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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은 기업경쟁력의 핵심자산

  • 입력 : 2019.03.18 09:59:31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노예를 해방시킨 업적으로 존경받는 링컨 미국 제16대 대통령(1809~1865년)은 미국 역사에서 특허를 보유한 유일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1849년 5월 22일 배를 강변에 접안할 때 사용하는 장치인 벨로우즈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변호사 시절 특허 업무를 다룬 경험으로 지식재산권에 일찍이 눈을 떴다.

‘미국 특허 시스템은 새롭고 유용한 제품을 발명하고 만드는 천재들에게 불을 붙인다’는 그의 명언은 미국 특허청 입구에 새겨져 후세에 교훈이 되고 있다.

변두리 식민지였던 미국은 단기간에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초체력을 쌓았다. 이는 본국인 영국에서 이식된 특허제도를 통해 지식에 기반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어서였다. 영국은 1624년 특허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으로 1769년 특허를 획득했고 부와 명예를 얻었다. 그러자 유럽 전역에서 발명가가 몰려들어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영국 특허제도는 르네상스 시대 해상강국 베네치아가 연원이다. 베네치아는 1474년 역사상 최초의 특허를 승인했다. 베네치아는 조선과 항해술에 관련된 기술 혁신을 주도했다. 베네치아 국영 조선소는 산업혁명 이전까지 유럽 최대의 단일 생산시설이었다. 오늘날에도 사용하는 복식부기를 발명했고 해상법, 계약법을 정비했다. 환어음, 장기국채 등 근대 금융제도의 토대를 닦았다.

이런 배경에서 무형의 지식과 경험에 재산권을 부여하는 특허 개념이 창안됐다. 근대 이후 특허 도입과 국가 발전은 궤적을 같이한다. 경제와 산업 발달은 재산권 개념 확장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원시인은 재산권 개념이 없지만 현대인은 유형자산은 물론 아이디어, 이야기 등의 무형자산까지 재산권을 부여하고 수입을 창출한다.

산업화 시대 기업 3요소를 ‘토지, 노동, 자본’으로 분류했다. 산업이 고도화되며 ‘기술, 지식, 브랜드’ 등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21세기 디지털 시대 기업 핵심자산은 무형자산 중에서도 알고리즘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예컨대 글로벌 유통시장 지존인 아마존 경쟁력 핵심은 고객별로 제안하는 역동적인 가격 책정 알고리즘이다. 아마존은 경쟁자와의 격차를 확대하기 위해 알고리즘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중이다.

2014년 10월 아마존은 ‘정원 용품을 식별하고 추천하는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 소비자가 정원 사진을 찍어 보내면 이를 분석해 적절한 재배 식물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재배에 필요한 도구 추천도 곁들여진다. 수확한 농작물 사진을 보내면 이를 분석해 관련된 요리 레시피를 보내준다. 추가로 구매할 식재료와 양념, 요리기구 구입 제안이 뒤따른다. 가격, 소비자 행동 분석, 라이프 분석 등으로 확장되는 이런 알고리즘의 집합이 아마존 경쟁력의 핵심이다.

아날로그 시대 기업이 유형자산 집합이라면 디지털 시대 기업은 무형자산 중에서도 사이버 자산에 해당하는 알고리즘의 집합으로 진화한다. 또한 알고리즘이 생성되고 진화하는 기반인 다양한 시장과 고객 데이터 가치가 높아진다. 이처럼 기업 경쟁력 핵심이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이동하는 현상은 향후 기업에서 중요한 재산권 개념이 사이버 자산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보화 혁명은 무형자산 가치를 증폭시켰다. 디지털 시대에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미래에 기업 성장과 발전은 알고리즘과 데이터 영역에서의 경쟁 우위에 기반해 생겨날 것으로 예측된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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