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상조업계 빅3 CEO 인터뷰]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 "결합상품 마케팅 없이 기본에 충실… 업계 인식개선에 최선"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0 18:09

수정 2019.03.21 14:53

"업계 구조조정 등 성장통 있지만 건전성 끌어올리는 전화위복될것"
"4개 법인 재편, 자본금 증액 완료..상조파생 새 사업 적극 추진 계획"
"업계 대변·조정에 자정 역할 필요..상조협회 설립 필요성에 공감해"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은 20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축은행이 제2금융권으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상조 업계도 인식 개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보람상조 제공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은 20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축은행이 제2금융권으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상조 업계도 인식 개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보람상조 제공

'똥퍼' 아르바이트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청년은 보험업에 손을 댔다 큰 실패를 맛본다. 세상을 등지려고 했던 그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고, 아이러니하게도 장례업에 뛰어들게 된다. 30년 가까이 업계에 몸 담으면서 회사를 8300여억원(선수금 기준) 규모까지 일궜다.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의 얘기다.


그는 두 번 생사를 오갔다. 한 번은 자의로, 한 번은 타의로 죽음의 순간이 찾아왔다. 20대 후반 사업 실패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그는 골든타임 내에 발견 돼 목숨을 부지한다. 이후 종교를 가졌고 삶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장례업에 발을 담근 그는 부산 지역 상조회사들 사이에서 영업을 잘하기로 이름을 날렸다. 기업형 장례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최 회장은 2013년 또 한 번의 시련을 맞는다. 전립선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20일 서울 역삼동 보람그룹 본사에서 만난 그는 "의사가 길어야 6개월이라고 했는데 지금 6년 째"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죽음과의 경계에서 살아 온 그는 자연스레 죽음에 대해 '애착'을 갖게 됐다. "죽음을 슬픔이 아닌 '아름다운 이별'로 만들고 싶었다." 최 회장은 장례에 고급성을 더했고, 할부 개념도 도입했다. 장례 리무진카를 처음 만든 것도 그다.

최 회장은 "상조는 잃을 상(喪)이 아닌 서로 상(相)을 쓴다"며 "서로 돕는다는 상조 본연의 의미를 찾겠다"는 말로 보람상조가 나아갈 방향을 대신했다. 그는 "저축은행이 제2금융권으로 자리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앞으로 상조 업계 인식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상조업계 재편이 시작됐다. 올해를 맞는 소감은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과 함께 극심한 성장통이 있겠지만 상조업계의 건전성을 끌어올릴 계기도 될 것이다. 저축은행이 제2금융권으로 자리잡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고비를 넘길 때마다 발전했다. 상조 서비스 가입자 500만 시대 보람그룹은 29년 전 초심으로 고객과의 소통을 통한 서비스 향상에 주력하겠다.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보람그룹은 자본금 증액 외에도 경영 효율성 증대와 고객 서비스 품질 향상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계열사를 합병해 법인을 재편했다. 전자제품, 안마 의자 등의 결합 상품 마케팅을 지양하는 것도 재무 건전성 제고의 일환이다.

―10개 계열사가 4개로 합병됐다. 보람상조의 올해 사업 계획을 소개한다면

▲상조를 기본으로 호텔, 리조트, 쥬얼리, 펫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특허를 진행하고 있다. 토탈 라이프 케어 시스템의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회, 문화 관련 공헌 사업들도 지속해나갈 생각이다. 특히 생활체육인 보람할렐루야 탁구단을 창설해 상조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스포츠 분야에서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사업 다각화도 고민할텐데

▲보람그룹은 전자제품, 안마의자 등의 결합 상품 마케팅 없이 기본에 충실한 상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미끼상품' 없이 지금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데는 영업 조직의 힘이 컸다. 기본적으로 영업 조직과 시스템 경쟁력을 통해 상조 본연의 마케팅과 서비스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 창립 30주년을 맞아 상조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상조업계에도 이익단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협회 설립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업계의 문제를 공론화해서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업자 단체가 필요하다는 점, 업체들의 고충이나 업계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 법 개정 사안에 대해 전체를 대변 및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고 법망을 피하는 질 낮은 서비스 행위를 방지하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협회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다만 운영 원칙을 훼손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는 막아야 한다.


―목사라는 이력이 특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시도 후 종교를 가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죽음은 무엇인가에 천착했고, 고객들이 그 의미를 찾아갔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바람이 반영됐다.
죽음이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 아름다운 이별이 되고, 또 궁극적으로는 만남을 전제로 하는 이별로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한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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