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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도 ‘All or Nothing’? 화웨이 타깃 국제공조 ‘흔들’ 美에 부메랑

  • 신헌철 기자
  • 입력 : 2019.03.25 11:20:11
미중 무역전쟁이 지난 3월 22일로 발발 1년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중국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어 같은 해 7월 양국이 상호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총성 없는 전쟁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에서 체결한 60일간 휴전이 지난 3월 1일로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양국은 어정쩡한 상태로 협상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 말 마지막 담판을 통해 무역전쟁을 종식할 것이란 기대는 일단 물거품이 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담 기간에야 미중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워싱턴에서는 미중 무역협상이 갈수록 미북 비핵화 협상을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전략을 내세우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다. 그러자 뜻밖에도 워싱턴 조야에서는 호평이 쏟아져 나왔다. 핵·미사일 도발만 없다면 급한 쪽은 결국 북한이라는 자신감의 발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학습효과’를 미중관계에 적용해 ‘배드딜보다 노딜이 낫다’는 전략으로 나오면 양측은 악화도 개선도 없이 시간만 질질 끌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타협적 태도를 보이자 미국은 오히려 쌀쌀해졌다. 협상을 주도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만약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일부 관세는 철회하지 않고 남겨둔 채 중국의 이행조치를 지켜보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게다가 미국 측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 구매는 늘리겠다면서도 지식재산권 탈취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 다소 저자세로 나왔던 중국도 미국이 북한을 대하듯 백기투항을 강권하는 태도에 불쾌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보잉 737 맥스의 운항 중단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결정한 나라가 바로 중국이었다.

▶올 3월 무역전쟁 포문 연 지 1년

미북협상처럼 빅딜 노리며 교착

시간이 흐를수록 양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가 동반 피해를 보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9%로 더 낮췄다. 국제무역 감소와 제조업 위축이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세계은행의 분석이다.

미국도 속으로는 곪아가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학자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지난해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0.04%에 해당하는 78억달러가량의 손실을 입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감세 효과 약발이 다하면서 미국 경제의 ‘슈거 하이(sugar-high)’가 올 하반기쯤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세금 인하, 규제 철폐 등 트럼프 대통령의 친성장 정책은 2025년까지도 성장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항변했다. 실제 나스닥지수는 5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불안감을 다소 씻어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보류하며 보조를 맞춰준 덕분이고, 사실상 미국 경기를 좋지 않게 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히려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더 큰 부메랑이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대중 압박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도 북한 문제와 닮아 있다. 미국은 최근 브라질에도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압박에 나섰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오히려 영국, 독일,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대오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유럽 동맹국과의 긴장, 중동 분쟁 등 곳곳에서 속전속결하지 못하고 전선만 넓게 펼쳐놨다. 베네수엘라 사태에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체면을 구겼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리더십에도 점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1호 (2019.03.27~2019.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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