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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지수 급반등’에 뭉칫돈 몰리는 베트남 펀드-벌써 10% 수익률…조정 땐 분할 매수 유망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9.03.25 11:18:56
  • 최종수정 : 2019.03.25 12:19:44
베트남 경제가 고속성장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뜨겁다. 사진은 하노이 시내 전경.

베트남 경제가 고속성장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뜨겁다. 사진은 하노이 시내 전경.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신음했던 베트남 증시 분위기가 올 들어 급반전됐다.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완화된 가운데 실적이 탄탄한 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올해 베트남 증시의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관측이 우세해 투자자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증시 VN지수는 올 들어 지난 3월 18일까지 13%가량 뜀박질했다. VN지수는 2017년 50%가량 급등하며 아시아 신흥국 중 최고 수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미중 무역갈등과 신흥국 금융불안 등의 우려 탓에 9% 하락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베트남 증시 투자자 표정은 어두웠다. VN지수가 900선 아래를 밑돌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베트남 금융당국의 증시 활성화 방안이 외국인 투자자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베트남증권위원회(SSC)는 증권법 개정과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소유 한도 폐지, 호찌민증권거래소(HOSE)와 하노이증권거래소 합병 추진 등이 골자다. 아울러 베트남증권위원회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을 70%에서 100%로 상향 조정했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제 정책이 단행되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베트남의 EM지수 편입 가능성은 패시브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 대비 눈부신 경제성장세도 투자자를 매혹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베트남 GDP 성장률은 7.08%로 동남아 최고 수준이다. 200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다. 성장의 원동력은 외국인 투자로 지난해 191억달러를 기록, 전년보다 9.1%나 늘었다. 해외 투자자들이 베트남 경제를 얼마나 밝게 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베트남펀드로 660억 몰려

대내외 우려 완화로 투자 매력↑

대내외 우려가 완화된 가운데 베트남 경제가 고속 성장을 이어가자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다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18일 기준 베트남 관련 16개 펀드 설정액은 1조5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만 660억원이 유입됐고 6개월 기준으로는 1709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이는 중국·인도는 물론, 다른 글로벌 펀드의 자금 유입과 견줘도 두드러진다. 수익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올 들어 지난 3월 18일까지 베트남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약 10%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성적이 좋았다. 운용 설정액 6710억원으로 덩치가 가장 큰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는 올 들어 지난 3월 18일까지 9%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운용은 이미 2006년부터 베트남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어 직접 운용 노하우를 쌓았다. 2016년 설정된 베트남그로스펀드 역시 한국운용의 베트남 현지법인이 직접 종목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운용 설정액이 각각 1974억원, 1144억원인 ‘유리베트남알파’ ‘미래에셋베트남’ 등의 펀드 역시 10% 초반대 수익률로 뛰어났다. 유리자산운용은 2007년부터 베트남에 진출해 노하우를 축적해오고 있는 피데스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베트남 투자 전문가로서 탄탄한 지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베트남펀드는 호찌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300여개 중 시장 지배력과 재무건전성, 수익성이 우수한 종목이 타깃이다. 밸류에이션상 저평가된 종목에도 10~20% 정도 투자해 초과수익을 노린다. 이외 ‘HDC베트남적립식’ ‘삼성베트남’ 등의 펀드도 수익률이 좋았다.

관건은 앞으로도 베트남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느냐다. 전문가들은 VN지수가 지난해 조정 이후 올 들어 단기 급등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일정 기간 조정은 거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 기초체력이 탄탄한 만큼 조정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권했다.

이창민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는 빠르게 반등했지만 1000포인트를 중심으로 저항도 수차례 연출됐다. 베트남 증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관점이 변함없지만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며 VN지수가 830~1070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봤다.

단기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베트남 증시 호재는 풍부한 편이다. 우선 외국인 자금을 유입시키는 대형 IPO(기업공개)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올해 이동통신사 모비폰과 우정·통신그룹(VNPT) 등 대형 IPO가 잇달아 예정돼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IPO 규모 예상치는 모비폰이 16억1000만달러며, VNPT와 아그리뱅크는 각각 10억8500만달러, 12억2500만달러에 달한다.

국내 유일의 베트남인 애널리스트인 부쑤언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빈홈(VHM)과 텍콤뱅크(TCB) 상장 당시 각각 10억3000만달러, 10억140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며 “올해 상장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VN지수가 850~1180선을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로 기대되는 FTSE와 MSCI 신흥국지수 편입도 베트남 증시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FTSE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런던증권거래소(LSE)가 설립한 FTSE인터내셔널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 한국·중국·대만·인도 등 신흥국 상장사 위주로 구성된 MSCI EM지수는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투자를 고려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지수다. 이들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패시브 펀드 투자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편입이 결정되면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진다.

주식형 펀드가 부담스러운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베트남 증시 조정이 올 때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투자KINDEX베트남VN30’이 유일한 베트남 ETF다. 베트남 호찌민증권거래소에서 발표하는 VN30지수를 추종하며, 별도 환헤지를 하지 않아 베트남 동화 환율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 펀드는 올 들어 지난 3월 18일까지 1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할 때는 펀드 보수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ETF는 저렴한 운용보수가 강점으로 투자 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이 뛰어난 편이다. 한국운용 베트남 ETF의 연간 운용보수는 0.7% 수준이다. 환헤지형 펀드의 운용보수 2.4%와 비교하면 3분의 1 이상 저렴하다. 같은 환노출형 펀드(1.5~1.8%)와 비교해도 운용보수는 절반 이하 수준이다.

‘KINDEX베트남VN30’ ETF는 향후 외국계 패시브 자금 유입의 호재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펀드는 VN30지수를 추종한다. VN30지수는 베트남 호찌민증권거래소가 시가총액과 유동성을 기준으로 대형주 30종목을 선별해 발표하는 지수. VN30지수에는 외국인 투자 비중 제한에 따라 일반 펀드에서는 편입할 수 없는 종목을 일부 담고 있다. 향후 이들 종목에 투자제한이 풀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면 이 지수를 쫓는 ETF의 수익률은 다른 펀드보다 좋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 변화에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도 ETF만의 매력이다. 보통 해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면 환매까지 적게는 5일, 길게는 9일까지 걸리지만 ETF는 환매청구일 이후 2일 만에 원화로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지수가 단기 고점을 찍은 상황에서는 빠른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

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 대내외 투자환경을 고려하면 신흥국 투자처로 베트남 선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1호 (2019.03.27~2019.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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