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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인가 재난인가…숨 쉴 자유가 사라졌다 中 공해물질 유입 속수무책…공동대책 시급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9.03.15 09:19:42
  • 최종수정 : 2019.03.15 09:27:57
지금까지 이런 미세먼지는 없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3월 5일 서울의 초미세먼지(PM 2.5) 수치는 일평균 135㎍/㎥를 기록했다. 2015년 정부가 공식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앞서 서울의 하루 평균 농도 최고치는 지난 1월 14일의 129㎍/㎥였다. 서울뿐 아니다. 전국이 미세먼지로 ‘숨 쉴 자유’를 빼앗겼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 전역을 강타하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폭증했다. 대부분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중국을 성토하며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세먼지의 습격은 대기 정체 등 기상 여건 악화와 중국발 미세먼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미세먼지를 둘러싼 주요 5가지 궁금증을 집중 분석했다.

▶1. 이번에 유독 심각했던 이유는

▷기압·따뜻한 날씨·부족한 강수량

미세먼지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이나 자동차의 배출가스에서 주로 발생하는 입자성 물질로 크기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미만인 것을 일컫는다. 지름 2.5㎛ 이하인 것은 따로 초미세먼지로 구분하며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머리카락 굵기 20분의 1 수준인 작은 입자가 기관지, 폐 등 신체 내부로 들어가 질병을 일으킨다. 초미세먼지 등급은 좋음(0~15㎍/㎥), 보통(16~35㎍/㎥), 나쁨(36㎍/㎥ 이상), 매우 나쁨(76㎍/㎥ 이상) 등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를 간단히 미세먼지로 언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매년 봄철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것은 이미 연례행사가 됐다. 이번 미세먼지는 더욱 유별났다. 이유가 뭘까.

첫째는 한국을 둘러싼 기압 배치다. 최근 한반도 주변 기압 배치를 보면, 서해 쪽에는 중국 남부에서 온 고기압이 자리 잡고 동쪽에서는 저기압이 두텁게 형성됐다. 즉, 서쪽에서는 고기압 때문에 바람이 톱니바퀴처럼 한반도 방향으로 불면서 중국 본토에 잔뜩 쌓여 있던 미세먼지를 몰고 왔다. 여기까지는 매년 봄철 반복됐던 장면이다. 올해는 일본 열도에 강하게 발달한 저기압이 문제가 됐다. 통상 저기압에서는 고기압과 반대 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쉽게 말해 서쪽에서 몰려온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일본 인근 저기압이 이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서쪽 고기압과 일본 열도 인근 저기압 사이에 끼여 있는 한반도에 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 부족한 강수량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오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풍속은 5년 중 최저였고 강수 일수 역시 5년 중 가장 적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연초 강수량이 적었던 이유는 10㎞ 상공의 제트기류가 시베리아와 북한 부근에 형성돼 북쪽 찬 공기의 남하를 저지하면서 전반적으로 대륙 고기압 세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해상에서 해수면과 대기의 온도차로 만들어지는 눈구름대 생성이 없었고 지상에서도 눈비를 뿌리는 저기압이 강하게 발달하지 못했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은 다 갖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대기가 정체된 상황인데 외부에서 초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유입됐고, 오염물질이 퍼지지 못하고 국내에 머물면서 고농도 현상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 원흉은 중국발(發) 미세먼지

▷국내는 화력·디젤차가 골칫거리

달라진 기상 여건이 이번 미세먼지 공습의 ‘변수’였다면 중국 등 외부와 국내 요인은 ‘상수’다. 특히 중국의 한반도 미세먼지 책임론은 외교 문제로 비화될 만큼 ‘뜨거운 감자’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 때문에 한반도 미세먼지가 심해졌다’는 세간의 의혹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최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서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주목을 끌었다. 연구원은 “중국 원소절(음력 정월대보름)인 2월 19일 폭죽놀이 행사 약 20시간 후(베이징 기준) 스트론튬, 마그네슘 등 폭죽 연소산물이 서울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0일 서울 대기 중 오염물질을 분석한 결과 1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당시에 비해 스트론튬(11.1배), 바륨(4.1배), 마그네슘(4.5배) 등 폭죽 연소산물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주장의 근거다.

