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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생산성 위기 심각 건설업 입찰·구매 효율성 높여야

  • 입력 : 2019.03.25 09:35:38
한글로벌 선도 엔지니어링 업체는 업무 방식·시간·지역 등을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를 ‘첨단 분석 기법(advanced analytics)’으로 관리해 10% 이상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또 다른 글로벌 선도 건설업체는 첨단 분석 기법을 적용해 선별된 고수익 프로젝트 입찰에 성공적으로 참여하고 위험을 크게 줄였다.

건설업계는 심각한 생산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년간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매년 3.6% 증가했으나 건설 부문은 연간 1%대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첨단 분석 기법을 통해 낮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입찰·구매·프로젝트 관리에서 성과를 향상시킨다. 또한 경영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을 높이는 결정적인 통찰력을 제공한다.

첫째, 첨단 분석 기법을 활용해 입찰 시 프로젝트 위험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 건설·엔지니어링(E&C) 기업은 불완전한 정보만으로 입찰 참여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형 건설 프로젝트는 최대 5~10년간 실행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나 난관을 즉시 예측하기 어렵다. 건설업체 마진 규모는 5~7% 수준으로, 프로젝트 입찰가를 10% 과소 추산하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반대로 프로젝트 비용을 과대평가하면, 계약 체결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져 수주율이 15~25%에 불과한 건설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한 글로벌 선도 E&C 업체는 과거에 진행한 100개 이상 프로젝트에서 계약구조, 자산군, 수익 마진 등 수십 개 변수를 추출했다. 이후 지역별 총지출액과 현지 인력 규모·노조 형성 통계 등 여러 외부 정보와 결합, 위험 변수를 나타내는 계기판(dashboard)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과거 패턴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수익 마진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평가표(scorecard)를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각 팀은 입찰 전에 프로젝트 매력도를 평가하고 비용 산정과 입찰에 배정할 예비비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

두 번째 적용 분야는 구매 영역이다. E&C 기업 조달 전문가 대부분은 하도급 업체를 선정할 때 개인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해 견적을 평가하고는 한다. 첨단 분석 기법을 적용하면 소요 작업과 비용을 현실적이면서도 빠르게 평가해 하도급 업체 견적과 비교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선도 인프라 운영업체는 과거 1만7000개 프로젝트의 상세 초기 계약 정보를 추출한 후 업무별 최종 비용을 시간과 자재별로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후 프로젝트 최종 비용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기법을 활용해 조달 계약 비용 산정에 통상 60일 걸리던 기간을 평균 2일 내로 줄일 수 있었다.

셋째,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지연이나 추가 비용 발생 등 잠재적 문제를 사전에 관리한다. 프로젝트 관리자들이 일일 진행 상황과 위험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현장에서 의사결정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추가 비용이나 공기 지연의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업체는 매일 당일 프로젝트 데이터를 분석하고 경보 기준치 이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관리자에게 즉시 알리는 시스템을 운영해 앞서 나가고 있다.

E&C 업체는 제조업과 달리 프로젝트에 따라 변동성이 높다는 도전과제를 갖고 있다. 개인의 경험과 전문성을 데이터 분석보다 신뢰하는 조직 문화도 바꿔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E&C 업체는 디지털 혁신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해 조직과 프로세스를 변모시켜야 한다.

아울러 수년째 쌓아온 막대한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사내 데이터 전문가와 번역가를 육성해야 한다.

[정재훈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1호 (2019.03.27~2019.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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