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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위기의 수출을 살려내자

  • 홍기영 기자
  • 입력 : 2019.03.25 09:35:51
기업신용도는 현재와 미래 기업 성과와 실적 전망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한국 기업신용도가 3년간의 추세적 개선을 뒤로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만한 하락 사이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P는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 우려 속에서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글로벌 수요 둔화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한국 기업신용도는 향후 12개월 동안 하방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는 내리막길이다. 국책연구기관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지난해 11월 이후 다섯 달 연속 경기 둔화 판정을 내렸다. 특히 부진한 기업 투자와 수출이 총수요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의 양대 축인 공급과 수요 모두가 축소되는 경기 부진 현상이 염려된다. KDI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감소가 수요 경기를 위축시키면서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측면의 경기도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황의 여파는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석유화학·자동차 부품·디스플레이·휴대폰·가전·섬유 등 주요 품목 수출이 뒷걸음질 친다. 1년째를 맞은 무역전쟁의 장기화 조짐에 한국 수출이 몸살을 끙끙 앓는다. 미중 무역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중국 경제가 냉각되는 것도 수출 기업에는 큰 악재다. 한국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25%에 달한다. 중국의 중간재 수요 둔화와 반도체 수요 위축은 한국 수출에 치명타를 가한다.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중간재 비중은 80%에 이른다. 세계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꺾일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유로존의 경기 둔화에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 또한 호황 국면이 정점을 지났다.

수출 부진은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수출 편중성 분석·시사점’ 보고서에서 쏠림 현상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수출 품목 집중도가 지난해 137.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출 품목 집중도는 지난 2011년 102.6으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 상승해 20여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반도체의 기술 우위와 다른 주력 제조업 부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실패 등이 꼽혔다.

수출 주도형 성장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정부 지출만으로 민간소비를 키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률을 회복할 수는 없다. 글로벌 교역이 둔화되고 국내 경제가 어려울수록 수출의 굳건함이 절실하다. 기술 패권전쟁에서 승리하는 역량을 갖춰, 경제 난국의 돌파구를 수출로 뚫어야 한다. 그래야만 생산이 촉진되고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수출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 또한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넓혀야 미래가 있다. 협소한 내수 시장에 안주하는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확보하기 힘들다.

한국 수출의 맹점인 특정 지역·산업 쏠림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신성장동력 육성과 주력 수출 산업의 경쟁력 회복, 지역 다변화가 절실하다. 특히 기술집약도가 높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바이오·헬스·전기차·2차 전지·OLED 등 신성장산업은 수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이들 산업의 수출 비중은 5%에도 못 미친다. 신성장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벤처·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동시에 산업 생태계 전반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견인하는 차세대 핵심 산업을 키워내야 한다. 규모와 범위의 경제성 확보로 세계의 블루오션을 선점하는 스케일업 전략에 힘을 모을 때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1호 (2019.03.27~2019.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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