베이징과 선양 등 중국 대도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서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지난 2월 19일 오후 7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174㎍/㎥에 달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고 이 미세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약 20시간 후 서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달 20일 오후 8시 선양에서도 177㎍/㎥에 이르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고 이는 북서풍을 타고 약 12시간 후 서울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지난해에도 중국 미세먼지의 국내 유입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았다.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3월 “2017년 춘제 기간 중국에서 사용된 폭죽 성분이 국내에서 검출돼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한국에 유입된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3년 한·중·일이 미세먼지를 공동 분석한 결과를 통해 한국에서 46%는 자체 발생, 41%는 중국발, 나머지 13%는 북한 등의 영향으로 나온 적도 있다(국립환경과학원).

물론 우리나라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국내 요인 중에서는 화력발전과 디젤차가 주로 거론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석탄발전 설비는 총 3만6031㎿로 전체 설비(12만6096㎿)의 28.6%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는 1320㎿ 줄었지만 2020년 3만7281㎿, 2021년 3만9911㎿, 2022년 4만241㎿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성하이 1·2호기, 신서천 1호기 등 과거에 허가한 석탄발전소 7기가 계속 건설되는 영향이다.

또 하나의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디젤차다. 정부는 디젤차 배출가스가 수도권 미세먼지의 22%를 유발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 원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에 등록된 경유차는 992만9537대로 2017년보다 35만3142대 늘었다. 증가 규모로 역대 최대다. 관계부처에서는 친환경 세제 강화, 석탄화력 감축 등을 추진 중이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마냥 정책을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담당교수는 “원전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인데,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다 보니 문제가 더욱 꼬여버렸다”고 지적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전국을 자욱하게 뒤덮었던 지난 3월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위). 쾌청했던 서울 시내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전국을 자욱하게 뒤덮었던 지난 3월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위). 쾌청했던 서울 시내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3. 70년대보다 공기 더 안 좋다?

▷대체로 좋아졌지만 초미세먼지가 문제

‘예전에는 교외로 나가면 푸른 하늘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중장년층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는 말이다. 얼핏 생각해보면 과거 1970~1980년대 고도 산업화 때보다 지금 공기의 질이 왜 더 나쁜 것인지 의구심도 든다.

일단 1960~1970년대까지는 지금보다 공기의 질이 좋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첫 번째 근거는 자동차 등록대수다. 통계청이 발간한 ‘통계로 보는 한국의 모습’과 ‘통계로 본 대한민국 60년의 경제·사회상 변화’ 등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1955년 1만8000대, 1966년 4만9000대에 불과했다. 현재는 2018년 기준 2300만대를 돌파했다. 1960~1970년대는 미세먼지를 내뿜는 화력발전소도 드물었고 산업공단도 적었기에 먼지 자체가 적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중후장대 산업에 드라이브를 건 1970~1980년대는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공익광고에는 대기오염 문제가 단골 소재였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기오염 물질 중 하나로 ‘먼지’를 측정하기 시작한 것도 1984년부터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미세먼지(PM 10 또는 PM 2.5)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공기 중 모든 먼지의 총량(총먼지, TSP·Total Suspended Particle)을 측정했다. 대기 중 총먼지는 1984년 관측을 시작해 2000년까지 이어졌다.

환경부 한국환경연감 자료에 따르면 1984년 서울의 연평균 총먼지는 210㎍/㎥였고 1985년 216㎍/㎥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 1986년부터는 먼지가 줄기 시작해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는 179㎍/㎥를 기록했고 이후 먼지가 급격히 줄어 1994년 78㎍/㎥를 기록했다. 결국 1980년대보다 1990년대 공기질이 더 좋았던 셈이다.

서울에서 지금처럼 미세먼지(PM 10) 관측을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다. 1995년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78㎍/㎥였다. 이후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대 초반 70㎍/㎥ 안팎을 오르내리다 2012년에는 관측 사상 최저치인 41㎍/㎥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까지 소폭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초미세먼지 관측은 더욱 늦었다. 전국적으로는 2015년 관측을 시작했지만 서울은 2002년부터 관측을 시작했다.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2000년 초반보다 현재 농도가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대기 중 먼지만을 기준으로 볼 때 총먼지 측정을 시작한 1984년부터 현재까지는 전반적으로 대기질이 좋아졌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다.

