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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달라지는 산업 트렌드-하나 낳아 잘 키우자…골드키즈 '큰 손' 유모차 전용 청정기·플레이하우스 잇템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03.15 09:20:02
이제 갓 돌을 지난 아이를 둔 주부 하은혜 씨는 봄을 맞아 아이와 함께 외출할 생각에 들떴다. 이미 대당 100만원이 넘는 수입 유모차는 시댁에서 선물을 받아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미세먼지 걱정을 덜어주는 유모차 전용 공기청정기 ‘에어토리’를 구매했다. 또 유모차에 탄 아기 상태를 엄마가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는 쁘띠메종 ‘베이비 모니터’까지 장착하고서야 맘이 놓였다.

하 씨는 “아이는 한 명만 낳기로 남편과 합의했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는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것까지 살 필요가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외동이니 좀 더 잘 키우고 싶은 생각에 지갑을 열게 된다. 워낙 손이 귀하다 보니 시댁, 친정 등 주변에서도 아이를 위해 이것저것 챙겨준다. 이것까지 감안하면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높은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아이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하 씨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이는 숫자로 확인된다. 관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발표한 ‘키즈 산업 보고서’에서 2007년 19조원이었던 키즈 산업 규모가 2017년 40조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유아용품 시장도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유통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5년 2조4000억원이던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2017년 3조원, 올해는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비슷한 추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24만2000원이었던 사교육비는 2017년 27만1000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싸이벡스처럼 카시트도 일반 제품 대비 30% 정도 가격이 높은 수입산 제품이 더 잘 팔린다.

싸이벡스처럼 카시트도 일반 제품 대비 30% 정도 가격이 높은 수입산 제품이 더 잘 팔린다.



▶왜 시장 커지나

▷유캉스·VIB·텐포켓 신조어 양산

언뜻 아이 숫자가 적어지면 시장도 위축될 법하다. 왜 관련 시장이 성장세일까.

조윤주 롯데홈쇼핑 e라이프스타일 팀장은 “저출산으로 한 명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유아용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소황제(어릴 때부터 각 가정에서 황제처럼 대접받는 아이를 뜻하는 말)’ ‘골드키즈(황금처럼 비싸게 대접받고 크는 아이)’ ‘VIB(Very Important Baby)’ ‘에이트포켓(여덟 명의 주머니란 뜻으로 양가 조부모·부모·삼촌·이모 등 8명이 한 명의 아이를 공주·왕자처럼 챙긴다는 뜻)’ 등의 신조어가 이래서 나왔다.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수입 명품, 프리미엄 상품 시장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롯데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롯데아이몰에서는 독일 프리미엄 유아용품 브랜드 ‘싸이벡스’가 카시트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싸이벡스’는 유럽에서 유아용 안전 카시트 전문으로 평가받는 브랜드로 일반 카시트에 비해 30% 이상 비싸지만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유아용 웨건 부문에서 독일 브랜드 ‘시크포베이비’의 대표 제품인 ‘프론토웨건’이 1위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40만~60만원대로 비교적 고가지만 내구성과 승차감이 우수하다는 평가에 인기가 높다는 후문이다. 책가방도 10만원 이하가 주류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20만원에서 50만원대가 오히려 잘 팔린다. 롯데아이몰에 따르면 일본 초등학생이 메고 다니는 가죽 재질 책가방으로 유명한 ‘란도셀’은 다른 브랜드 가방보다 최대 4배 이상 비싸지만 지난해 신학기 시즌 대비 올해 매출액이 50% 신장했다.

음료 시장에서도 키즈 전용 프리미엄 상품이 대세다.

