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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한전 산업용 전기료 인상 기업 국제경쟁력 치명타

  • 입력 : 2019.03.18 09:56:00
  • 최종수정 : 2019.03.18 09:58:18
한국전력이 지난해 2000억원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2018년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이 7885억원에 달했다. 상반기에 발생한 수익 때문에 연간 손실로 보면 2000억원대지만 한전 입장에서 이런 수익·비용구조는 향후 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신고리 4호기 운영이 허가되고 최근 국제 석탄 가격이 일부 하락해 한전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최근 세계 자원 시장 흐름을 보면 석탄 공급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호주 등 주요국이 환경 이슈와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 해소 때문에 탄광 개발에 유보적인 자세다. 이 때문에 향후 국제적인 전기 생산원가의 불안정성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환경 이슈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늘면 기본적으로는 생산원가가 증가한다.

따라서 4분기 대규모 영업적자도 문제지만 향후 비용구조가 악화되거나 국제적인 가격 변동으로 전기 공급 수익구조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더욱 우려할 만하다.

물론 이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전기료 인상으로 한전 재무건전성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가정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전 손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공급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가정용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어려운 경기 상황이나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결정이다. 세금을 납부하는 납세 계층이 제한적인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일반적인 세금 인상보다 전기료 인상이 실제로는 더 많은 계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가정용보다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치적인 부담은 산업용이 가정용보다는 적을 수 있겠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 기술, 산업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글로벌 기술, 산업 변화의 핵심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인데 이런 변화에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기 공급이 필수적이다. 근대 경제학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가 이미 18세기에 지적한 것처럼 분업과 상호의존성이 생산성 증대에 결정적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런 특화된 분업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혁신적 체계를,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까지 포괄하는 형태로 거의 모든 산업에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달성하는지가 각국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역량이다. 그런데 제조업 생산을 넘어서는 산업, 기술 변화와 그 변화로 이뤄지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서 에너지 원동력은 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기술 환경이 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은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용 충격이 될 터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2018~2019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시행 등으로 이미 노동비용 상승 충격이 가해진 상태다. 여기에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에너지 비용 충격까지 더해진다면 한계 상황에 몰린 기업에 치명타다. 특히 디지털 전환기에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고 국내 투자 의욕까지 약화시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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