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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BUSINESS] 미세먼지·복고 열풍에 다시 뜨는 롤러장-아이는 'K팝' 엄마는 '추억'…흥겨운 질주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9.03.18 10:08:23
1980~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롤러스케이트가 복고 열풍을 타고 부활하며 ‘롤러장’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미세먼지, 폭염 등 날씨와 관계없이 가족 동반으로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포츠인 점이 강점이다. 단, 일부 지역에서 출점경쟁이 과열되고 있고 초기 창업비용이 비싼 만큼 철저한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



▶때아닌 롤러스케이트 열풍, 왜?

▷미세먼지 걱정 없는 실내 스포츠

롤러스케이트는 1980~1990년대 국민 레저로 인기를 끌었던 실내 스포츠다. 당시 전국대회는 물론, 세계대회에도 출전하고 초등학교에 롤러스케이트 선수단이창설될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아웃도어 스포츠 열풍이 불며 야외에서 타는 인라인 스케이트가 대세가 됐다. 이후 대중 스포츠로서는 한동안 인기가 시들했던 롤러스케이트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80~1990년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자란 세대가 학부모가 돼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타며 향수를 즐기는 점, 사이키 조명과 아이돌 음악 등 현대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서비스,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활동이 위축된 데 따른 반사효과, 키즈카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롤러 열풍 부활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2월 인천에서 오픈한 ‘롤캣’이 현대식 롤러장의 시초로 알려진다.

권기범 롤캣 대표는 “가족이나 연인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이 부족하다 싶어 소유하고 있던 300평 규모 지하상가에 롤러장을 만들었다. 사이키 조명 등 인테리어에 신경 쓰느라 초기에는 비용이 꽤 들었다. 당시에는 모험이었는데, 오픈 이후 입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찾아온 이들로 처음에는 성황을 이뤘다. 요즘도 연예인의 광고나 뮤직비디오 촬영 문의가 자주 온다”고 말했다.

업계 추산 전국 롤러장 수는 약 200~300개. 아직 이렇다 할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없고, 시공업체를 중심으로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포화도는 지역별 편차가 크다. 롤러장 시공·컨설팅을 하는 최도열 DL롤러 대표는 “최근 2~3년간 인천, 경남,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롤러장 창업이 이어졌다. 이 지역 일부에서는 포화되기도 했지만, 롤러장이 전혀 없는 지역도 많아 아직은 시장 초기로 본다”고 말했다.

주 고객층은 초등학생과 학부모다. 이 때문에 이들이 많이 거주하고 교통이 편리한 입지가 유리하다. 왕년에 인기가 있었다 해서 너무 복고풍 인테리어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최도열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부모를 겨냥해 매장 내 음악이나 인테리어를 복고풍으로 꾸미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초등학생끼리도 잘 오는 만큼 이들 눈높이에 맞춰 아이돌 노래를 주로 튼다. 특히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즐겨 찾으니 인테리어도 밝고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경향이 많다”고 귀띔했다.

최근 롤러장은 사이키 조명에 K팝 음악이 흘러나오는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젊은 층에서 반향을 얻고 있다.

최근 롤러장은 사이키 조명에 K팝 음악이 흘러나오는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젊은 층에서 반향을 얻고 있다.



▶창업 비용과 예상 수익은

▷초기 투자비 3억 이상…수익률 50%

롤러장은 볼링장, 노래방, 독서실같이 전형적인 ‘장치산업’이다.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대신 운영비는 적게 든다. 일단 자리만 잡으면 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 파주에서 ‘롤러랜드’를 오픈한 강대용 점주는 “순이익률은 월매출의 50% 정도”라고 말했다.

창업비용은 지역, 입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시공비 2억~3억원, 보증금 1억원, 롤러스케이트와 각종 보호대 등 초도 물량 구입비 3000만원 안팎이 든다(300평 매장 기준). 조명, 바닥, 전기 공사 외에 기자재는 많이 들지 않으니 동일 평수 기준 다른 장치산업에 비해 창업비가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임대료가 저렴한 고층이나 지하에 입점하기 때문에 권리금도 거의 들지 않는다.

권기범 대표는 “요즘은 경쟁이 과열돼 400~500평 규모로도 창업하는데 최소 200평, 보통은 300평 규모가 적당하다고 본다. 창업 비용이 두 배 더 든다고 수익이 두 배 늘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1000만원을 훌쩍 넘으면 ‘투자 가성비’가 떨어지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격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초등학생은 8000원, 성인은 1만원 안팎이다. 롤러스케이트와 보호대 대여료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단, 학부모가 롤러스케이트를 타지 않으면 입장료 2000~3000원 정도만 받는다.

롤러장은 성수기(방학, 주말)와 비수기(학기 중, 평일)의 매출 편차가 매우 크다. 강대용 점주는 “학기 중 평일은 하루 방문객이 보통 20명 정도지만 방학을 하면 150~200명, 주말이면 350명까지 온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월매출이 5000만원 정도 나왔다”고 전했다.

권기범 대표는 “롤러장은 기본적으로 주말 장사다. 주말 하루에 최소 200명 이상은 와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1980~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롤러스케이트가 복고 열풍을 타고 부활하며 ‘롤러장’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롤러장 내부 전경.

1980~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롤러스케이트가 복고 열풍을 타고 부활하며 ‘롤러장’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롤러장 내부 전경.



▶창업할 때 주의사항은

▷넓은 체육시설 상가 찾고 시설 경쟁 대비

롤러장 창업 시 주의사항.

첫째, 롤러장은 체육시설 용도로 지정된 상가를 구해야 한다. 일반 상가에서 창업하려 한다면 용도변경이 가능한지 사전 체크가 필수다. 대구의 한 롤러장은 상가 용도를 무시하고 오픈했다 곧바로 영업정지를 당한 적도 있다.

둘째, 보통 200~300평의 영업면적이 필요한데 구도심이면 이런 대형 평형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 신도시라면 수월하지만 임대료가 비싸질 수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헬스장, 볼링장 등으로 영업하던 상가를 인수하는 것이다. 최도열 대표는 “거제도의 한 점주는 본인이 운영하던 400평 규모 헬스장 문을 닫고 직접 롤러장을 창업했다”고 전했다. 강대용 점주는 “외식업처럼 세액 공제를 받을 만한 자료가 없으니 세금 부담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롤러장이 선진국형 창업 아이템이기는 하지만, 경쟁점 출점에 취약한 만큼 이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창업컨설팅학과장(창업학 박사)은 “최근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는 인건비가 낮고 노동 강도가 약한 선진국형 창업 아이템이 주목받고 있다. 또 포화된 외식업보다는 점주가 경영관리만 잘하면 되는 업종이 인기다. 소비자들은 점점 가성비와 편의성 위주로 선택 기준이 옮아가고 있다. 스케이트도 미세먼지가 있는 한강변보다는 가까운 실내 매장에서 타는 것을 선호한다. 다만, 롤러장은 장치산업인 만큼 경쟁점이 늘어나면 금세 어려워질 수 있다. 경쟁점 출점을 대비해 시설관리와 각종 이벤트, 모바일을 통한 고객관리 등 마케팅 전략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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