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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자의 Activity] 헬스 대신 '일렉트로 복싱' 클럽인가 복싱장인가…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리듬에 '원투!'

  • 나건웅 기자
  • 입력 : 2019.03.25 11:37:53
  • 최종수정 : 2019.03.25 16:08:52
운동, 대체 왜 하기 싫은 것일까.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재미가 없다’는 점도 한몫할 테다. 운동이라는 행위가 애초에 ‘몸을 고달프게 하는 일’인 터. 고통을 즐기는 성향이 아니라면 크게 재미가 있을 리 만무하다.

어떻게 하면 운동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일렉트로 복싱’은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트레이닝 방식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가장 즐거운(?) 공간 중 하나인 ‘클럽’을 본떠 기획·개발됐다. 클럽을 대표하는 음악 장르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Electronic Dance Music)’에 ‘복싱’을 더해 만들었다. EDM 음악에 맞춰 경쾌하게 주먹을 지르는 신개념 피트니스라는데.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비스트플래닛’을 직접 찾아 하루 동안 ‘일렉트로 복서’가 돼봤다.

서울 역삼동 ‘비스트플래닛’에서 일렉트로 복싱을 체험하는 기자의 모습. 어두운 조명, 신나는 EDM에 맞춰 샌드백을 때리고 있다 보면 이곳이 클럽인지 복싱장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서울 역삼동 ‘비스트플래닛’에서 일렉트로 복싱을 체험하는 기자의 모습. 어두운 조명, 신나는 EDM에 맞춰 샌드백을 때리고 있다 보면 이곳이 클럽인지 복싱장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디제잉 부스에 바 테이블까지

▷현란한 조명에 빛 발하는 샌드백

너무나 클럽스러워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간판을 못 보고 들어온 방문객이라면 ‘체육관’보다는 ‘클럽’에 한 표 던질 사람이 많을 법한 광경이다. 어두컴컴한 매장 입구를 지나자 피트니스가 진행될 ‘무대(?)’가 눈에 들어온다. 현란한 조명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한쪽에는 헤드폰을 목에 걸고 레게머리를 틀어 올린 DJ가 디제잉 기기를 만지작거린다. 그 옆으로는 심지어 바(BAR) 테이블도 있다. 물론 판매하는 음료는 클럽과 다르다. 차나 ‘단백질 셰이크’ 같은 음료가 맥주나 칵테일을 대신한다.

평일 오후 4시, 비오는 궂은 날씨 때문인지 사람이 많지는 않다. 북적이는 클럽 열기를 느끼기에 다소 이른 시각이기는 하다. 춤추는 남녀 대신 스테이지를 차지한 것은 샌드백. 30개 넘는 샌드백이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춤추고 있다. 가지런히 매달린 흰색 샌드백이 클럽 조명을 반사하는 덕에 신비스러운 분위기까지 연출된다.

일렉트로 복싱을 위해 따로 챙겨야 할 준비물은 운동화 정도다. 상하의 트레이닝 복장과 복싱 필수품 ‘글러브’는 매장에서 대여해준다. 직원이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 하나를 채워준다. 일일 운동량을 체크할 목적이다.

옷을 갈아입고 무대 위 샌드백 옆에 자리를 잡았다. 샌드백 옆에 매달린 스마트패드가 눈에 들어온다. 스마트패드는 손목에 찬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돼 있어 소모하는 칼로리와 심박수 등을 보여준다. 흥겨운 EDM 리듬에 절로 고개를 까닥거렸더니, 운동이 됐나 보다. 화면을 보니 벌써 1칼로리를 소모했다. 뿌듯.

경쟁 방식을 도입한 게임형 운동도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 가장 칼로리를 많이 소모하는 사용자가 리워드를 받는다. 샌드백 옆에 달린 스마트패드에는 사용자가 소모한 칼로리 등 운동 데이터가 표시된다.

경쟁 방식을 도입한 게임형 운동도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 가장 칼로리를 많이 소모하는 사용자가 리워드를 받는다. 샌드백 옆에 달린 스마트패드에는 사용자가 소모한 칼로리 등 운동 데이터가 표시된다.



▶속성 복싱수업…잽부터 어퍼컷까지

▷샌드백 두들기니 스트레스 OUT

이윽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 한 명이 들어온다. 비스트플래닛 트레이너인 ‘맥스’ 선생님이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척 봐도 범상치 않은 눈빛. 일본 무에타이 챔피언 출신이라는 설명에 긴장감이 절로 상승한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치고 드디어 샌드백 앞에 섰다. 맥스 쌤이 복싱 기본 자세에 대해 설명해준다. 오른손은 오른쪽 턱 밑에 갖다 붙이고, 뻗었던 왼손은 자연스럽게 얼굴 앞으로 가져왔다. 설명을 침착하게 따라가다 보니 포즈가 자연스럽게 잡힌다. ‘제법 폼이 나는 듯?’ 우쭐함도 생긴다.