단, 최근 들어 공기질이 부쩍 나빠졌다고 느끼는 데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기 정체와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빈번한 발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미세먼지에 비해 시야를 더 뿌옇게 만들기 때문에 실제 농도 이상으로 공기질이 더 나빠졌다고 느낄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경유차, 화력발전 등 국내 요인에 중국을 비롯한 외부 요인이 더해졌고 지구온난화로 대기 정체가 심해진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4. 미세먼지 피할 방도는

▷마스크 ‘KF80’ 이상 꼭 써라

초미세먼지는 2.5㎛ 미만으로 머리카락 20분의 1~3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크기가 작아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으며 각막, 기관지, 피부 등에도 침투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혈액 투석을 한다고 해도 잘 걸러지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현재까지 몸 밖으로 배출시킬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외출할 때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상책이다. 마스크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KF(Korea Filter·코리아 필터)’ 인증을 받은 ‘미세먼지용 방진마스크’를 써야 효과가 있다. 대체로 ‘KF80 등급’ 이상을 쓰면 초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설명이다. KF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용 마스크의 성능을 인증하는 마크다. KF 뒤에 붙은 숫자는 마스크의 입자 차단 성능 인증 기준이자 등급으로 ‘KF80’은 80% 이상, ‘KF94’는 94% 이상, ‘KF99’는 99% 이상 입자를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KF80은 평균적으로 86.1%, KF94는 95.7%, KF99는 99.4%의 차단율을 보였다.

사용한 마스크를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연구원이 보건용 마스크를 비누로 손세탁한 뒤 다시 실험한 결과 미세먼지 차단 능력은 세탁 전보다 22.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세탁하면 정전기적 흡착 능력이 없어지거나 필터 조직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한 번 사용하면 먼지나 세균에 오염돼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도 안 된다.

실내에 있을 때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집에서 요리할 때 생기는 작은 그을음에서도 미세먼지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조리할 때는 반드시 레인지후드를 작동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침구류 먼지, 곰팡이, 진드기 등에서도 미세먼지가 나온다. 날씨가 좋을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어 실내공기를 환기하고 분무기를 뿌려 먼지를 가라앉게 한 다음 물청소를 해야 남은 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다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공기청정기 등을 가동하는 것이 좋다.

또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옷을 밖에서 털고 들어오고 샤워로 머리카락과 옷 등에 남아 있는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목 안이 건조하면 미세먼지로 인해 목이 더 따가울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1.5~2ℓ의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

▶5. 근본 대책은 무엇

▷디젤차·화력발전소 전면 재검토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관계부처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차량 2부제, 공사 현장 비산먼지 완화, 공사시간 변경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당장 차량 운행과 관련해서는 더 강력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지난해 6월 서울연구원이 서울시민 602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자동차 운행 제한에 대해 물어본 결과 ‘필요’가 59%, ‘매우 필요’가 18%로 긍정 응답이 77%에 달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때 운행이 제한되는 차량 등급을 현재의 5등급에서 3~4등급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난방·발전 관련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16년 서울시의 연구를 보면, 초미세먼지 주요 배출원 가운데 난방·발전 분야의 비중이 39%로 자동차(25%), 비산먼지(22%), 건설·기계(18%)보다 더 높았다. 발전과 관련 정부는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를 2022년 전에 끝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 일정은 이미 이번 정부에서 한 차례 앞당겨졌지만 더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기술은 ‘인공강우’다. 인공강우는 구름에 강수 유발물질을 살포해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수증기가 많은 구름에 요오드화은(AgI) 연소탄, 드라이아이스펠릿 등의 ‘시딩물질(구름씨앗)’을 뿌리면 구름 입자들이 서로 뭉치고 결국 물방울 입자가 커져 비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위해 베이징 주변 구름을 강우로 바꿔 미세먼지를 걷어내는 데 활용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지난 1월 25일 서해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벌였지만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내려면 2시간 이상 10㎜ 규모의 비가 내려야 한다는 분석이지만 2017년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이 공동으로 9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했을 때도 평균 0.88㎜ 수준에 불과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보다 인공강우 기술에 더 일찍 뛰어든 다른 나라에서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본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배출원을 파악하는 일이 먼저라는 지적이 거세다. 즉,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대책은 대부분 ‘대증요법’으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현재 환경부의 미세먼지 측정 모델은 미국에서 개발한 ‘CMAQ’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기는 하나, 단기 예보에 초점이 맞춰진 데다 고농도 측정 정확도가 떨어지고 배출 원인을 알아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배충식 카이스트 기계공학부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정확한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 현재 공표되는 미세먼지 배출 수치로는 중국발 미세먼지 등 외부 유입량을 파악하기 어렵다. 파악된 도로 이동 오염원에도 경유차만 포함돼 있는 등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고 조언했다.

