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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실적 악화로 체면 구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젊은 고객 줄고 온라인에 치여 성장 ‘안갯속'

  • 명순영 기자
  • 입력 : 2019.03.18 07:20:01
이마트가 어닝쇼크에 빠졌다. 온라인 시장에 밀리고 대형마트 효율성을 높이지 못한 이유로 풀이된다.

이마트가 어닝쇼크에 빠졌다. 온라인 시장에 밀리고 대형마트 효율성을 높이지 못한 이유로 풀이된다.

시대 변화를 못 따라가는 둔한 공룡으로 전락하는 것일까.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 얘기다. 최근 발표된 이마트 성적표는 투자자에게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7조4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늘었다. 문제는 이익. 영업이익은 20% 이상 감소한 46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당기순이익은 23% 감소한 4786억원. 이마트는 2016년 147개를 정점으로 계속 매장 수를 줄이며 자구책을 마련해왔으나 결국 수익성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

예상 밖 ‘어닝쇼크’에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이 좋은 성과를 나타내자 이마트를 책임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남매경영에서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급변하는 유통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만만치 않은 시험대에 섰다”고 평가한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는 급성장세를 즐겨왔다. 이들 때문에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사라지는 게 사회적 논란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유통시장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마트 실적 악화는 대형마트 업태의 부진과 관련 깊다. 주요 요인으로 온라인 중심으로의 시장 개편, 소비 양극화, 의무휴업 등 규제 등이 꼽힌다.

무엇보다 온라인 시장 강세는 메가 트렌드라고 할 만큼 거세다. 20~30대 젊은 소비자의 최고 쇼핑장은 PC와 모바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하기 힘든 물건뿐 아니라 생수와 휴지 같은 생필품마저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해결한다. 최근 들어서는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인 신선식품마저 이커머스 업체에 빼앗기는 분위기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이마트 판매관리비 증가가 업황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총체적인 위기에 이마트는 당분간 신규 출점을 멈추기로 했다.

이마트가 부진의 늪에 빠지는 동안 온라인 쇼핑은 급성장세다. 2년 전 2조6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쿠팡은 올해 5조원 돌파를 예상한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이 1년 전보다 40% 넘게 늘었다.

박신애 KB증권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경기 부진으로 매장 내 식품 매출이 급감하고 신선식품마저 이커머스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 휘말렸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식품 온라인 채널 성장 가능성이 있으나 단기간 실적을 끌어올릴 모멘텀(동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실적 악화에 주가는 뚝 투자자 불안감

사업계획까지 공개하며 대책 마련 분주

올해 매출목표 20조원 달성할지 회의적

이마트는 위기 극복 돌파구 마련에 분주하다. 투자자 우려가 커지자 세부 사업 계획까지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키워드는 역시 온라인. 신세계는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을 출범시켰다. SSG닷컴 신설법인은 이마트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 트레이더스 등 신세계그룹 내 온라인 사업을 총괄한다. 대형마트에서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린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밝힌 셈이다.

온라인 통합법인 출범은 이커머스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지금까지 신세계그룹 성장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담당해왔다면, 앞으로의 성장은 신설되는 온라인 신설법인이 이끌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 사업 확대를 주문해왔다.

물론 캐시카우인 오프라인 매장을 홀대하기도 어렵다. 오프라인 매장 중에서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이른바 제2의 이마트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트레이더스는 올해 월계점, 부천옥길점, 부산명지점 등 세 곳의 매장을 연다. 3월 14일 문 여는 월계점은 지난 2010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첫 서울 점포다. 이마트는 월계점에서 먹거리로 특화된 창고형 할인점을 실험한다. 선호도가 높은 최고급 식품을 온라인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복안. 예정대로 3곳을 신규 개점하면 트레이더스 매장은 총 18개로 코스트코(15개)를 앞선다.

편의점 이마트24도 공격적인 확장에 나선다.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반영했다. 지난해 말 기준 3700개인 매장을 올해 1000개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최근 점포 개발 담당조직을 키우고 개발부서를 1, 2부로 나누는 등 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 정비를 끝냈다. 이마트는 1인 가구를 겨냥해 ‘홈술’ ‘혼술’을 위한 주류 전문코너를 이마트24에 도입한다. 노브랜드는 이마트24와 분리해 개별 매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실적 악화의 주범인 대형마트 변신 키워드는 ‘효율성’이다. 이마트는 욕실용품, 의류 등 온라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을 과감히 덜어낸다는 그림을 그린다. 대신 아직까지 온라인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신선식품을 강화한다. 한마디로 잘나가는 품목만 집중적으로 판매하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할인점 경쟁력 핵심인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좀 더 공을 들일 참이다. 이는 정 부회장의 초저가 전략과 맥을 함께한다. 최근 대대적으로 밀고 있는 ‘국민가격’ 프로젝트가 그 사례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된다”며 “중간은 없어지고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의 두 형태만 남게 될 것이며, 아직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신사업 확장과 대형마트 사업 효율화 등에 올해 1조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영업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할인점 본업에 충실한 영업, 온라인 통합법인 출범, 비용구조 혁신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올해 매출 목표 20조원이라는 공격적인 숫자를 내놨지만, 정 부회장의 생존 전략이 먹힐지 장담하기 어렵다. 주력인 대형마트의 빠른 침체를 막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근본적인 문제로 꼽힌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분기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10% 가까이 줄었는데 올해 마트사업 역시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마트 회복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신사업 성장 속도가 전체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마트24 ‘점포 1000개 확장’ 포부가 실현될지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계약 기간이 끝나는 가맹점이 많은 가운데, 노브랜드와 이마트24 분리에 대한 가맹점주 불만이 크다. 근접출점 자제 자율규약 이행에 따라 신규 매장 입점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마트가 온라인 전략을 추구하고 있지만 이커머스 업체를 이길 정도로 가격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대형마트는 물론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편의점 시장 역시 포화상태에 빠져 이마트24가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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