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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글로벌 통상 갈수록 악화 제2의 아태무역협정 절실

  • 입력 : 2019.03.25 09:33:35
미중 통상갈등,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 대외적인 통상환경 악화에 우리나라가 마땅히 대응할 만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 과거와 달리 자유무역협정(FTA) 정책 추진도 탄력이 약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말 중미 국가들과의 FTA 협상을 타결한 이후 굵직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일본이 주도해 발효시킨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 여부도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등의 보도자료가 나올 뿐이다.

그런데 이들 사항은 지난 수년 동안 추진돼왔던 것으로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일본과 멕시코, 남미공동시장(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주요 교역국과 FTA를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과의 양자 간 FTA 체결은 어려울 것이고, CPTPP 관점에서 향후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미공동시장은 협상 개시에 합의했지만 남미 측 사정으로 추진 일정이 하염없이 지연되고 있다. 우리 통상당국이 새로운 FTA 정책을 모색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우리나라 FTA 정책은 현재 거론되고 있거나 과거 협의를 했다 논의가 부진한 러시아, 중동 등과의 협상을 추진하면서 이미 발효된 15개 FTA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FTA 정책은 경제적 소국이거나 우리나라와 교역 규모가 작은 국가와의 FTA 체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FTA 체결 내용도 이들 국가에 맞게 수정돼야 할 것이다. FTA 정책 환경과 역량이 부실한 국가를 상대로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과 폭넓은 협정’을 논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국가는 산업 기반이 취약해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이 극히 제한적이다. 기본적으로 무역은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될 때 가능하다. 상대국에 따라 일부 산업과 관심 품목 위주의 무역협정, 즉 특혜무역협정(PTA)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첫 FTA는 한·칠레 FTA지만 우리는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방콕협정(Bangkok Agreement)’이라 불리던 특혜무역협정을 수출에 활용했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최빈국을 갓 벗어났고 수출입국을 국가 발전 모토로 설정했기에 방콕협정은 귀중한 수출 인프라였다. 방콕협정은 아태 지역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 국민 생활 수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ESCAP가 주도한 것으로 돼 있지만 우리나라 역할도 컸다. 방콕협정은 2006년 9월 아태무역협정(APTA)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상품 관세 인하 품목과 자유화 수준을 심화시켰다. 또한 2009년부터 서비스, 투자, 무역원활화 협정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오늘날 체결되는 FTA와 비교하면 아태무역협정의 파급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 하지만 수출 현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인도와 FTA를 체결했지만 보완적으로 아태무역협정을 활용하는 중소기업이 더러 있다. 더구나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와 수출입하는 기업들은 아태무역협정을 긴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우리나라 수출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고 수출시장 다변화 정책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기존 FTA 정책을 보완하면서 중소기업의 수출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몇몇 국가와 ‘제2의 아태무역협정’ 추진을 제안하고자 한다. 단기적으로 PTA를 체결하고 중장기적으로 FTA로 확대발전시키는 전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1호 (2019.03.27~2019.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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