맥스 쌤이 넣어주는 구령에 맞춰 본격 샌드백 ‘난타’를 시작했다. 오른발을 뒤로 살짝 뺀 상태로 스텝을 밟아야 했다. 왼쪽 주먹을 뻗는 ‘잽’에 이어 오른쪽 주먹을 내지르는 ‘스트레이트’까지. 맥스 쌤은 “잘한다 잘한다”를 반복하며 ‘우쭈쭈’를 시전해준다.

수업 진도는 매우 빠르다. 잽을 배운 지 2분 만에 ‘원투’까지 쭉쭉 나간다. 주먹을 돌려 치는 ‘훅’과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어퍼컷’도 초단기 속성코스로 배운다. 무작정 샌드백을 때리는 것은 아니다. 스텝과 음악 박자에 맞춰 다양한 복싱 타격기술을 섞어 지루함이 덜하다. 예를 들어 4분의 4박자에 맞춰 ‘하나둘셋잽’, 또 ‘잽둘잽넷’ ‘원투훅훅’ 식으로 진행된다. 맥스 쌤은 “여러 명이 동시에 같은 박자에 맞춰 같은 타격기를 내지르는 장면을 보면 장관이다. 클럽의 단체 댄스인 ‘라인 댄스’와 비슷한 풍경”이라고 자랑했다.

▶유산소운동에 코어운동까지

▷5분에 100㎉ 넘게 쓰는 강행군

“그만!”

가뭄에 단비 같은 쌤의 말. 10분 동안 끊임없이 주먹을 내지르느라 헐떡이던 참이다. “워밍업은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이제 본격 운동을 시작하겠다.”

귀를 의심하는 가운데 옆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에 ‘4분’이라는 숫자가 뜬다. 스타트와 함께 스톱워치처럼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지옥의 4분’이었다. 제자리에서 뛰면서 주먹을 내지르는 ‘러닝원투’에 이어 ‘팔 벌려 뛰기’ ‘스쿼트’ ‘하이니러닝’을 쉬지 않고 반복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이다.

심지어 남들과의 ‘경쟁’인 탓에 쉴 수도 없다. 4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사람에게 상품을 주고, 참여한 전원의 순위가 화면에 공개된다. 웨어러블 기기가 각자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덕분에 이처럼 게임 형태의 수업 진행이 가능하다. 이를 악물고 4분을 버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후에도 허리근육과 복근을 강화하는 ‘코어운동’, 뭉친 근육을 푸는 ‘파워 스트레칭’까지 45분을 꽉 채웠다. 비스트플래닛에서는 복싱·근력·요가·댄스 등 다양한 운동을 결합한 독자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운동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체되기 때문에 정규 회원이더라도 매번 다른 코스로 훈련받을 수 있다.

스트레칭까지 완료. 스마트패드 확인 결과 운동하는 45분 동안 약 600㎉를 소모했다. 맥스 쌤이 바닥에 몸져누운 기자에게 다가와 “기초체력이 하도 약해 보여서 오늘은 일부러 살살한 편이다. 남성 회원 기준으로 45분에 1000㎉씩 소모하는 게 보통”이라고 면박 줬다.

▶타격운동에 목마른 女회원 더 많아

▷부족한 매장 수…비용 부담도 적잖아

‘파김치’라는 말이 딱이겠다. 허벅지부터 허리, 배, 팔뚝까지 안 아픈 곳이 없다. 특히 운동 내내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는 스텝을 반복했던 통에 체중을 오롯이 버텨야 했던 오른쪽 종아리 님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 보인다. 체험이 끝난 다음 날은 다리를 절면서 돌아다녀야 했다.

가혹하다 싶을 만큼 운동량이 많지만 ‘재미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확실히 음악의 힘은 놀랍다. 박자에 맞춰 신나게 주먹을 내지르다 보니 고통이 다소 가신다. 근력운동이나 요가, 필라테스보다 상대적으로 생소한 타격운동이라는 점도 재미를 더하는 포인트다.

반면 ‘본격적으로 복싱을 배워보겠다’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복싱’보다는 ‘체력 향상’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싶다. 보다 전문적인 타격 훈련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PT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복싱 전문 훈련장의 프로그램과 직접 비교는 무리다.

피트니스센터와 비교하면 비용 부담도 꽤 있는 편이다. 한 달에 15만원, 공간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회원권은 월 30만원이다. 단 1회 체험(45분)은 1만원으로 합리적인 수준이다. 체육관이 사실상 전국에 하나뿐이라는 점도 아쉽다.

조찬희 비스트플래닛 공동 대표는 “회원 비중이 70% 이상일 정도로 특히 여성에게 인기가 좋다. 클럽에 온 것처럼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소 타격운동에 대한 관심도 반영된 결과다. 향후 직영점을 늘리고 일반 피트니스센터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하는 등의 방식으로 매장을 늘려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1호 (2019.03.27~2019.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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