용각산 ‘화려한 부활’…미세먼지가 바꾼 산업지도

먹는 산소·코 마스크·웨어러블 청정기 ‘기상천외’

미세먼지가 관측 이래 최장 기간 하늘을 뒤덮으면서 유통가에서는 관련 제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증시에서는 미세먼지 테마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의 지난 3월 1~4일 공기청정기 매출은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마트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속 ‘나쁨’을 기록한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3일까지 공기청정기 매출액이 250% 급증했다. 홈쇼핑 업계도 분주하다. 현대홈쇼핑은 3월 6~10일 사이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상품 방송을 대폭 확대 편성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CJ ENM 오쇼핑 부문은 지난 3월 1일부터 18일까지 공기청정기 판매 방송 편성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 늘렸다. 미세먼지 관련 이색 제품도 쏟아진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는 뿌리는 산소통, 산소발생 기계, 입에 물고 다니는 웨어러블 공기청정기, 미세먼지 차단 커튼 등 기상천외한 제품이 줄줄이 올라왔다. 공기를 입과 코에 불어넣어 주는 스프레이인 ‘지리에어’는 와디즈를 통한 모금에 성공해 제품을 내놨다. 지리산 내 청정공기를 모은 뒤 압축 공정을 거쳐 6ℓ 스프레이 공병에 담은 제품이다. 120번 사용할 수 있다. 가정용 산소발생기 ‘하루산소’도 와디즈를 통해 성공적으로 펀딩했다.

마스크도 진화 중이다. 코에 삽입해 쓰는 마스크인 ‘노스크’는 인기 상종가다. 중외제약이 출시한 ‘O2 코마스크’는 0.03㎛ 이상 크기의 바이러스를 99% 걸러내는 것으로 인증된 3M 특허 필터를 사용했다.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되면서 유한킴벌리 등 마스크 회사들은 색상과 디자인을 다양화한 ‘예쁜 마스크’를 내놨다.

미세먼지 바람을 타고 제약업계에서는 예상 밖 제품이 특수를 누린다. 보령제약에 따르면 진해거담제 용각산은 지난 1~2월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30% 늘어났다. 동아제약의 안구 세정제 ‘아이봉’, 유유제약의 코 세척제 ‘피지오머’ 매출도 증가세다.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식품도 인기다. 미나리와 브로콜리가 대표적이다. 미나리가 칼륨이 많아 체내 중금속과 나트륨,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 배출을 도와준다고 알려지면서 대형마트에는 미나리를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설포라페인’이라는 성분이 기도의 항산화 효소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브로콜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증시에서는 미세먼지 관련주가 주목받았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종목은 공기청정기 업체 위닉스다. 대기업과 경쟁하는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30% 점유율로 탄탄한 실적을 자랑한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위닉스는 공기청정기의 매출 비중이 40%에 달해 계절성이 주가 할인 요인이었지만 최근 미세먼지와 계절의 상관관계가 줄어들면서 매출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아프론테크 역시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자동차 부품을 주로 생산하다가 최근 필터 시장에 진출했다. 자체 개발한 ‘ePTFE멤브레인’ 소재를 이용해 열기를 잘 견디고 통기가 잘되는 고효율 필터를 제조한다. 서울시 ‘녹색건축물 설계 기준’ 개정안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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