한국야쿠르트는 종전 유제품 외 객단가가 높은 키즈 음료 라인을 강화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하루야채 키즈’는 연매출 185억원을 올리는 어린이 과채주스 선도 제품으로 성장했다. 2015년 대비 85% 증가한 수준이다. 성장세를 확인한 한국야쿠르트는 여세를 몰아 ‘발효홍삼K 키즈5+’ ‘야쿠르트 구미젤리’, 최근에는 ‘네슬레 거버 오가닉’을 단독 판매하며 고급 유아 간식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교육 시장에서는 웅진씽크빅의 ‘AI 수학’ 대박 사례가 눈길을 끈다. 올해 2월 초등학교 1~4학년을 대상으로 출시한 상품으로 과목당 금액이 기존 북클럽 학습지보다 2만원 높은 6만7000원으로 책정됐지만 나흘 만에 1만명이 가입했다. G마켓 관계자는 “유아동 부문 객단가만 놓고 보면 2016년 6% 오르는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즉, 좀 더 비싸고 다양한 유아 관련 제품이 소비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소개했다.

성인 중산층이 주요 이용객이었던 특급호텔에서도 유아 동반 고객을 겨냥한 맞춤 상품 경쟁이 뜨겁다. ‘유캉스’ ‘키캉스’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노보텔앰배서더서울동대문은 ‘키캉스’ 패키지 상품으로 손님몰이를 하고 있다(위). 서울 강남권 호텔 중 유아 동반 가족 차별화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르메르디앙서울의 ‘키즈 플레이’.

노보텔앰배서더서울동대문은 ‘키캉스’ 패키지 상품으로 손님몰이를 하고 있다(위). 서울 강남권 호텔 중 유아 동반 가족 차별화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르메르디앙서울의 ‘키즈 플레이’.

JW메리어트호텔서울이 객실 1박에 키즈풀과 대형 실내 수영장, 키즈캔 라운지 무료 이용을 앞세운 키즈 홀리데이 패키지를 내놓는가 하면 이미 가족 여행객 마니아층의 성지로 알려진 그랜드하얏트인천은 ‘플레이 인 짐보리 패키지’ 등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뜨거운 반응에 표정관리 중이다. 르메르디앙서울도 키즈 전용 공간 ‘키즈 플레이(Kids Play)’를 선보여 새로운 가족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노보텔앰배서더서울동대문은 아예 ‘차별화’를 위해 동대문에서 유일하게 루프톱 야외 수영장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배치, 실내 수영장과 함께 다채로운 동선을 확보하도록 했다.

종전에 없었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틈새상품도 ‘골드키즈 특수’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유모차 전용 공기청정기 ‘에어토리’는 올해 1~2월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00%나 늘어 유통업계 눈길을 끌었다. 아이 의류 전용 세탁기 시장이 생긴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아이들이 다락방이나 야외 텐트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습성에 주목, 이를 가정으로 끌어들여 ‘플레이하우스’를 만든 쁘띠메종은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자주 노출되며 1만개 이상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도 했다.

예전에는 부모에게 한정됐던 아이용품 구매층이 노령층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도 유의미한 산업 트렌드 중 하나다.

11번가에 따르면 2019년(1월 1일~1월 13일) 유아 의류를 구매한 고객 중 70대 결제 거래액은 4년 전인 2015년보다 무려 901%나 급증했다. 60대도 535%로 뒤를 이었다. 11번가 관계자는 “최근 조부모, 삼촌, 주변 지인들까지 아이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에이트포켓’을 넘어선 ‘텐포켓’ 트렌드와 함께 모바일로 쇼핑을 하는 시니어층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뜰 산업은

▷‘아기상어’로 전 세계 평정…콘텐츠 각광

지난 1월 상장사 삼성출판사 주가가 여러 번 상한가를 기록했다. 자회사 스마트스터디가 제작한 동요 ‘아기상어’의 영어 버전이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2주 연속 진입했다는 소식 덕분이다. 스마트스터디는 아기상어 동요를 동영상은 물론 캐릭터 상품, 뮤지컬 등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에 따라 다양하게 선보였다. 이 덕분에 관련 매출을 끌어올리며 증권가에서 주목받는다. 이처럼 키즈 산업은 유아용품, 교육 시장을 넘어 콘텐츠 시장에서 더욱 부가가치가 커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향후에도 키즈 산업 내 다양한 투자 기회가 나올 것이다. 특히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기업과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들이 향후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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