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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원 미만으로 주목받는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신안산선·경전철 착공 호재에 저평가 매력

  • 강승태 기자
  • 입력 : 2019.03.25 09:16:46
# 직장인 김정호 씨는 아파트 가격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 기회에 내집마련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서울 몇몇 지역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가격이 하락했다 해도 실제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나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만 가격이 하락했고 실수요자가 구입할 수 있는 단지는 가격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단지나 새 아파트 가격은 6개월 전 가격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김 씨는 “9억원 이하 아파트 중 재건축 단지가 아닌 아파트는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을 체감하기 어려웠다”며 “서울 외곽 지역에 있는 대단지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17주 연속 하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막상 실수요자는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 이유가 있다. 주로 실수요자로 구성된 9억원 이하 아파트 시장은 오히려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9일부터 올해 3월 1일까지 약 4개월간 서울 아파트 금액대별 매매가 변동률을 살펴보면 9억원 이하 아파트는 0.8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9억원 초과 아파트는 0.97% 하락했다.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있는 여러 지역 중 ‘금관구(금천·관악·구로)’라 불리는 서울 서남부가 최근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으로 주목받는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서울 부동산 시장은 금관구를 주목해야 한다”고 콕 집어 말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변두리로 취급받던 소위 ‘금관구’ 지역은 신안산선과 경전철 등 각종 개발 호재와 함께 기지개를 켤 준비를 마쳤다.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롯데캐슬골드파크1차는 9억원 미만대 아파트로 주목받는다.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롯데캐슬골드파크1차는 9억원 미만대 아파트로 주목받는다.



▶주목받는 서울 금관구

▷대단지 새 아파트 들어서는 관악

서울 금천구에는 시흥동이 있다. 조선시대까지 시흥은 금천구 일대는 물론 구로구, 관악구, 영등포구 일부를 모두 포함해서 불리던 이름이었다.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일제는 서울 축소 정책을 펼치며 시흥을 ‘시흥군’으로 따로 떼어내 독립된 군을 만들었다. 거대했던 시흥군은 해방 이후 조금씩 축소됐다. 현재 금천구나 구로구, 관악구 등은 시흥군과 분리돼 서울로 편입됐다. 즉, 금천구·관악구·구로구의 지역적 뿌리는 비슷하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금관구가 서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광화문이나 강남 업무지구 등 도심 접근성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이 좋지 않고 주변에 대규모 새 아파트 단지가 많지 않았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서울 전역에 걸쳐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지금까지 덜 주목받았던 금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실수요자들이 주로 찾는 중소형 아파트는 대기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거나 턱없이 비싼 상황”이라며 “관악구나 구로구 등 대중교통이 편리하면서 새 아파트가 들어선 곳은 실수요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관구 3형제 중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단연 관악구다. 관악구는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면 강남역까지 1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여의도나 광화문까지 출퇴근하는 것도 부담이 덜하다.

여러 경전철 계획이 많은 것도 호재다. 공사가 진행 중인 신림선(여의도 샛강역~서울대정문)과 함께 관악구에는 총 3개 경전철 노선이 도입될 예정이다. 추가적으로 신설 예정인 서부선(새절역~서울대정문)과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도 올해 안에 착공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관악구의 가장 큰 단점은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관악구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이 가장 먼저 거주하는 지역 중 하나다. 주변에 원룸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많은 반면, 새 아파트를 지을 만한 부지가 거의 없었다.

관악구 랜드마크라고 불릴 만한 단지는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현재 시세는 전용 84㎡ 기준으로 7억원 중반대에 형성됐다.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다만 준공한 지 15년 된 아파트라는 점과 함께 지하철역과 거리가 좀 있다는 점(도보 15~20분)은 단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지하철역까지 도로가 오르막길이라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던 관악구에서 요즘 이목을 끄는 단지가 있다. 바로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1차는 오는 6월, 2차는 내년 4월 준공 예정이다. 지하철 2호선 봉천역과 도보 3~5분 거리의 초역세권 단지다. 1, 2차 합쳐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다. 입주가 시작되면 관악구의 새로운 랜드마크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는 지난해 10월에 같은 면적 전용 84㎡ 분양권이 8억9000만원에 거래됐으며 최근 나온 매물은 대부분 8억원 중후반대에 형성됐다. 봉천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e편한세상서울대입구는 관악초를 끼고 있으며 뒤로는 청룡산이 위치한 숲세권 단지”라며 “강남역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관악구는 봉천동 일대를 중심으로 주요 정비구역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봉천 4-1-3구역은 최근 ‘자이’를 짓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며 봉천 4-1-2구역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수요 탄탄한 금천·구로

▷신안산선 착공 기대감 솔솔

관악구보다 서울 중심에서 다소 외곽에 있는 금천구나 구로구는 구로디지털단지나 가산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구로구는 관악구보다 신규 물량이 더 부족하다. 지난 몇 년간 1000가구 이상 입주한 단지가 전혀 없었다. 내년 이후 준공 예정인 ‘개봉동 아이파크’가 일대 몇 안 되는 신축 대단지 아파트로 꼽힌다.

구로구를 대표하는 지역은 바로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역 일대. 이 중 랜드마크는 ‘신도림4차e편한세상’이다. 2003년 준공해 벌써 지은 지 15년 넘은 단지지만 매매는 물론 전세 시세도 높게 형성돼 있다. 이 단지 전용 117㎡는 지난해 10월 10억7500만원에 거래됐으며 현재 나온 매물도 전용 84㎡ 기준 10억~11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전세가격도 같은 면적이 6억~7억원으로 60% 이상 높은 전세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신도림e편한세상은 총 7차까지 있지만 유독 4차가 랜드마크 단지인 이유가 있다. 신도림역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는 대부분 3~5분 초역세권이다. 신도림4차e편한세상 외 5차나 6차 등 다른 e편한세상 단지도 모두 지하철역과 가깝다. 그럼에도 4차가 인기 있는 이유는 신도림역 역세권 아파트 중 드물게 대단지기 때문이다. 853가구로 구성돼 다른 단지와 비교해 가구 수가 많은 편이다.

금천구는 신안산선 개통 효과가 있는 대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올해 상반기 착공 예정인 신안산선은 안산·시흥 지역과 서울 여의도를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광역교통시설이다. 2024년 개통하면 금천구에서 여의도까지 10분대에 갈 수 있다. 이후 신안산선은 여의도에서 공덕을 거쳐 서울역까지 이어지는 2단계 사업도 계획 중이다.

관악구나 구로구는 지난 몇 년간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등장하지 않아 실수요자들이 단지를 선택하기 어려웠다. 반면 금천구에는 독산동에 위치한 ‘롯데캐슬골드파크1차’가 있다. 2016년 12월 준공한 따끈따끈한 새 아파트다. 총 1743가구 대단지로 1호선 금천구청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했다. 지난 몇 년간 독산동 아파트 가격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이 단지 영향이 컸다.

9·13 대책 이후에도 꾸준히 거래된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전용 84㎡가 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나온 매물은 약 8억원 전후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주변에 공원도 많고 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초품아 단지’라는 점은 또 다른 장점. 하지만 1호선 선로가 단지 옆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동별에 따라 소음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은 단점이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또한 금천구의 또 다른 랜드마크 단지로 불릴 만하다. 총 1764가구로 2011년 준공한 준신축 단지다. 남서울힐스테이트는 아무래도 롯데캐슬골드파크보다 입주가 5년 빠르다 보니 시세는 약 1억~2억원 차이가 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구로구와 금천구는 서울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주변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적었다”면서도 “신안산선이 지나는 독산동이나 시흥동 일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단지”라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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