8억500만원)와 맞먹는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서대문구 홍은동 극동 전용 84㎡는 올 들어 3억68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1차 전용 86㎡도 최근 15억8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주요 단지 집값이 불황에도 상승세를 타는 배경은 뭘까.

강남권이나 도심 인기 단지 대형 평형의 경우 부동산 경기에 관계없이 부유층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 아파트는 희소가치가 커 우량 매물이 자주 나오지 않는 만큼 수억원 오른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진다. 일례로 경희궁자이는 총 2533가구 대단지임에도 대부분 전용 84㎡ 이하 중소형 평형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신고가를 경신한 전용 116㎡는 64가구에 불과하다.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경희궁자이가 신고가를 경신한 것은 도심권에 대형 면적을 갖춘 준공 10년 이내 단지가 많지 않아 희소가치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20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부유층은 대출 등 자금 부담이 없는 만큼 앞으로도 거래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용산 등 부촌 랜드마크 단지도 마찬가지다. 반포자이나 한남더힐 대형 평형의 경우 워낙 수십억원짜리 고가 매물이라 정부 대출 규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덕분에 다소 높은 가격에도 거래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대형 평형이 아닌 중소형 평형이 오른 단지는 재건축 등 각종 호재가 한몫했다.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는 재건축 사업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추진하면서 집값이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성산시영아파트 재건축예비추진위원회는 최근 마포구청에서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아파트 소유주 모임을 갖고 향후 재건축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해 안전진단에 나섰다가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무산된 이후 1년 만에 재시동을 건 셈이다.

이들 단지에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불황에도 매매가가 뛰기는 했지만 거래가 많지 않은 만큼 실수요가 아닌 투자 수요로 접근하기에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한마디로 무리한 추격 매수는 금물이다. 성산시영 같은 재건축 단지도 아직 초기 단계라 사업 진행 상황을 더 지켜보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

“신고가를 경신한 단지라도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당분간 침체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유를 갖고 급매물을 고르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대형 면적으로만 구성된 이른바 ‘부자 아파트’일수록 급매물이 쏟아질 수 있는 만큼 ‘묻지마 투자’는 위험하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의견은 눈길을 끈다.

불황에도 인기 치솟는 ‘꼬마 아파트’

‘대출 규제 무관’ 가격 뛰고 청약시장서도 인기

서울 주요 단지 대형 면적에서 신고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용 40㎡ 안팎 꼬마 아파트 인기도 치솟고 있다. 중대형 평형보다 투자 부담이 적은 데다 임대수요가 넉넉한 덕분에 꾸준히 수요가 잇따르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량(475건) 중 절반가량인 238건이 전용 60㎡ 이하 소형 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 60~85㎡는 177건, 전용 85㎡ 초과는 60건으로 각각 37%, 13%를 차지했다.

초소형 아파트 몸값도 상한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용 40㎡ 미만 초소형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 1월 3억2281만원에서 2월 3억2355만원으로 0.23% 뛰었다. 같은 기간 중형(전용 62.8~95.9㎡), 대형(전용 135㎡ 이상) 아파트 가격이 각각 0.86%, 1.16%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리센츠 전용 27㎡의 경우 2005년 5월 당시 분양가가 1억9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거래 가격이 8억9900만원까지 뛰었다. 무려 7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청약시장에서도 소형 아파트가 인기몰이 중이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해 서울 분양 아파트 단지 내 최고 청약경쟁률은 모두 전용 59㎡ 미만 소형 타입이 차지했다. 최근 분양한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전용 39㎡가 57.14 대 1 경쟁률로 단지 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39㎡ 분양가가 4억원에 그쳐 투자 부담이 적은 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올 1월 분양한 동대문구 용두5구역 ‘e편한세상청계센트럴포레’ 역시 최고 경쟁률은 가장 면적이 작은 전용 51㎡ 몫이었다. 2가구 모집에 559명이 몰려 279.5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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