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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부지 점찍은 용인 요즘-투기 광풍에 땅값 2배…미분양 싹 사라져

  • 정다운 기자
  • 입력 : 2019.03.18 07:25:01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로 원하고 있는 용인시 원삼면 일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로 원하고 있는 용인시 원삼면 일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후보지로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를 선택하면서 용인 부동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10년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총 50개 이상 업체가 입주할 예정으로 직접고용 효과만 1만7000여명에 달한다.

용인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이곳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삼면 주변 부동산 시장은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눈치 빠른 외지인 투자자들은 미리 좋은 부동산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지정된 원삼면은 용인시청에서 차량으로 30분가량 달려야 나온다. 시내에서 원삼면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꼴 배차 간격으로 운영될 정도로 유동인구도 많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원삼면이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삼면에서 거래된 토지 거래면적은 14만3000㎡(157건)로 전월(6만3000㎡, 102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거래금액도 11월 96억원에서 12월에는 207억3000여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원삼면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원삼면에서 3.3㎡당 150만~200만원이었던 제1·2종 주거지역 땅값은 최근 400만~5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전화문의도 많고 직접 찾아오는 분들도 급격히 늘고 있는데 팔겠다는 땅주인은 없다”고 했다.

거래가 늘면서 덩달아 공인중개사사무소 또한 늘었다. 원삼면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원삼면 일대에는 공인중개사사무소 5~6곳이 새로 문을 열었거나 입주 계약서를 썼다.

▶외지인 출입 잦아지고

미분양 물량 다 팔려

묻지마 투자 주의해야

주변 미분양 아파트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용인은 수도권에서 한때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미분양 아파트 단지가 많았다. 신분당선이나 분당선이 지나는 수지구 등은 분양 성적이 괜찮았지만 이 외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올해 1월 기준 용인시 미분양 물량은 332가구. 하지만 올해 들어 빠르게 소진 중이다. 용인행정타운이 위치한 삼가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미분양이 넘쳐났지만 지금은 일부 남아 있는 미분양 물량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우선 처인구 삼가동에 위치한 용인행정타운과 역북지구에 남아 있는 미분양 물량은 하이닉스 클러스터 효과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는 단지다. 대단지로 조성됐으며 교육, 교통, 행정, 문화, 편의시설 등 생활여건이 나쁘지 않다. 미분양으로 인해 여러 혜택이 제공되는 데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소식 이후 문의가 10배 이상 늘었다는 후문이다.

처인구뿐 아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효과는 용인시 다른 지역에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해 8월 입주한 기흥구 구갈동 ‘힐스테이트기흥’과 ‘기흥역롯데캐슬레이시티’는 분양권에 1억5000만~2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지금은 전용 84㎡ 기준으로 6억원 중후반대에 시세가 형성됐는데 이마저도 매물이 없어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아직 용인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클러스터 부지가 용인 원삼면 일대로 결정될 확률이 높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

용인 부동산이 들썩거리면서 당국은 이런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경기도는 토지 등에 대해 ‘묻지마 투자’를 염려해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투기적인 토지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히 상승할 우려가 있을 때 지정한다. 이번 사업은 국가 주도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경기도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고시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기준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정 지역 투기 수요를 미리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기업 유치가 발표됐다고는 해도 입주 확정, 착공, 실제 입주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성급히 투자에 나설 필요는 없다”며 “장기간 자금이 매이지만 차익 가능성이 높은 토지, 출퇴근 인구를 대상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 등 투자 선택지가 많은 만큼 투자 전략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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